기름값 잡겠다는 정부…“수도권 알뜰주유소 대체 어디에“

  • 송고 2019.09.09 10:47
  • 수정 2019.09.09 13:20
  •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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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류세 인하 정책 종료…서울 휘발윳값 1623원까지 올라

서울 알뜰주유소는 총 11곳에 그쳐…대도시 평균 5% 미만

비싼 땅값과 정유사의 인센티브로 알뜰주유소 전환율 미미

"지원 세분화해 도시와 거점주유소 추가 지원방안 마련해야"


유류세 인하 정책 종료로 지난주 국내 휘발윳값은 전국 평균 리터(ℓ)당 1500원을 상회했다. 리터당 1900원을 넘어선 곳도 속출했다. 하지만 정부가 기름값을 잡겠다며 활성화를 추진중인 알뜰주유소 수는 터무니 없이 적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9일 정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휘발유 기준 리터당 최대 123원을 인하하는 유류세 인하 정책은 올해 한차례 연장을 거쳐 지난달 말일에 종료됐다.

정부 관계자는 "경기 둔화와 일본 경제보복 등 국가 전반에 산재한 경기 둔화 요소들을 고려해 연장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지만 국제 유가가 안정적이고 세수가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커져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10개월간 이어진 유류세 인하 조치로 정부가 걷지 못한 세금은 2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 관계자는 또 "원래 유류세율이 적용되면 휘발유는 리터당 최대 58원, 경유는 최대 41원 오르게 될 것"이라며 "휘발유는 두달 만에 1500원을 넘어서겠다"고 부연했다.

유류세 인하 정책이 종료된 9월 첫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는 리터당 1516.9원으로 나타났다. 전국 최고가 지역인 서울은 평균 1623원, 용산구와 중구는 리터당 1940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고공행진 중인 기름값을 잡겠다며 '알뜰주유소 활성화'를 대책으로 내세웠지만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작 유동인구가 많고 기름값이 비싼 도시에는 사실상 알뜰주유소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 있는 알뜰주유소는 총 11곳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서초구·강남구·송파구 등 강남 3구에는 서초구에만 1곳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도 고속도로 진입로인 만남의광장에 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없는 셈이다.

광진구, 관악구, 구로구, 금천구, 성북구, 양천구 등에 각각 1곳씩, 강서구에 가장 많은 3곳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을 포함한 광주, 부산 등 대도시에 위치한 알뜰주유소의 수는 전체 주유소의 5%에도 못미친다.

반면 강원도, 충북, 전남, 경남 등 도심 외곽에서의 알뜰주유소 비중은 전체의 13%를 웃돈다. 제주도는 무려 17%를 넘어섰다.

이처럼 대도시에 알뜰주유소가 적은 이유로는 우선 비싼 땅값이 꼽힌다. 부지가 비싸기 때문에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신규로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는 도심에서도 한참 벗어난 외곽에 많은데 이처럼 부지가 저렴한 곳이라면 일반 정유사들의 주유소도 싼 가격에 휘발유를 판매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존의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정유사의 직영점이 많아서다. SK에너지, GS칼텍스 등 정유사들이 직접 운영하는 비중이 높아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적다.

정유사 상표를 달고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곳도 마찬가지다. 민간 정유사의 직영점보다도 많은 수준이다. 하지만 정유사들이 인센티브를 제시하는 등 이탈을 막고 있어 알뜰주유소로 돌리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팀은 지역별로 알뜰주유소 전환 및 운영에 대한 지원을 세분화해 도시와 거점주유소에 대한 추가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도심에서의 가격이 잡히지 않으면 알뜰주유소 활성화 정책은 무위에 그칠 수 있기 때문에 유휴부지를 활용한다거나 각 지역 구청과의 연계를 통해 알뜰주유소 부지 마련에 총력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정부가 주유소에 지원하는 품질인증프로그램 비용을 자영 알뜰주유소에 우선 배정하는 방안, 알뜰주유소의 독자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공동구매 물량에 대한 구매가격-공급가격 차이를 적정 수준에서 유지하는 제도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 정책은 석유제품 유통시장에서 정유사의 영향력을 낮추고 실질적인 경쟁이 이뤄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왔지만 핵심인 도심에서는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 계획의 성패 여부는 도심에 얼마나 알뜰주유소를 들여놓는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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