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풍낙엽 보험주, 블루칩 메리츠마저 '흔들'

  • 송고 2019.09.10 16:26
  • 수정 2019.09.10 16:27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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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주가 연일 하락국면…이제는 '바닥' 단정 못해

증권가 "손해율 안정화·IFRS17 도입후 재판단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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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주가가 하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사상 최저가를 경신하고 있는 보험주도 하락세를 파하지 못했고, 연초보다 시가총액 3조원이 증발된 보험주도 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가리지 않고 이어지는 하락세를 놓고, 증권가에선 섣불리 여기가 '바닥'이라고 단정하지 못하는 양상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일 종가기준 올해 초보다 가장 큰 폭의 주가 하락을 보인 보험사는 한화손해보험(44%)이었다. 사상 최저가(3050원)를 기록한 바 있는 한화손보는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 40억원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을 실망시켰다.

이는 전년동기보다 92.4% 감소한 수준이다. 한화손보에 대한 투자의견 '보류'를 낸 교보증권은 "지난해 자본확충으로 지급여력비율에 대한 우려는 감소했지만 금리 하락과 자동차보험·장기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실적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한화생명(43%), 현대해상(41%), DB손해보험(30%), 흥국화재(28%), 동양생명(24%), 삼성생명(16%), 삼성화재(15%), 롯데손해보험(14%), 코리안리(7%) 순으로 하락폭이 컸다. 뿐만 아니라 상장보험사 중 가장 뛰어난 블루칩(우량주)으로 평가받던 메리츠화재(17%), 미래에셋생명(9%), 오렌지라이프(8%) 주가도 고개를 떨궜다.

흥국화재, 롯데손해보험도 10년새 최저가를 기록하면서 암울한 상황을 연출했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시총 2조7000억원, 2조원이 증발됐다.

보험주에 가장 큰 악재로 작용한 것은 짙어진 저금리 환경이다. 생보사의 경우 과거에 연 10%대 고금리 상품을 판매했던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50%, 보험사 투자자산이익률은 연 3.2% 수준이다. 보험사는 계약자들로부터 거둔 보험료를 운용해 약속한 금리를 반영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저금리 국면에 돌입하면서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국고채 5년물 금리가 1% 밑으로 떨어지면 생보사들이 줄줄이 자본잠식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변액보험 준비금 추가적립분도 추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손보사의 경우 한때 실적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던 실손보험은 애물단지로 전락했고 자동차보험은 팔아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올 상반기 손보사들은 4000억원이 넘는 자동차보험 영업적자를 떠안았다.

특히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연간 누적적자가 사상 처음 3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까지 나오면서 증권가조차 그 누구도 섣불리 '바닥'을 점치지 못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가 1~2%대인 상황에서 10%대 금리를 챙겨야 하는 보험사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면서 "이러다 정말 문닫는 보험사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이 되는 것도 보험사엔 부담이다. IFRS17은 2022년 1월 1일부터 시작되는데 보험사의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것이 핵심이다.

보험금이 될 돈은 부채로 잡기 때문에 새 회계기준에선 보험사들이 막대한 자본을 쌓아둬야 한다. 지금의 경영 상태로는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한 대형 생보사의 경우 해외 투자자들로 부터 투자 매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IR팀장이 충분한 배당 여력을 강조했지만 금리민감도가 큰 생보주인데다 정책 변화 기대를 가질 수 없다는 게 투자 거절 이유였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마다 투자자들의 피난처 역할을 해온 보험주가 자본확충 이슈 때문에 배당기대감이 줄어들면서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면서 "손보사의 경우 손해율 안정 이후인 올 연말, 생보사의 경우 회계제도 변경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2022년 이후 재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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