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화학사, 광고업계 '블루칩' 부상…소비자 소통 강조

  • 송고 2019.09.23 11:07
  • 수정 2019.09.23 11:14
  •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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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내 석유화학 계열사 위상↑…"기업 내 성장동력"

SK이노베이션·롯데케미칼, TV 등 광고 비중 대폭 증가

김정기 작가와 콜라보로 진행한 SK이노베이션 광고[사진=SK이노베이션]

김정기 작가와 콜라보로 진행한 SK이노베이션 광고[사진=SK이노베이션]


B2B의 대표격으로 꼽히는 석유화학사가 광고업계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광고는 통상 대중의 소비 증진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B2B 기업에서는 투자에 소극적이었지만 최근에는 180도 달라진 모양새다. 업계는 이같은 변화를 그룹 내에서 화학사의 위상이 크게 올라간 방증이라고 평가했다.

23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등 국내 석유화학사 광고는 TV는 물론 영화관, 유튜브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재밌으면서도 인상적이라는 반응이 국내외에서 쏟아지고 있다.

광고에 가장 적극적인 석유화학사는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매년 혁신적인 광고를 제작하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영화관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광고 중 하나를 내놨다.

세계적인 드로잉 아티스트 김정기 작가와 콜라보 작업을 진행했다. 김 작가는 가로 5m, 세로 2m의 대형 캔버스에 SK이노베이션의 석유, 화학, 윤활유 등 다양한 사업영역을 세계지도 형태의 그림으로 표현하는 '라이브드로잉(Live Drawing)'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김 작가는 각각의 화학 공장과 주유소를 그려 아시아 대륙을 완성했다. 또 석유 시추 현장과 자동차 배터리 공장으로 유럽과 북미 대륙을 표현했다. 당시 아시아, 유럽, 북미에서 주력으로 하는 SK이노베이션 사업 영역 디테일을 살려 '대한민국에서 세계로 에너지 화학의 큰 그림을 그립니다'라는 주제를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유튜브에 게시된 광고 조회수만도 400만건을 넘어섰다. 기업 PR 광고 조회수로서는 이례적이다. SK이노베이션을 모르던 대중에게도 SK라는 그룹과 SK이노베이션을 각인시킨 광고로 꼽히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광고[사진=유튜브 캡쳐]

SK이노베이션 광고[사진=유튜브 캡쳐]


SK이노베이션은 이후에도 틸트 브러시(Tilt brush)를 활용한 VR 아트를 광고로 접목하는 등 매년 기발한 광고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울, 인천, 대구 등 전국 주요 도시 영화관에서 광고 시사회를 진행하며 관람객에게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

올해는 보다 친근한 이미지로 접근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한 프로그램의 주제곡을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했다. "우~와~우와~우~와 우와"라는 첫 마디가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당긴다. 광고에서는 이 배경음악의 주제인 동물이 나와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사업을 소개한다.

태양광 발전 주유소, 고성능 전기차 배터리, 차세대 모빌리티 윤활유, 초경량 자동차 소재 등을 하나하나 뛰어다니며 '그린밸런스' 이미지를 강조한다. 이 광고는 최근 해외에서 조회수 5000만을 넘어서며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는 매년 내놓는 인상적인 광고를 두고 SK그룹 내에서 SK이노베이션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석유화학은 대표적인 B2B 사업이라 광고 등 마케팅에 큰 공을 들이지 않는게 보통이지만 그룹의 성장동력이자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이끌어 갈 사업부문이라는 점을 광고를 통해 분명히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B2B 기업 광고는 기업 가치와 인지도를 높이고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며 "광고는 기업의 이미지와 기업의 핵심 키워드를 대중에게 알리는 가장 큰 수단이기 때문에 기업 차원에서는 향후에도 오래 남을 수 있는 사업부문을 강조해 이미지 제고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광고[사진=유튜브 캡쳐]

롯데케미칼 광고[사진=유튜브 캡쳐]


이같은 이유로 롯데그룹에서도 최근 롯데케미칼의 광고 비중을 늘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케미칼에 대한 애착을 보이면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광고선전비는 2017년 보다 360%나 올랐다. 현재 롯데 그룹 이미지 광고를 제외하고는 계열사 중 롯데케미칼의 광고가 가장 많다.

롯데케미칼은 보라색, 노란색, 초록색 등의 여러 색으로 광고를 채웠다. 몽환적이면서도 트렌디한 음악도 힘을 발휘했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롯데케미칼 광고음악을 묻는 질문이 속속 올라왔다. '생각을 화학한다. 미래로 나아간다'는 마지막 멘트는 롯데의 화학사업 의지를 강하게 반영했다는 평가다.

국내 화학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SK와 롯데 중심으로 화학사업 광고를 통해 소비자와의 소통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곧 다른 대형 화학사도 속도를 낼 것"이라면서 "해외사업 진출에서도 광고가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기 때문에 투자는 늘어나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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