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한 우물'·코오롱 '새 우물'…2社 2色으로 시장 제패

  • 송고 2019.09.27 10:57
  • 수정 2019.09.27 11:01
  •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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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섬유사업 전문성 강화…스판덱스·탄소섬유 1인자 등극

코오롱, 섬유 외에도 필름 등 사업 확장…CPI 필름 생산 확대

효성 베트남 스판덱스 공장 생산설비

효성 베트남 스판덱스 공장 생산설비

화학섬유업계의 대표주자 효성과 코오롱이 각기 다른 전략으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효성은 고부가 섬유에 역량을 집중하는 '한 우물파기' 전략을 펼치는가 하면 코오롱은 사업 다각화를 통해 신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사업 전략은 반대지만 양사 모두 주력사업 분야에서 정상에 오르며 기염을 토하고 있다.

27일 화학섬유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지난해 존속법인 지주회사 ㈜효성과 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중공업, 효성화학 등 4개 사업회사로 분할한 후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를 통해 섬유사업을 영위해오고 있다.

효성티앤씨는 고부가 섬유시장의 1인자로 불린다. 효성은 1992년 세계에서 네번째, 국내에서는 최초로 독자 기술을 개발해 스판덱스를 만들었다. 창업주 조홍제 회장부터 조석래 명예회장, 조현준 회장까지 3대에 걸쳐 기술력을 고도화했다.

브랜드 이름은 '크레오라'다. 악취 제거, 내염소성, 내구성, 냉감기능, 자외선 차단 등이 돋보인다. 특히 원상 회복률이 97%에 달해 아웃도어, 스포츠 원사, 스타킹 등 다양한 제품의 소재로 사용된다. 낮은 온도에서 세팅 가능한 크레오라 에코소프트, 스포츠 의류용 크레오라 액티핏 등의 라인을 구축해 가고 있다.

7개 스판덱스 공장(중국 취저우∙자싱∙광동∙주하이, 베트남 동나이, 브라질, 터키)은 스마트팩토리로 제조 경쟁력을 한층 높였다. 최근 생산규모도 늘렸다. 1억달러를 들여 인도 아우릭 공단에 준공했다. 지난 20일 가동을 시작한 이 공장의 생산규모는 연간 1만8000톤에 달한다. 향후 수요와 전망에 맞춰 미주 지역에 증설을 검토한다.

효성첨단소재는 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섬유 시장 제패에 나섰다. 탄소섬유(CFRP)는 자동차용 내외장재, 건축용 보강재, 스포츠레저 분야, 우주항공 등 철이 사용되는 모든 산업에 적용돼 조현준 회장이 그룹 차원의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분야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효성이 유일하게 탄소섬유 생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생산규모는 연간 2000톤이다. 아직은 일본 도레이의 절반 정도지만, 효성은 2028년까지 총 1조원을 투자해 생산규모를 2만4000톤까지 확대한다. 증설이 끝나면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국내 시장에서는 수소경제 등에 힘입어 향후 5년간 17%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 국내외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6월 사우디 아람코와 탄소섬유 공장 설립 검토를 위한 MOU를 체결했고, 현 정부는 소재강국 정책을 앞세우며 가장 먼저 효성첨단소재를 찾기도 했다. 증권업계는 효성의 이같은 행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효성티앤씨와 효성첨단소재의 섬유사업으로 고수익성을 지속한다는 전망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들이 CPI(투명폴리이미드) 필름을 살펴 보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연구원들이 CPI(투명폴리이미드) 필름을 살펴 보고 있다.


이처럼 효성이 섬유사업에 전문성을 키워갈 때 코오롱은 사업 다각화의 길을 택했다. 코오롱에서 섬유사업사로 구분되는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산업자재, 화학자재, 필름·전자재료, 패션, 기타&의류소재로 사업군을 나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이 중에서도 필름·전자재료 사업군을 확장했다. 최근 폴더블폰 출시로 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투명폴리이미드(CPI) 필름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09년부터 연구개발에 매진해 내놓은 제품이다.

CPI 필름은 국내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만이 생산할 수 있다. 2016년 7월 국내 최초로 투명PI 필름을 개발해 CPI라는 브랜드를 특허 출원한 뒤 지난해 경북 구미공장에 5.5인치 패널 기준 약 3000만대 물량을 커버할 수 있는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폴더블폰 출하량은 올해 40만대, 2020년에는 320만대, 2023년에는 3680만대까지 늘어난다. 전자업계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기술력과 제품 품질을 높게 평가해 향후 폴더블폰 등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이 확대될수록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입지가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때문에 CPI 필름의 실적 상승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분석이다. 이밖에도 필름·전자재료 사업군에는 편광, MLCC, 태양광 필름 등 스페셜티 제품이 대거 포진해 있어 증권업계는 필름·전자재료 실적이 매 분기 수직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지난 4~5월 중화권 고객사향 CPI 매출 발생으로 코오롱인더스트리의 CPI 실적은 2분기부터 반영됐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에서 필름사업의 턴어라운드로 영업이익이 상승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KTB투자증권은 필름·전자재료 영업이익이 3분기 60억원에서 4분기 80억원으로, 내년이면 총 400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 봤다.

산업자재 사업군에 속하는 아라미드도 몸값을 올리고 있다. 미래 소재로 불리는 아라미드는 최근 화두인 5G 광케이블, 자동차 경량화의 소재로 사용된다. 그간 부진했던 실적도 상쇄할 정도로 판매량을 크게 늘려가는 분위기다.

현재 연간 5000톤인 아라미드 생산능력을 7500톤으로 확대하는 증설도 진행 중이다. 500도에 달하는 고온에서도 분해되지 않고, 1.6mm의 얇은 실이 350kg의 무게를 버틸 정도로 강도가 센 아라미드는 향후 5년간 매년 5%대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여러 사업군에서 모두 정점을 찍겠다는 포부다. 결국에는 기술력을 높이겠다는건데 올해 상반기 기준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국내 화학사 중 매출 대비 R&D 투자비중이 비교적 높은 축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화학사들의 매출 대비 R&D 투자비중은 평균 1%로 집계됐다.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대한유화, OCI 등은 0%대에 그칠 때 코오롱인더스트리는 2%의 수치를 기록했다.

화학섬유업계 관계자는 "각각 비슷한 사업으로 시작한 양사는 사업 방향성이 달라지며 한때 화학섬유업계 성공과 실패사례로 언급됐지만 지금은 양사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정점에 올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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