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대출 늘리는 은행권, 눈길끄는 플랫폼 지원

  • 송고 2019.10.15 11:08
  • 수정 2019.10.16 07:21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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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중기대출, 3년간 평균 40조씩 증가…예대율규제 맞춰 증가폭 더 늘 듯

중기금융 육성 대상 확대…맞춤형 플랫폼 개발해 우량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은행권 중기대출은 연체율과 부실률을 감안해 우량 차주 확보에만 공을 들였었지만, 최근에는 자영업자부터 스타트업에까지 맞춤형으로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연합

은행권 중기대출은 연체율과 부실률을 감안해 우량 차주 확보에만 공을 들였었지만, 최근에는 자영업자부터 스타트업에까지 맞춤형으로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연합

은행권의 중기대출이 수직상승하고 있다. 국내경제 둔화 여파로 부실징후 중소기업에 대한 은행의 리스크관리 강화가 요구되는 가운데 두드러진 형세다.

금융당국의 지속적인 중기대출 확대 주문에 은행권이 적극 호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또 내년부터 새롭게 적용되는 예대율 규제에 대비하기 위한 대응이기도 하다.

기존의 은행권 중기대출은 연체율과 부실률을 감안해 우량 차주 확보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영업자부터 스타트업에까지 맞춤형으로 지원하기 위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중기금융 육성을 위한 서비스 플랫폼 개발과 운영이 눈에 띈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709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669조4000억원)보다 39조8000억원 증가했다. 중기대출은 2017년 41조6000억원, 2018년 37조6000억원 등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경기에 예민한 중소기업 특성상 부실·연체 위험성이 높은 중기대출에 그동안 보수적으로 대하던 은행들이 태도를 바꾼 데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문재인 정부들어 꾸준히 강조 온 '생산적 금융' 차원에서의 중소기업, 벤처 자금 운용 지원 확대 주문에 따라 은행권이 가계대출 위주의 대출 포트폴리오를 중소기업 위주로 재편하고 있는 것이다.

내년부터 은행 예대율 산정 시 가계대출 가중치를 15% 상향하고 기업대출은 15% 하향하는 신 예대율 산정방식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향후 중기대출을 중심으로 한 기업금융을 계속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태도지수 지난해 4분기 -3에서 올해 4분기 7로 나타났다. 대출태도지수는 높을수록 대출심사를 완화하겠다는 금융회사가 강화하겠다는 곳보다 많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는 우량 중소법인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리스프레드가 줄어들거나 한도가 증액되는 등 완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중기대출을 늘리는 가운데 대출 대상을 우량기업에서 자영업자, 스타트업까지 늘리는 등 중기금융 육성을 위한 서비스 플랫폼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지난 7월 IBK기업은행이 출시한 중소기업 디지털 경영지원 플랫폼 '박스(BOX)'는 출시 후 두 달 만인 지난 9월 말 가입자가 2만명을 돌파했다.

박스는 '기업 경영지원 전문가(Business Operation eXpert)'라는 의미로, 생산·자금·인력·재무·마케팅 등 중소기업의 경영활동 전반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은 ▲비대면 대출 지원 ▲정책자금 맞춤 추천 ▲생산자네트워크 지원 ▲해외 바이어 매칭 ▲기업 부동산 매매 중개 등 총 12개의 개별 BOX를 통해 금융·비금융 지원 솔루션을 제공한다.

지난 7월 말 출시된 KB국민은행의 'KB브릿지'는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의 경영 애로를 해소하고자 개발된 모바일 정책자금 플랫폼이다.

KB브릿지는 인공지능(AI) 및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자영업자별 특성에 맞는 정책자금을 추천해주는 점이 특징이다. 자영업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기능도 제공된다.

더불어 정책자금, 창업, 상권분석 관련 상담이 필요할 경우 국민은행의 전국 12개 'KB소호컨설팅센터'에서 원스톱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 지원한다. 이와 함께 금융감독원은 KB브릿지를 통해 '금융꿀팁'등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 대상 금융콘텐츠도 지원된다.

신한금융의 '이노톡'은 예비창업자와 스타트업 육성에 초점을 맞춘 플랫폼이다. 이노톡은 창업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코너와 컨설팅, 투자 및 금융서비스 등 3가지 카테고리로 구성됐다. 정보제공 카테고리는 창업 관련 각종 정보, 정부 정책, 관련 산업 보고서 등 업데이트된 최신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이성용 신한미래전략연구소 대표는 "예비창업자들과 스타트업 기업인들을 만나보니 법인설립 절차, 각종 계약서 샘플 등 의외로 간단하고 기본적인 정보에 대한 니즈가 상당했다"며 "창업과 관련한 A to Z를 쉽게 전달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할 것이라 확신했고, 그 고민의 산물이 바로 이노톡"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이 중기금융을 확대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대출 증가에 따른 연체율도 동반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9년 7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5%로 집계됐다. 이 중 중소기업대출 연체율(0.57%)이 0.07%p 상승하며 기업대출 연체율 상승을 주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에 이어 시중은행들도 맞춤형 플랫폼 개발 등 중기대출을 확대하고 있어 이 같은 분위기가 업계 전반적으로 번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기대출 증가세와 함께 연체율도 동반 상승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면서도 "은행권이 향후 예대율 규제를 맞추기 위해 중기대출을 지속적으로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리스크 관리 대책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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