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흥행 실패…최우선 과제라던 은성수 '무색'

  • 송고 2019.10.16 00:01
  • 수정 2019.10.16 10:46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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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받았던 자본조달능력 확충 재도전 나선 토스뱅크 '우위'

"여전히 많은 규제 개선해야" 내년 1분기까지 혁신안 마련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EBN

지난 10일 기자들과 만난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EBN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최우선과제로 강조했음에도 인터넷은행 흥행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키움증권이 인터넷은행 재도전을 포기한데 이어 올해 상반기 토스뱅크에 참여했던 신한금융그룹도 당분간 도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우여곡절 끝에 재도전을 결정한 토스뱅크에 대해 감사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금융위원회는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접수에 소소스마트뱅크, 토스뱅크, 파밀리아스마트뱅크가 신청서를 접수했다고 밝혔다.

접수결과 예비인가 심사를 통과할 수 있는 신청자는 토스뱅크가 유일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예상이다. 지난 5월 첫 예비 인가시 토스뱅크의 탈락 요인이었던 '자본조달 능력'을 이번에는 상당부분 확충한 것으로 보여서다.

토스뱅크는 토스가 의결권 기준 34%의 지분으로 최대주주이며 KEB하나은행, 한화투자증권, 중소기업중앙회, 이랜드월드가 각각 10%의 지분을 가진 2대 주주로 참여한다.

이와 함께 SC제일은행(6.67%), 웰컴저축은행(5%), 한국전자인증(4%)이 참여하며 토스 투자사인 알토스벤처스와 굿워터캐피탈, 리빗캐피탈 등이 올해 상반기에 이어 이번에도 주주로 함께 한다.

올해 상반기 키움뱅크와 함께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 나섰던 토스뱅크는 지난 5월 심사결과 키움뱅크와 함께 동반탈락했다.

신한금융그룹, 현대상선 등 초기에 합류했던 주주들이 대거 이탈하며 벤처캐피탈만 남은 주주구성에 대해 외부평가위원회는 자본조달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며 예비인가를 불허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시 "토스뱅크의 경우 혁신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받았으나 벤처캐피탈들이 투자한 자금을 언제든지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이 불안요소로 지적됐다"며 "재도전에 나선다면 자본조달능력에 대한 확신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존 벤처캐피탈과 함께 시중은행, 증권사, 제2금융권 등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금융사들을 주주로 맞아들이는데 성공함으로써 외부평가위원회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달만 해도 토스뱅크는 이승건 토스 대표의 발언으로 인해 인터넷은행 재도전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승건 대표는 지난달 18일 열린 핀테크 스케일업 현장간담회에서 "금융당국에서 우리가 수행할 수 없는 안을 제시했다"고 언급했다. 증권업과 인터넷은행 진출 모두를 중단할 수 있다고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토스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승건 대표의 발언은 신임 금융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여러 고충을 공유하던 중 증권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발언이었다"며 "새로운 혁신적 증권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감독당국의 지도를 충실히 따르고 예비인가 과정을 진행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다.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금융당국으로서는 토스뱅크의 인터넷은행 재도전을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이다.

토스뱅크와 함께 신청서를 접수한 소소스마트뱅크는 자본조달능력 뿐 아니라 혁신성에 대해서도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며 업계에 알려지지 않았던 파밀리아스마트뱅크는 5인의 설립 발기인만 명시했을 뿐 아직 주주구성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토스뱅크가 재도전에 나서지 않았다면 최악의 경우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는 또다시 무산될 수도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요 금융정책 현안과제 중 인터넷전문은행 신규인가 추진을 최우선과제로 정했다고 밝혔다.

은 위원장은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여전히 진입문턱을 높게 느끼고 있다"며 "금감원과 공동으로 종합적 컨설팅을 제공해 올해 중 신규인가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상담·안내 강화, 금융위·외평위 운영 등 인가 운영방식을 일부 개선하고 희망기업을 대상으로 주요 문의사항들이 포함된 컨설팅 신청서를 미리 제출받아 검토하는 등 종합적 컨설팅에 나서며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독려했다.

그러나 키움뱅크를 주도했던 다우키움그룹이 인터넷은행 예비인가에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한데 이어 상반기 토스뱅크에 합류했던 신한금융그룹도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흥행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우리가 바라보는 인터넷은행의 방향을 함께 할 ICT기업을 찾지 못한데다 현재는 여건이 충분치 못하다는 판단 하에 당분간 인터넷은행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며 "앞으로 지속적인 검토를 통해 다음 기회에 다시 도전한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터넷은행의 흥행실패로 여전히 해외 주요국에 비해 국내에서는 혁신사업을 펼치기에 개선해야 할 규제가 너무 많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유니콘으로 성장한 핀테크 기업들의 사업모델을 살펴보면 10개 중 6개 정도는 규제로 인해 국내에서 할 수 없는 사업들"이라며 "이와 같은 규제들과 관련 규정이 없어서 나서지 못하는 사업들을 풀어주지 않는 이상 국내에서 많은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기를 바라는 것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는 금융당국은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신 전담 팀(TF)'를 구성하고 규제개선 건의과제 지속 점검·발굴, 분과별 실무검토·논의를 거쳐 내년 1분기 중 종합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연말까지 핀테크랩·현장간담회를 통해 규제를 발굴하고 상반기 발표된 핀테크 규제혁신 수용과제를 점검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아울러 내년 3월까지 동태적·맞춤형·현장밀착형 규제개선 과제에 대한 분과별 검토, 금융위·금감원 실무검토, 관계기관 협의를 지속한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조실 민관합동 규제개선 추진단과 공동간담회를 개최해 금융위 소관 뿐 아니라 타부처 소관의 핀테크 기업 애로사항까지 청취하고 개선방안을 논의한다"며 "150건 수용과제에 대해서는 개선상황을 지속 점검하고 개선완료 과제도 다시 개선할 필요가 있는지 등 현장의 추가적인 애로사항을 청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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