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터미널 우후죽순…가스공사 '초비상'

  • 송고 2019.10.16 11:09
  • 수정 2019.10.16 11:17
  •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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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오일허브 LNG터미널로 사업 변경

한양 묘도LNG 터미널 구축사업 추진

가스공 "물량 빠지면 도시가스비 인상"

포스코에너지의 광양LNG터미널.

포스코에너지의 광양LNG터미널.

민간기업의 LNG(액화천연가스) 직도입 물량이 증가하면서 LNG 저장탱크 임대시장이 활성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울산에 석유제품 저장탱크를 지으려던 한국석유공사가 LNG 저장탱크로 전환을 추진하는 등 여러 사업자들이 뛰어들 태세다. 그동안 LNG 수입시장에서 독점 지위를 누려온 한국가스공사는 향후 국내 총 수입량의 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6일 에너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를 주축으로 다수의 민간기업이 참여해 울산에 원유 및 석유제품 트레이딩 시설을 건설하는 동북아오일허브사업이 당초 계획을 변경해 절반 가량을 LNG저장탱크로 건설할 계획이다.

전날 열린 국회 산자위 국감에서 양수영 석유공사 사장은 "당초에는 석유제품만 하기로 했는데 (시황 악화로) 참여사들이 다 빠져나갔다"며 "이후 반은 석유제품으로 하고, 나머지는 LNG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동북아오일허브사업은 이미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지만 계획이 변경되면서 재조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양 사장은 "이달 내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기재부에서 사전출자를 받고 JV(조인트벤처) 허가를 받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동북아오일허브사업에는 석유공사(지분 25%), SK가스(25%), 호주 프로스타캐피털(25%), 에쓰오일(11%), 포스코대우(5%), 울산항만공사(4%) 등이 참여하고 있다.

초기 사업은 총 6200억원 가량을 투입해 990만배럴 규모의 원유 및 석유제품 저장탱크 등 트레이딩 시설을 갖추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원유 등 석유시장의 시황이 악화되자 국내를 비롯해 글로벌 물동량이 증가하고 있는 LNG로 품목을 전환했다.

변경된 계획에 따르면 원유 시설을 제외하고 석유제품 157만배럴 규모의 저장시설과 10만㎘급 LNG저장시설 2기가 건설된다. 지분 참여사인 SK가스는 인근에 LPG·LNG 겸용 복합발전소를 건설해 LPG는 자체 조달하고, LNG는 저장탱크를 이용할 계획이다.

건설사 한양도 LNG터미널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한양은 전남 여수에 있는 묘도 산업단지의 약 87만㎡(약 26만5000평) 부지에 20만㎘ LNG저장탱크 4기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지난 9월 한양과 보성그룹은 KDB산업은행과 ‘묘도 동북아 LNG 허브 터미널 조성’ 등 에너지 및 지역개발 사업에 대한 상호 협력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민간기업이 운영 중인 LNG터미널사업은 SK E&S와 GS에너지가 합작으로 운영 중인 보령LNG터미널(20만㎘ 3기)과 포스코에너지가 운영 중인 광양LNG터미널(총 53만㎘)이 있다. 광양LNG터미널은 연내 20만㎘ 탱크 1개를 더 준공할 예정이다.

이처럼 민간 LNG터미널이 크게 늘어나는 이유는 LNG 직도입 발전사들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발전사들은 한국가스공사로부터 발전용 천연가스를 공급받아왔다. 하지만 자가 사용분에 대해서는 직도입이 가능해졌고, 최근 미국 셰일가스 공급 등으로 가격이 크게 내려가면서 직접 도입하는 발전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그동안 LNG 수입시장을 거의 독점해온 가스공사는 초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산자위 소속 김삼화(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발전용 천연가스 사용량 가운데 직수입 비중은 2005년 0.6%에서 2017년에는 20.4%로 급상승했고, 앞으로 몇년 뒤에는 5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가스공사는 인프라 건설 등에 연간 조 단위의 투자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전 취급물량이 감소하면 투자비를 도시가스물량에 집중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곧 도시가스비 인상요인으로 작용해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직도입을 하겠다며 계약에서 이탈하는 발전사들을 잡기 위해 개별요금제를 곧 도입할 것"이라며 "공사의 발전물량이 줄게 되면 그만큼 투자비가 도시가스물량에 전가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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