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LG-SK, 서로 등 돌리고 살 수 있을까

  • 송고 2019.10.21 09:00
  • 수정 2020.02.11 15:22
  •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 url
    복사

LG그룹과 SK그룹의 배터리 소송이 벌써 반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아직 해결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으로 자사의 배터리 전문 인력 76명이 이직하는 과정에서 핵심 기술까지 유출됐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델라웨어 연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제소했다.

이어 LG화학은 지난 5월 서울지방경찰청에 SK이노베이션 법인과 인사 담당 직원 등을 고소했다. 현재 서울지방청 국제범죄수사대에서 산업기술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토대로 이번 사건을 수사 중에 있다.

SK그룹도 맞불로 나섰다. 지난 8월 SK이노베이션은 미국 ITC와 연방법원에 특해침해 혐의로 LG화학과 LG전자 및 LG측 미국내 자회사를 맞제소했으며, 앞서 6월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명예훼손 등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제기했다.

지난 4일 미국 ITC가 현장조사에 나서면서 LG와 SK의 배터리 소송전이 본격 진행되는 모양세다. 이번 소송은 기술적으로 따져볼 사안이 많은 만큼 워낙 복잡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최소 내년 하반기쯤에 가서야 결론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다. 두 그룹이 미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이유이다. 소송에서 지는 쪽은 판매 등 현지 영업활동에 제약이 가해지는 등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LG그룹이나 SK그룹이나 한국시장에서 서로 척을 지고 살 수 있을까? 두 그룹은 전자, 통신, 석유화학 등 많은 분야에서 중첩된 사업영역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경쟁과 협력을 반복하고 있다.

전체 사업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배터리로 나머지 분야에서 협력관계가 끊긴다면 결국 두 그룹의 손해일 것이다.

반대로 보면 그만큼 배터리사업이 중요하다는 뜻일 것이다. 앞으로 모든 전자기기가 무선화되고, 자동차도 전기차로 바뀔 것으로 전망되는데, 여기에는 기본적으로 배터리가 탑재돼야 한다. 시장조사기관에서는 앞으로 배터리시장이 반도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우리나라 배터리 3형제인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은 뛰어난 기술력과 선제적 투자로 세계 배터리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CALT나 BYD, 미국의 테슬라, 일본의 파나소닉 등 해외 메이저들도 자국시장력과 공격적 경영으로 국내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업체끼리 사생결단 싸움은 결과적으로 해외 경쟁업체만 도와주는 꼴이 될 것이다.

특히 LG그룹과 SK그룹은 단순히 기업을 넘어 국내 경제의 상당부분을 떠받히고 있는 기둥들이다. 한국 경제는 2% 경제성장률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국내 경제 상황을 감안해서라도 두 그룹 총수 간의 원만한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더 이상의 국가적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권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