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회장 아시아나항공 인수 배팅…신성장동력 되나

  • 송고 2019.11.13 11:03
  • 수정 2019.11.13 11:03
  • 김재환 기자 (jeje@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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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주택건설 외 항공산업으로 재계 20위권 진출 가능성

막대한 인수금·부진한 실적에 재무부담 증가 장기화 우려도

최근 면세점과 호텔 등 사업 다각화에 힘을 줬던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항공업계 진출에 나섰다. 현재 그룹보다 덩치가 큰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재계 20위권 대기업에 이름을 올리게 될 전망이다.

건설 및 증권업계에서는 주택건설 부문에 주력했던 현대산업개발의 과감한 행보에 주목하면서도 막대한 재무부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2일 서울시 용산구 현산 본사에서 (왼쪽 세 번째)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EBN

12일 서울시 용산구 현산 본사에서 (왼쪽 세 번째)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EBN


정몽규 회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가 어려운 시기는 기업을 인수하기에 좋은 때"라며 "어떤 기업을 인수할 것인가 연구해왔고 능력이 된다면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정 회장이 연이어 기업 인수전에 뛰어든 이유를 묻는 말에 대한 답변이다. 현재 업종에서 더 많은 영토 확장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이기도 하다.

지난 1999년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2014년까지만 해도 15개 계열사에 자산 7조2000억원 규모로 대기업 자산 순위 기준 재계 50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 계열사 24개에 자산 10조5970억원으로 재계 33위까지 올라왔다. 11조543억원 규모 아시아나항공까지 인수하면 자산 21조6513억원에 재계 18위로 뛰어오르게 된다.

현재 미래에셋대우와 컨소시엄 형태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얻은 현대산업개발은 앞으로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실사를 진행한 후 연말까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실사 과정에서 추가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정 회장은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어느 정도 나왔고 더 큰 문제가 나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정 회장의 행보를 지켜보는 건설업계는 그동안 건설부터 유통과 면세, 레저 등으로 업종을 확대해왔던 현대산업개발의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가장 큰 배팅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여러 사업에 손을 뻗었지만 여전히 주택매출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올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상반기 누적 매출액 2조3000억원 중 외주 주택공사 부문만 1조3230억원에 이른다.

지난 5월 기준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회사 및 자산총액 현황.ⓒ공정거래위원회

지난 5월 기준 공시 대상 기업집단 소속회사 및 자산총액 현황.ⓒ공정거래위원회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플랜트나 토목 비중도 높은 타사와 달리 주택 비중이 대단히 큰 현대산업개발의 경우 주택경기에 따라 부침이 크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 절실했을 것"이라며 "다만 (아시아나항공이) 무리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2조5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입찰가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이 부진한 실적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추가적인 재무부담까지 짊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올해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부채 9조5989억원에 부채비율 659.5%, 11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앞으로 마련해야 할 막대한 인수자금도 문제다. 미래에셋대우가 약 7000~8000억원을 조달한다고 했을 때 현대산업개발은 약 1조7000~8000억원을 내야 한다.

이는 올해 상반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현대산업개발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조1670억원보다 많다. 다소간의 외부 차입이 필요하므로 현 114% 수준의 부채비율 및 금융비용 증가는 불가피한 셈이다.

증권업계에서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대규모 자본투자가 진행돼야 하고 부채비율의 급격한 변화가 수반된다는 점에서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정 회장은 "(현재 30% 수준으로 알려진) 미래에셋대우 자금조달 비중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계속 논의해야 한다"며 "증자로 아시아나항공 부채비율이 300% 미만으로 내려가면 계속 (회사가) 어려웠던 악순환은 선순환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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