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줄인 카드사, 기존 직원 '키운다'

  • 송고 2019.11.18 10:56
  • 수정 2019.11.18 10:56
  •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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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 혁신 나서…신한카드 '복장자율화'·우리카드 '노사공동선언' 등

카드수수료 인하로 업황 악화…직원 생산성 높여 인력수급 필요성 낮춰

13일 우리카드 본사에서 진행된 '노사공동 선언식'에서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왼쪽)과 최현수 우리카드 노동조합위원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우리카드

13일 우리카드 본사에서 진행된 '노사공동 선언식'에서 정원재 우리카드 사장(왼쪽)과 최현수 우리카드 노동조합위원장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우리카드

카드사들이 신규채용은 줄이는 반면 직원 만족도 향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규제에 따른 업황 악화로 수익성까지 떨어지는 가운데 인적자산까지 유출되면 경쟁력 악화로 귀결되는 것은 자명하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금융권은 보수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깰 정도로 고강도의 조직문화 혁신에 나섰다.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는 신한카드는 과거 정장 위주의 복장을 직원 개개인의 자율에 따라 선택해 입는 복장 자율화로 전환했다. 5단계로 나뉘어져 있던 직급에 따른 호칭을 '~님'으로 통일했다.

신한카드는 업무시간 몰입을 통해 근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집중근무시간, 탄력근무제, PC온오프(On-Off)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직원들의 불필요한 추가근무나 야근을 줄임으로써 회사와 개인의 삶의 균형을 맞추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회사가 직접 챙기는 것이다.

근무 생산성을 높여 주 40시간 시대에 앞서 나가기 위한 신한카드의 40가지 업무 노하우를 담은 책 'HOW40'(하우 포티)를 펴내기도 했다. 이를 현장 실천 매뉴얼로 활용하는 동시에 대외에 적극 홍보하며 '근무여건이 좋은 회사'로 이미지를 뿌리내리려 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행복한 일터 만들기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노사공동 선언'을 실시했다. 지난해부터 도입한 PC오프 시스템을 통해 임직원들의 워라밸 실현에 앞장서왔다. 올해 중순에는 행복한 일터만들기 위원회를 운영해 임직원들이 마음편히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왔다. 자라섬 국제 재즈 페스티벌, 가족과 함께하는 캠핑 등 가족친화 프로그램을 제공해 직원들의 행복도와 만족도가 무척 좋다는 후문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우리카드는 가족친화경영에 대한 전문성 확보 및 직원만족도 제고를 위해 2018년 1월 인사팀 내 겸직 업무에서 직원만족팀을 별도 분리 신설해 직원만족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직원 보건 및 후생 등 복리증진 업무를 전담하게 하는 등 가족친화경영 실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직원들의 자기개발 수요도 충족시키고 있다. KB국민카드는 학원 방문 시간과 비용 절약을 희망하는 직원들을 위한 일대일 외국어 학습 프로그램 'KB 위스터디'를 도입했으며 롯데카드는 점심시간을 활용한 임직원 자기주도 학습 프로그램 '소프트'를 운용한다.

카드사들의 이 같은 열정적인 직무만족 향상 노력은 소극적인 신규채용 기조와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현대카드, 롯데카드, BC카드는 올 하반기 신입공채를 별도로 진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100여명 규모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했던 우리카드는 올해 채용규모가 30명 안팎으로 줄었다. 우리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채용은 일시적 규모 증가로, 올해 채용은 예년 수준의 규모다.

정책당국의 연이은 카드 가맹점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이 비용절감에 나선 영향이 크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은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부담은 결국 우리 청년들에 대한 양질의 일자리 감소, 소비자에 돌아갈 혜택 감소, 그리고 관련 생태계의 경쟁력 약화로 연결되는 현실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보유 직원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이유는 이런 상황과 직결된다. 직원 생산성을 높임으로써 인력수급의 필요성을 낮추는 것이다. 또 기존에는 높은 연봉수준 하나로 다른 근무조건을 상쇄했지만, 최근 ICT대기업의 금융업 진출 선언이 이어지면서 카드사 역시 인력유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출범하고 내년 네이버 통장을 출시, 이를 교두보 삼아 신용카드와 적금, 보험 등 금융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화손해보험과 SK텔레콤, 현대자동차의 합작사인 캐롯손해보험의 경우 현재 경력직 채용을 진행하고 있는데 임직원의 다양한 취미·여가활동을 위한 복지포인트(200만원)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핀테크기업의 실탄 투여도 과감하다. 토스는 경력 입사자에게 전 회사 연봉의 1.5배를 제안함과 동시에, 추가로 전 회사 연봉에 준하는 금액을(최대 1억원 한도) 입사 후 첫 월급일에 사이닝보너스로 일시에 지급하는 채용정책을 발표했다.

8개 전업계 카드사의 2018년도 사업보고서를 보면 직원 평균연봉은 9100만원이나, 초년차 직원들의 경우 이직의 여지가 있다. 카드사는 은행과 같은 타 업권에 비해선 근속연수가 짧게 나타나고 있다. 시중은행 4곳의 평균 근속연수는 14~16년에 걸쳐있는 반면 카드업계는 KB국민카드의 경우 12년, BC카드 11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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