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해지보험…금융위·금감원 '엇박자'에 보험권만 '혼선'
보험료 저렴한 대신 중도 해지시 환급금 거의 없는 상품
'소비자선택권 확대' 인정받아 2015년 오렌지 상품출시
현재 '해지환급금 적다'는 이유로 민원 우려 상품 전락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2019-11-20 00:00:21
▲ ⓒ금융감독원

'야심작'이란 찬사를 받으며 출시된 저해지 환급금보험이 금융당국 우려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2015년 금융위원회가 인가해 시중에 등장한 이 상품은 무해지보험으로까지 확대되며 최근까지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 금융감독원은 이 상품에 대해 소비자경보를 내린 상태다. 일부에선 금융당국 간 엇박자로 보험시장이 일정부분 손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7일 불완전판매 우려를 받고 있는 저해지·무해지환급금 보험에 대한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금감원은 보험료 납입완료 이전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이 전혀 없거나 일반 상품보다 적다는 사실을 반드시 확인하고, 저렴한 보험료나 납입기간 이후 환급률이 높다는 점만 강조해 판매하는 경우 등을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보험 상품 명칭상 ‘무(저)해지환급금 보험’ 여부를 먼저 판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상품 이름이 ‘해지환급금 미지급(일부 지급)’ 또는 ‘무(저)해지환급’ 등의 용어를 포함하는 보험은 이번 소비자경보 대상이란 설명이다.

문제가 된 저해지·무해지 환급금 보험은 대부분 보험료 납입 완료시점 이후에는 일반 상품과 해지환급금이 같다. 차이점은 납입 완료 전에 해지할 경우 해지환급금이 없거나 일반 상품보다 적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해지환급금이 일반 상품보다 적은 만큼 보험료도 일반 상품보다 저렴하다는 이점이 있었다.

그렇다보니 이 상품 판매량은 급증세를 기록해왔다. 2016년 32만1000건이었던 판매 건수(신계약 기준)는 지난해 176만4000건으로 144만건 뛰어오른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 108만건이 판매로 체결됐다.

금감원은 "2018년 이후 급격한 판매증가 및 과당 경쟁 형태를 보이고 있어 불완전 판매 등의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상품 출시 초기엔 암보험, 건강보험 등 무(저)해지 환급금 보험으로 판매했지만, 최근엔 보험기간이 긴 종신보험이나 치매보험을 중심으로 판매이어지고 있어서다. 장기상품은 대부분 납입기간 20년 이상이 많다. 금감원은 향후 경기 침체로 인한 계약 해지가 늘어나면 민원 급증을 유발할 수 있는 상품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우려와 달리 이 상품은 금융당국 기대를 받고 출발선에 섰다. 보험료가 저렴하다보니 보험 가입을 희망하는 소비자에게 일단 유리하는 판단에서였다. 이 상품의 포문을 가장 먼저 연 보험사는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다.

오렌지라이프는 2015년 7월 저해지 환급형 종신보험인 '용감한 오렌지 종신보험'을 출시하며 금융당국과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이 상품은 기존 종신보험 대비 보험료는 최대 25% 저렴하고, 동일한 보험료를 낸다면 사망보험금은 최대 25% 더 많이 받을 수 있다. 고객 선택지를 넓혔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해지환급금 지급비율이 기존 종신보험의 50%, 70%, 100% 수준의 3종류에서 고객이 고를 수 있었다. 1종(실속형)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해지환급금이 기존의 50%이며, 3종(표준형)은 해지환급금이 여타 종신보험과 같은 대신 보험료도 다른 상품들과 같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와 보험료 할인 등 상품의 혁신적인 점을 주목해 상품 판매 활로를 열었다. 2015년 5월 무해지환급금 보험 상품 활성화 방안을 내놓은 금융위는 저금리 환경 속에서 보험소비자의 보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무해지환급금 보험같이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것을 보험업계에 제안했다. 저해지·무해지 환급금 보험은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 주류로 인정받고 있는 상품이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보험업계는 지금까지 저해지·무해지 환급금 보험 출시에 나선 상태였다. 보험사 관계자는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보험업계 시장은 저금리, 떨어진 영업력 등 여전 히 같은 이슈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 상품 활성화를 주도한 금융위, 과잉 판매에 우려한 금감원이 소비자경보를 내놓은 엇박자가 보험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보험권 전문가는 "시장에서 판매를 하는 보험사는 실적을 따라 과열로 갈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녔다"면서 "순수보장성 상품에 대한 저해지·무해지 상품은 민원 가능성이 낮지만, 민원 제기 가능성이 높은 상품에 있어서는 저해지·무해지 기능을 제한했어야 했다"고 상품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산업을 키우는 금융위 기능과 시장을 감독하는 금감원 기능은 업권을 막론하고 충돌, 서로 견제할 수밖에 없다"면서 "업계가 혼란스러운 것은 알지만, 기관의 본연의 역할은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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