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27년 바이오 뚝심…국내 첫 신약 독자개발

  • 송고 2019.11.22 08:13
  • 수정 2019.11.22 08:47
  • 손병문 기자 (moo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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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 FDA 승인…독자개발 한국 첫 신약

최 회장 "혁신 신약 개발 꿈 이룬다, '신약주권' 향한 의미 있는 도전"

"1993년 신약개발에 도전한 이후 실패도 경험했지만 20년 넘도록 혁신 패기 열정으로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 신약개발 사업은 시작할 때부터 여러 난관을 예상했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에서 꾸준히 투자했다. 혁신 신약 개발의 꿈을 이루자."

2016년 6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기도 판교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찾아 이같이 강조했다. 3년이 지난 22일,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XCOPRI, 세노바메이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신약승인을 받았다. SK바이오팜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개발 및 신약허가까지 전 과정을 독자 수행한 국내 최초 제약사가 됐다.

신약개발은 통상 10년~15년의 기간과 수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투입된다. 5000~1만개의 후보물질 중 단 1~2개만 신약으로 개발될 만큼 성공확률이 낮다.

때문에 연구 전문성은 기본이고 경영진의 흔들림 없는 육성 의지가 바탕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영역이다. 엑스코프리 역시 최태원 회장의 뚝심과 투자 철학이 없었다면 빛을 볼 수 없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SK는 1993년 대덕연구원에 팀을 꾸리면서 불모지 같던 제약사업에 발을 들였다. 같은 해 생명과학연구팀, 의약개발팀 등 5개로 나눠져 있던 조직을 통합, 신약 연구에 집중 하는 한편 다양한 의약성분과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과 미국에 연구소를 세웠다. '신약주권'을 향한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

대부분 국내 제약사들이 실패 확률이 낮은 복제약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SK바이오팜은 오직 혁신신약개발에만 매달렸다. 단기 재무성과에 목마른 기업 입장에서 큰 결단.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최 회장의 비전과 확고한 투자 의지였다.

2002년 최 회장은 바이오 사업의 육성을 통해 2030년 이후 바이오 사업을 SK그룹의 중심축르로 세운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부터 마케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해 독자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 기업을 키워낸다는 비전이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신약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고 지주회사 직속으로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게 한 것 역시 최 회장의 신약 개발 의지였다.

임상 1상 완료 후 존슨앤존슨에 기술수출 했던 SK의 첫 뇌전증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2008년 출시 직전 문턱에서 좌절했을 당시에도 최 회장의 뚝심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SK바이오팜의 미국 현지법인 SK라이프사이언스의 R&D 조직을 강화하고 업계 최고 전문가들을 채용함으로써 독자 신약 개발을 가속화 했다. SK라이프사이언스가 이번에 FDA 승인을 얻은 엑스코프리의 임상을 주도했다. 발매 이후 미국 시장 마케팅과 영업까지 전담할 예정이다.

2018년 61억 달러(한화 7조14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세계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2024년까지 70억 달러(8조20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SK는 엑스코프리로부터 발생되는 수익을 기반으로 제2·제3의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지속할 방침이다.

최 회장은 의약품 생산 사업에도 공을 들였다. 2015년 SK바이오팜의 원료 의약품 생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바이오텍을 설립했다. SK바이오텍의 전신인 원료의약품 생산사업부가 1998년부터 특허 만료 전의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글로벌 제약사들에 수출해온 경쟁력에 주목한 것.

SK바이오텍은 2017년 글로벌 메이저 제약사인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했다. 국내 원료의약품 생산 기업이 해외 생산설비를 인수한 최초 사례다.

2018년에는 SK㈜가 미국의 위탁 개발∙생산 업체인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하는 글로벌 M&A에 성공했다. 인수 1년만인 지난 6월 앰팩 버지니아 신생산시설 가동이 시작되면서 한국-미국-유럽의 글로벌 생산기지가 전면 가동에 돌입했다.

지난 10월 SK㈜는 의약품 생산법인 세 곳을 통합해 SK팜테코를 설립했다. SK바이오텍과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 등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던 의약품 생산사업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시너지와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포석이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이항수 PR팀장은 "SK의 신약개발 역사는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낸 사례"라며"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사 등장이 침체된 한국 제약사업에 자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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