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친' 푸르덴셜 vs 한발 늦은(?) 메트라이프생명
대만 푸르덴셜 매각 때 양보없는 협상 끝에 결국 거래 무산
한국 푸르덴셜 그나마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매각 '적기'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2019-12-02 16:45:25
▲ 견실한 수익과 재무 건전성에도 불구하고 미국계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등장한 것을 놓고 시장에서는 "지금이 기업가치 꼭짓점이고 앞으로 하락만 남았다는 판단에서 매각을 서둘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EBN

견실한 수익과 재무 건전성에도 불구하고 미국계 푸르덴셜생명이 매물로 등장한 것을 놓고 시장에서는 "지금이 기업가치 꼭짓점이고 앞으로 하락할 일만 남았다는 판단에서 매각을 서둘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2022년 새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을 앞둔 현 시점이 푸르덴셜생명을 가장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는 타이밍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대형보험사 인수를 검토해온 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로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회사이고 사업철수설이 거론됐던 동양·ABL·AIA·메트라이프생명 등의 '엑소더스(Exodus·탈출)' 선언이 한 발 늦었다는 견해도 나온다. 매각을 통한 한국 시장 철수도 회사를 사주는 상대방이 있을 때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2일 투자은행(IB)업계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최근 골드만삭스를 주관사로 선정해 푸르덴셜생명 매각 작업 검토에 돌입했다. 1989년 한국 시장에 진출한 푸르덴셜생명은 타보험사들이 어려운 현재까지도 우량한 이익을 일궈냈다. 올해 상반기에 당기순이익 1000억원대에 육박하는 등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보험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RBC)비율도 505.1%로 금융당국 권고치(150%)는 물론 업계 평균(296.1%)을 훨씬 뛰어넘는다. 종신보험 위주로 상품을 팔아 30년간 계속보험료가 쌓인 게 자본력을 키웠다.

특히 고금리 확정형 판매 비중이 적어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돼도 자본 확충 부담이 가볍다는 게 푸르덴셜생명 강점으로 꼽힌다. 반대로 저금리와 저성장, 고령화가 종신보험 판매에 악영향이 된 부분도 있다.

인수·합병업계 시선은 원매자 후보군에 속하는 KB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에 집중된다. 이들 지주사는 우량한 보험사 인수를 최근 몇 년 간 검토해왔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 자산 10조원인 KB생명과 합쳐 업계 5위 규모 생보사를 보유하게 된다. 올해 초 금융지주사로 새로 출범한 우리금융지주는 생명보험 계열사가 없어 인수를 검토 중이다.

보험업계 인수·합병 전문가는 "이들 지주가 관심을 갖고 푸르덴셜생명 실사에는 참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은행권 관계자도 "KB금융의 경우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통해 신한지주에 밀린 1등 지위와 실적 격차 줄이고 비은행을 더욱 강화시키는 해법을 찾으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푸르덴셜 모기업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 내부적으로는 푸르덴셜 대만 법인을 제때 팔지 못해 철수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업계의 설명이다. 자본규제를 직면한 한국과 대만 보험사들은 현재 인수합병 시장에서 바이어(Buyer) 우위에서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

푸르덴셜파이낸셜은 앞서 일본을 제외한 대만 등 아시아 해외 법인에 대한 매각 작업에 나선 상태였다. 가격 협상이 길어지면서 대만 법인 매각은 현재 결렬된 상태다. 푸르덴셜파이낸셜 내부적으로는 실패한 대만 법인을 반면교사 삼아 한국 법인 매각에는 타이밍이 주효하다는 자체 분석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푸르덴셜생명 출신 한 관계자는 "한국보다 먼저 매각 시도한 대만 법인 가격을 놓고 모기업 푸르덴셜파이낸셜이 양보없는 협상을 벌이다 결국 원매자가 인수를 포기한 선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금융지주라는 원매자 후보군이 있고 그나마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매각을 선포한 것"이라면서 "매각 발표 시점을 저울질해온 외국계 보험사들은 속으로 '아차'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같은 외국사면서 잠재 매물로 인식돼오거나 혹은 한국 철수설이 오갔던 메트라이프생명의 경우 일단 금융지주로의 매각에는 한발 늦은 감이 있다는 게 시장 견해다. 메트라이프생명은 한국 시장에서의 녹록하지 않은 영업과 경영 영향으로 잠재 매물로 거론된다.

보험권 인수합병 전문가는 "아무래도 푸르덴셜생명이라는 우량 매물이 있기 때문에 바이어들이 다른 매물에는 눈 돌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편 푸르덴셜생명과 메트라이프생명은 "본사 차원에서 매각 계획을 공식화한 바 없다"는 게 공식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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