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16.9도' 전성시대

  • 송고 2019.12.03 14:41
  • 수정 2019.12.03 14:42
  • 권영석 기자 (yskwo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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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주요 소비 타깃층, 점차 젊어져"

하이트진로·롯데주류·금복주 등 주요사 동일 도수

제조사, 주정 등 원료 투입 감소로 원가절감 가능

ⓒ각 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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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력 소주 제품들의 알코올 도수가 '16.9도'로 맞춰지고 있다. 부드러운 술을 선호하는 여성과 20·30대 밀레니얼 세대의 음주문화 트렌드가 반영, 전국구 주력 주류들의 '저도주 시대'가 열린 것이다.

무학의 '좋은데이'로부터 시작된 저도주 경쟁은 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의 선풍적 인기에 힘입어 롯데주류·금복주와 배상면주가까지 이어지며 대세로 굳어진 양상이다.

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배상면주가는 가볍고 캐주얼하게 즐기는 음주문화 트렌드를 반영한 '느린마을 증류주'를 선보였다.

소주 카테고리로 묶이는 느린마을 증류주는 전북 고창에서 재배한 쌀로 빚은 소주 원액을 최적으로 블랜딩했다. 쌀증류원액을 주원료로 사용한 일반 증류주라는 점에서 일반 희석식 소주와는 다른 제조 공정을 거친 제품이다.

알코올 도수는 16.9도다. 투명한 병과 순수한 디자인을 적용해 깨끗한 맛을 특징으로 하는 제품의 컨셉을 살렸다. 용량은 360ml로 일반 희석식 소주와 동일하다.

회사 측에 의하면 기존 느린마을양조장에서 디캔더에 담아 판매하던 제품을 대중화하기 위해 병에 담아 상품화 한 것으로 현재는 느린마을양조장에서만 판다. 느린마을양조장은 '세상에서 가장 작은 양조장'을 콘셉트로 프리미엄 수제 막걸리와 다채로운 안주를 즐길 수 있는 신개념 양조 펍이다.

최근 롯데주류와 금복주도 각각 '처음처럼'과 '소주왕 금복주'의 알코올 도수를 16.9도로 낮춰 시장 흐름에 동참했다.

롯데주류는 소주를 가볍게 즐기며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증가하는 저도주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리뉴얼한 처음처럼은 '부드러움'을 강조하고 브랜드 로고를 포함한 디자인 요소를 간결하게 정리해 깔끔한 이미지를 한층 강화했다.

소주왕 금복주는 국내산 쌀 증류원액을 첨가해 기존 제품보다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을 강조 했다. 과거 금복주 제품의 투명한 병을 그대로 적용하고 캐릭터인 '복영감'을 중앙에 둬 옛 감성을 녹였다.

이처럼 저도주 제품의 잇단 출시와 관련, 업계는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 인기 영향이 적잖게 미쳤다고 풀이하고 있다.

소주업계 1위 하이트진로는 지난 4월 뉴트로(New+Retro) 콘셉트로 해 도수를 16.9도로 맞춘 진로이즈백을 새로 선보인 바 있다. 이 제품은 하이트진로의 대세 맥주 '테라'와 함께 하이트진로의 성장을 견인한 효자 상품이다. 출시 7개월만인 지난달 26일 기준 누적판매 335만 상자, 1억 53만병(360ml 병 기준)을 기록하는 등 기염을 토했다.

하이트진로는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수요가 급증해 품귀현상을 빚자, 지난 10월 생산라인을 확대해 공급을 안정화할 정도로 인기를 체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대세로 굳어진 저도주의 성장으로 제조사들 또한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소주의 원료라 할 수 있는 '주정(알코올)' 등의 투입 감소로 원가절감이 가능하다. 희석주인 소주에서 상대적으로 물의 양이 늘어날 경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다는 얘기다.

광고 또한 가능해진다. 현행 방송법상 16.9도 제품은 밤 10시 이후 TV 광고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제조사 입장에서는 호재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독주로 여겨지던 소주의 주요 소비 타깃층이 대체적으로 젊어졌다고 보고 있다. 16.9의 저도주가 현재 트렌드에 가장 적합한 알코올 도수로 자리 잡은 듯 하다"며 "희석식 소주의 경우 도수가 낮아지는 만큼, 원료가 되는 주정 또한 적게 첨가돼 원가절감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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