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신탁판금에 "이럴거면 안하는 게 낫다" 반전 기류

  • 송고 2019.12.03 15:41
  • 수정 2019.12.03 15:42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 url
    복사

금융당국 "저위험 신탁만 팔아라" 은행 "팔지 말라는 뜻"

핸디캡 안고 판매 '부담'…은행 신탁시장서 "발 뺄수도"

은행권이 이른바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대책으로 나온 고강도 규제가 과도하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아예 신탁상품 판매를 포기하겠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모습이다.ⓒ연합

은행권이 이른바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대책으로 나온 고강도 규제가 과도하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아예 신탁상품 판매를 포기하겠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모습이다.ⓒ연합

은행권이 이른바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대책으로 나온 고강도 규제가 과도하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한치도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은행들은 고위험 상품 판매에 대해서 사후대책 등 투자자 피해 예방을 위해 보완책을 낼테니 규제 완화를 해달라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은 규제 완화를 말하기 전에 불완전판매부터 하지말라고 경고하면서 일부 은행에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 때문에 은행권에서는 아예 신탁상품 판매를 포기하겠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모습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8일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를 열어 하나은행의 ETN(Exchange Traded Note·상장지수채권) 불완전판매에 대해 '기관경고' 중징계를 내렸다. 하나은행이 2017년 11월부터 양매도(콜옵션과 풋옵션 동시매도) ETN을 신탁에 넣은 상품을 판매하면서 적합성 원칙과 설명서 교부 의무 등을 위반해 불완전판매를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하나은행의 양매도 ETN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자 ETN을 포함해 시중은행의 모든 신탁상품에 대해 검사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하나은행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 전체적으로 신탁상품 판매 부문 검사에서 불완전판매 사례가 무더기로 적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KB국민은행에 대해서도 제재심을 열어 '기관경고'를 내렸고, 신한은행도 같은 시기에 '기관주의'를 받았다. 금융위원회는 이달 안에 두 은행에 대한 과태료 조치도 확정지을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하나은행이 해당 상품에 대한 완전판매를 주장했음에도 불완전판매로 결론이 난데다 타 은행에 대한 조치도 앞두고 있어 은행들이 선제적 대응, 혹은 사후 대응으로라도 신탁 시장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가능성도 예상하고 있다.

완전판매 주장에도 불완전판매로 결부되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신탁 상품을 팔아야 하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하나은행은 이번 중징계로 1년간 감독 당국 등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게 됐다.

당국의 고강도 규제와 별개로 최근 쪼그라들고 있는 사모펀드 시장 상황도 은행의 사모펀드와 신탁 상품 판매 태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까지 꾸준히 증가하던 개인 투자자들의 사모펀드 가입액이 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4개월째 감소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에게 팔린 사모펀드 판매 잔액은 10월 말 현재 24조7175억원으로 전월 말보다 9969억원 감소했다. 이는 2007년 12월(-1조976억원) 이후 약 12년 만에 가장 큰 월간 감소 폭이다.

비교적 은행 창구를 이용하는 개인 투자자들의 비중도 대폭 줄었다는 분석이다. 개인 투자자의 판매 잔액이 전체 사모펀드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올해 1월 말 7.01%로 2012년 8월 말(7.04%) 이후 6년여 만에 7%를 넘어 5월 말에는 7.25%까지 높아졌으나 10월 말에는 6.27%로 떨어졌다.

여기에 내년부터 은행에서 원금의 20% 이상 손실 위험이 있는 고난도 사모펀드 판매가 금지돼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가 더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당국의 규제가 과도한 상황에 시장까지 계속 쪼그라들고 있는 만큼 은행들도 신탁·펀드 상품 판매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규제 의지와 은행의 판매 의지에 상관없이 일단 42조9000억원에 달하는 은행 신탁 시장은 타격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라며 "시장 상황이 여려워지는 상황에 은행들이 불완전판매 제재 같은 핸디캡 리스크까지 가져가면서 신탁 상품을 판매하려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