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유·화학·태양광 '흐림'…배터리 '쾌청'

  • 송고 2019.12.04 06:00
  • 수정 2019.12.04 08:09
  • 윤병효 기자 (ybh4016@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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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 화학, 수요 감소 및 공급과잉 지속

태양광도 수요 늘지만 공급과잉에 발목

유럽 전기차 보급 본격화, 중국 가격경쟁력 유리

내년에도 글로벌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유, 화학, 태양광 산업의 기상도는 '흐림'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환경규제 강화로 전기차시장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핵심부품인 배터리산업의 기상도는 '쾌청'으로 예상된다.

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내년 석유 수출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의 자급률 및 수출 확대로 감소가 불가피하다.

올해 1~10월 석유제품 수출액은 319.8억달러로, 이는 전년 동기 대비(364.5억달러) 12.3% 감소했다. 특히 평균 수출단가도 지난해 배럴당 82.4달러에서 올해 73달러로 10달러 이상 떨어지면서 정유업계의 매출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악화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경기 악화로 역내 수요가 감소한데다, 중국이 자급률 확대에 이어 역대 최대 수출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8월 수요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수요 전망을 기존 하루 120만배럴에서 110만배럴로 하향 조정했다. 올 1~5월 원유 수요는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IEA는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 악화로 무역 활동이 줄고, 원유 수요를 끌어 내릴 수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이 세계 경제 성장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결정 역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석유공사(CNPC) 등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중국의 석유 수요는 하루 1230만~1290만배럴이며, 정제능력은 이보다 훨씬 많은 1680만배럴이다. 정제능력은 2025년까지 1880만배럴로 증가할 예정이다. CNPC 산하 경제기술연구소는 중국의 석유 수요가 전기차 운행 증가 영향으로 2030년 하루 1640만배럴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나마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연료유 황함량 감축 규제인 IMO 2020 시행으로 다소 숨통이 틔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규제는 선박연료유의 황함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대폭 낮추는 것으로, 이를 통해 새로운 석유제품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화학산업은 내년에도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와 공급과잉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지수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2일 열린 2020년 석유화학산업 전망세미나에서 "올해 시작된 (화학산업) 다운사이클은 불황이 장기화되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0.2%포인트 하락한 2.9%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석유화학시장이 경제성장률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률 하락은 곧 수요 감소를 뜻한다.

여기에 공급과잉까지 겹치고 있다. 미국의 에탄크래커 신증설 물량은 2017년부터 올해까지 연간 1050만톤이며,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추가로 1020만톤이 더 늘어날 예정이다. 세계 최대 정유업체인 사우디 아람코는 2025년까지 총 1710억달러를 석유화학에 투자할 계획이며, 중국 정부는 에틸렌 자급률을 올해 54%(연산 2564만톤)에서 2024년까지 74%(연산 4830만톤)로 끌어 올릴 계획이다.

태양광산업도 수요는 지속 증가하겠지만, 공급과잉이 계속되면서 업체 수익성 악화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태양광시장은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31.2%의 고성장을 보이다 2018년 중국 정부의 보조금 축소 영향으로 5.1%로 크게 떨어졌다. 올해는 중국 이외 지역의 수요 증가로 다시 30% 가량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유럽연합 28개국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 미달로 신규 투자 압박이 높아져 높은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발전 비중 32% 목표를 설정했다.

하지만 공급과잉으로 인해 단가 하락이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은 2018년 6월 53.2만톤에서 올해 7월 64.7만톤으로 증가했다.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2011년 80달러에서 2013년 10달러 중반으로 급락한 뒤 올해에는 10달러 미만까지 떨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설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내년에도 공급과잉이 쉽사리 해소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태양광시장의 과도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시장은 전기차 보급 확대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유럽시장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52만대에서 2020년 67만대로 크게 늘어나며, 2021년 87만대, 2022년 113만대, 2023년 147만대, 2024년 192만대, 2025년 251만대로 연평균 30%씩 증가가 예상된다.

이는 유럽 국가들이 환경규제 강화 차원에서 전기차 보급을 대폭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는 내년부터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현재보다 50% 인상한다. 독일은 전기차 목표 보급량을 2020년 100만대, 2030년 1000만대로 설정했다. 독일 기반의 세계 최대 자동차그룹인 폭스바겐은 2020년부터 2029년까지 전기차 총판매 목표를 기존 2200만대에서 2600만대로 상향했다.

중국 정부의 전기차 구매보조금 축소도 한국 배터리산업엔 호재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6월 중국 정부는 1회 충전 400km 운행 전기차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기존 1900만원에서 430만원으로 대폭 축소했다. 또한 계획대로라면 내년에는 보조금을 더욱 축소하고 2021년부터는 아예 지급하지 않는다.

현재 중국시장에 진출한 LG화학과 삼성SDI의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는 단 한번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 선정되지 않아 판매량이 제로에 가깝다. 때문에 보조금이 축소되면 그만큼 한국산 배터리를 장착한 차량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판매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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