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 외치는 한국, CEO 심사하는 유럽·영국
유럽중앙은행(ECB), 5가지 기준 놓고 후보자 평가와 인터뷰
영국 금융감독청(FCA), 금융경영자 후보 검증 한달 5500건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2019-12-04 06:00:00
▲ 유럽중앙은행과 영국 금융감독청은 금융사 임원 후보자가 직무에 적합한지를 살펴보는 적격성 심사를 통해 경영자를 발탁토록한다.ⓒEBN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연임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법률적 리스크 우려를 사외이사들에게 표하기로 가닥 잡았다. 하지만 신한금융은 경영 연속성과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당국 의견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 생각은 다르다. 금감원은 경영진 요건을 명확히 하는 것은 관치가 아니라 감독당국자로서의 소임이란 설명이다. 은행이 고심해 발탁한 인물이라 해도 경영능력까지 자동으로 보유한 건 아니란 이유에서다. 수십년 경력의 전문가라 해도 경영자가 되려면 종합적인 잣대를 놓고 능력을 검증받아야 한단 얘기다.

그렇다면 한국보다 100~200년 먼저 금융업을 경험한 선진국에선 어떻게 금융 경영자를 발탁하고 있을까?

◆유럽중앙은행(ECB) 임원 적격성 심사제도

4일 ECB가 밝힌 배용을 보면 이 곳에서 금융사 임원 적격성을 심사한 건수는 △2015년 1858건 △2016년 2394건 △2017년 1571건으로 집계된다. ECB는 △신규선임 △재선임 △직무변경 △사임 △새로운 사실관계 발견 △인허가 또는 대주주 변경 때 금융사 임원 후보자가 직무에 적합한지를 살펴보는 적격성 심사를 맡고 있다.

ECB는 먼저 △경험 △사회적 신용(Reputation)을 기준으로 놓고 심사한다. 과업과 관련한 후보자의 이론적 경험과 실무경험을 평가하는 것이다.

CEO(최고경영자)의 경우 은행과 금융서비스에 대한 최근 12년 중 10년 이상 경력(고위직 포함)을 보유해야 한다. 집행임원의 경우 은행과 금융서비스 고위직으로서 최소 5년 이상 경력을 갖춰야 한다.

사회적 신용 부문은 범죄 경력과 행정제재 경력 등 금융사 임원으로서의 평판을 저해하는 경력이 있는지에 대한 평가다.

ECB는 후보자에 대해 이해상충과 독립성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경영진이 건전하고 객관적이며 독립적으로 업무수행을 이행할 수 있는지, 이를 저해할 이해상충 요소 없는지를 평가한다.


직무전념성(Time Commitment)도 살펴본다. ECB는 금융사 경영진이 회사 직무 수행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지를 평가한다. 겸직 제한과 같은 양적 평가와 함께 질적 평가도 함께 수행한다.

이밖에 ECB는 경영진 구성에 대한 종합적 적합성(Collective Suitability)도 들여다본다. 금융사 경영진에 해당 후보자가 편입될 경우 경영진 전반의 자질이 금융사 경영에 적합할 것인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또 해당 금융사는 임원 후보자가 종합적 적합성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보고서를 ECB 등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이밖에 ECB는 CEO와 이사회 의장 등에 한해 의무적으로 인터뷰를 실시한다. 2017년 말까지 ECB는 총 71명의 금융사 CEO와 이사회 의장을 인터뷰 했다. 이중 11명은 의무대상, 60명은 재량적 판단에 따라 선정됐다.

이런 심사를 거쳐 ECB는 임원 적격성 여부를 결정한다. 결정 유형은 △적격 판정 △권고부 적격 판정 △조건부 적격 판정 △의무부과부 적격 판정 △부적격 판정이 있다. 예컨대 2016년에는 조건부 적격 판정이 최다 결정을 기록, 전체의 42%에 달했다. 이외 의무부과부 적격 판정(23%), 권고부 적격 판정(22%), 부적격 판정(1%) 순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적격성 심사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약 78일로 조사됐다. 유럽은행감독청(EBA) 가이드 라인상 심사는 6개월을 넘지 않는다.

국내 외국계 금융사 한 경영진은 "영국과 유럽 등 선진국 기업계에는 오너쪽 인물이라도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른 뒤부터는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면서 "그렇다 보니 CEO 후보들이 자신의 능력과 자질 입증을 거쳐야 한다. 헤드헌터 여러 곳이 동원되고 금융당국도 후보자의 자질을 심사하는 등 입체적이고 공정하게 경영능력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경영능력 검증 절차와 혹독한 훈련과정 없이 충성도 높은 내부 인재란 이유로 경영자로 낙점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의 금융사 임원 적격성 심사

▲ 해당 금융사는 경영책임 진술(statement of responsibilties)을 통해 모든 고위 경영진 책임을 명확히 기술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사는 각각의 고위 경영진의 책임을 표기한 '책임지도(responsibilities map)'와 함께 경영과 지배구조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금융사는 또 매년 1회 이상 고위 경영진이 해당 업무에 적합한 인물인지도 체크해야 한다www.fca.org.uk/

FCA는 2014년 금융사 고위 경영진 인증제도(Senior Managers and Certification Regime=SM&CR)를 도입했다. FCA에 따르면 중요 경영기능을 수행하는 금융사 고위 경영진은 임기 시작 전에 FCA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FCA는 △정직성(honesty) △고결성(integrity) △평판(reputation) △능력(competence and capability) △재무상태(financial soundness)를 기준으로 경영진 후보자를 심사한다.

또 해당 금융사는 경영책임 진술(statement of responsibilties)을 통해 모든 고위 경영진 책임을 명확히 기술해야 한다.

아울러 금융사는 각각의 고위 경영진의 책임을 표기한 '책임지도(responsibilities map)'와 함께 경영과 지배구조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금융사는 또 매년 1회 이상 고위 경영진이 해당 업무에 적합한 인물인지도 체크해야 한다.

FCA에 따르면 이같은 심사 대상 금융사는 약 5만6000여개로 집계된다. FCA 약 70명의 적격성 심사업무 담당자가 한달 평균 5500건을 다룬다. 심사기간은 영업일 기준 90일 가량 소요된다.

국내 금융사 고위 관계자는 "CEO는 최고경영책임자로 기업이나 정부 부처 등의 임원 중 가장 높은 위치에서 총체적인 경영을 책임지고 조직 운명을 좌우하는 만큼 완전무결에 가까운 준비된 리더가 조직을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시대와 상황, 조직마다 적합한 리더의 유형이 다를 것이며 앞으로는 금융사 자체 발탁 기준만으로는 검증된 인물을 골라내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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