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그룹, 아시아나항공 팔고도 재건 가능할까

  • 송고 2019.12.06 14:47
  • 수정 2019.12.06 15:20
  • 이경은 기자 (veritas@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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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 구주 가격으로 3000억원 초반대 제시

금호고속 차입금만 3700억원…유동화 자산도 거의 없어

서울 공항동 소재 아시아나항공 사옥.ⓒ데일리안DB

서울 공항동 소재 아시아나항공 사옥.ⓒ데일리안DB

금호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통해 그룹 재건을 노리고 있으나 녹록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시아나항공 매각대금이 들어와도 금호고속의 채무를 다 갚을 수 없어 추가 자금수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6일 항공업계와 IB(투자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우선협상대상자인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오는 12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31.05%)와 유상증자를 통한 신주 인수 등을 포함한다.

금호그룹과 HDC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매각가격을 두고 실랑이를 벌여오다가 최근 3000억원대 초반 수준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당초 금호그룹 기대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당초 금호그룹에서는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한 직후 주가가 9450원(금호산업 보유지분 가치 약 6500억원)까지 치솟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합쳐 약 1조원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이는 금호그룹이 갚아야 할 각종 채무를 다 변제하고 추가 자금여력을 확보할 수 있는 규모였다.

그러나 이후 주가 하락과 함께 인수후보들이 구주 가격으로 3000억원대를 제시하면서 금호그룹은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팔고도 빚을 다 갚지 못할 상황에 처했다.

우선 금호그룹은 오는 2020년 3월 KDB산업은행이 금호고속에 빌려준 1300억원을 갚아야 한다. 산은 말고도 다른 금융권에서 빌린 돈을 다 합하면 금호고속의 전체 차입금은 3700억원에 달한다.

유동화할 수 있는 자산도 마땅치 않다. 금호고속이 갖고 있는 금호산업 지분(45.3%)과 광주 유스퀘어 등의 자산도 이미 채권자에게 담보로 잡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에 산은과 금호그룹 모두 난감한 상태다. 산은은 금호그룹에 아시아나항공 연내 매각을 줄곧 촉구해왔고 금호그룹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구주 가격이 떨어지며 금호그룹은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도 갚지 못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산은이 금호고속의 차입금 상환 만기를 연장해주는 것을 비롯해 추가 지원방안도 거론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압박한 만큼 금호그룹의 숨통을 틔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그동안 산은이 지속적인 지원을 해줬던 점과 금호그룹의 경영환경을 고려하면 추가 지원은 명분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

이와 관련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금호고속 대출 연장 여부에 관해 "정책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며 "절차적으로 자격이 있으면 연장이 되는 것"이라고 원칙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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