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美 혈액학회로 집결…배경은?

  • 송고 2019.12.12 15:30
  • 수정 2019.12.12 15:11
  • 동지훈 기자 (jeehoo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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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 결과·데이터 세계적 인정 '상징성'

기술 수출·신규 투자 유치 '효과적'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혈액학회에서 참석자들이 한미약품의 항암신약 후보물질 'HM43239'의 주요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한미약품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혈액학회에서 참석자들이 한미약품의 항암신약 후보물질 'HM43239'의 주요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한미약품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미국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열린 혈액학회(American Society of Hematology, ASH)에 참석해 발표를 이어가고 있다. 신약 연구 결과를 발표함으로써 공신력을 인정 받는다는 상징성뿐 아니라 기술 수출과 투자 유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학회 참석 이유로 꼽힌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과 GC녹십자랩셀, 대웅제약, 셀트리온, 메드팩토 등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미국혈액학회에 참가해 포스터 및 구두 발표를 진행했다. 미국혈액학회는 1958년 설립돼 매년 12월 세계 최대 연례 학술대회를 열고 있다.

한미약품은 학회에서 급성골수병백혈병(AML) 치료제로 개발 중인 'HM43239'의 임상 개발 현황을 포스터로 발표했다. 해당 물질은 AML 환자에게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FLT3 돌연변이(FLT3-ITD, FLT3-TKD, FLT3-ITD/TKD 변이를 포함)를 타깃으로 하는 억제제다.

전임상 연구에선 HM43239가 FLT3 돌연변이 및 야생형 AML 세포주에 대해 항종양 효과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현재는 재발성 및 불응성 AML 환자를 대상으로 미국과 한국에서 임상이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은 학회에서 또 다른 신약 후보물질 'HM97594(EZH1/2 dual inhibitor)' 전임상 연구결과를 포스터 발표했다. HM97594은 종양 억제 유전자의 전사(轉寫, transcription)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 EZH2와 이의 상호 보완적 동소체인 EZH1을 동시에 억제하는 연구개발 단계 항암신약이다.

GC녹십자랩셀은 자사 면역세포치료제 'MG4101'와 독일 바이오 기업 모포시스의 항암치료제 '타파시타맙'을 병용 투여하는 항암치료법을 포스터 발표했다.

MG4101은 건강한 타인의 혈액에서 추출한 자연살해(Natural Killer, NK) 세포를 활용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치료제다. GC녹십자는 동물 실험을 통해 두 치료제를 병용 투여했을 때 암 세포에 살상기능을 발휘하게 하는 작용기전 지표가 연장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웅제약 역시 학회 포스터 발표를 통해 자가면역질환 후보물질 'DWP213388' 연구성과를 발표했다. DWP213388는 면역세포 활성화에 관여하는 효소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경구용 치료제다. 대웅제약은 실험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증상 억제와 생존율 개선이 확인됐다며 데이터를 공개했다.

최근 미국에서 혈액암 치료용 항체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를 출시한 셀트리온은 임상 3상 장기추적 결과를 발표했다.

셀트리온은 학회에서 혈액암의 일종인 여포성 림프종(AFL) 환자 140명에게 트룩시마와 오리지널 의약품 '리툭산'을 투여한 결과 전체 생존율(OS)과 무진행 생존율(PFS), 종양 진행 소요 기간(TTP) 등의 지표에서 유사한 결과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항암신약을 개발하는 메드팩토도 미국혈액학회 발표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메드팩토는 학회 면역치료제 포스트 섹션에 참가해 다발성골수종 환자 5명을 대상으로 자사 신약 후보물질 '백토서팁'과 포말리도마이드를 병용 투여한 임상 결과 6개월 PFS 100%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잇단 미국혈액학회 발표는 학회가 갖는 권위와 상징성을 활용해 자사 연구 성과를 강조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성진 메드팩토 대표는 지난 6일 간담회에서 "모든 임상을 미국 유명 학회에서 발표해 평가받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기술 수출 또는 신규 투자 유치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도 학회 참가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된다. 학회에는 2만여 명의 학자뿐만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 및 투자자들도 참석해 여러 성과들을 눈여겨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해외 유명 학회에 참석하고 있다"며 "해외 의료진과 투자자들이 국내 기업들의 데이터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경우 라이선스 아웃 등의 계약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이 같은 국내 바이오 기업들의 행보에 긍정적인 평가가 뒤따른다. 인보사 사태와 펙사벡 임상 실패에도 세계적인 학회에서 K-바이오의 우수성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 혈액학회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발표가 이뤄졌다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약 2만명의 학자에게 연구 성과는 물론 국내 바이오 산업의 가능성을 알린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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