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고 줄이고" 인건비 죄는 은행들

  • 송고 2020.02.12 14:02
  • 수정 2020.02.12 14:30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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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퇴직금 1년만에 4000억 줄어…임금인상률 2%, 성과급 100% 감소

퇴직 조건 낮아지자 퇴직자 규모도 쪼그라들어…17% 366명 줄어든 1737명

시중은행들이 명예퇴직금과 성과급을 줄일 정도로 비상 경영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저금리와 대출·상품 판매 규제 등으로 은행업의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인건비 부담도 줄이고 있는 모습이다.ⓒ연합

시중은행들이 명예퇴직금과 성과급을 줄일 정도로 비상 경영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저금리와 대출·상품 판매 규제 등으로 은행업의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인건비 부담도 줄이고 있는 모습이다.ⓒ연합

시중은행들이 명예퇴직금과 성과급을 줄일 정도로 비상 경영에 나서고 있다. 올해 초저금리와 대출·상품 판매 규제 등으로 은행업의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인건비 부담도 줄이고 있는 모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을 제외한 4대 시중은행 임·단협이 타결됐다. 임금 인상률은 2%로 통일됐고 지난해 성과에 따른 성과급(보로금)은 200% 안팎으로 맞춰졌다. 이는 직전년 성과급 300%에 비해 급감한 수치다.

연초 희망퇴직에 따른 명예퇴직금 수준도 쪼그라들었다. 국내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퇴직금으로 5700억원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자 1인당 평균 퇴직금은 4억원으로 4대 은행의 2018년 기준 임직원 평균 연봉 9300만원의 4배가 넘는 금액이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크게 줄어든 수준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은행은 2015~2018년 희망퇴직을 포함한 해고·명예퇴직급여로 연평균 9592억원을 지출했다. 1년 만에 4000억원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특별퇴직금을 줄이는 것은 은행권의 전반적인 추세다. 국민은행은 직위·나이에 따라 월평균 임금의 23~35개월치를 특별퇴직금을 지급했다. 최대 39개월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던 전년도에 비하면 4개월치가 줄었다.

농협은행은 만 40세 이상 직원과 1963년생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지난해 12월31일자로 총 356명이 떠났다. 1963년생 퇴직자에게는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의 28개월치가 특별퇴직금으로 지급됐다. 36개월치를 얹어줬던 전년도에 비하면 8개월치나 줄었다.

하나은행도 비슷한 실정이다. 임금피크 특별퇴직 대상자인 1964·1965년생에게는 각각 월 평균임금의 22·31개월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지급했다. 전년도 31~36개월치에 비하면 같은 조건의 퇴직자도 최대 5개월치가 줄었다.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직원 대상인 준정년 특별퇴직금도 최대 33개월치에서 최대 27개월치로 줄었다.

시중은행들이 지난해보다 특별퇴직금을 하향조정하면서 전년도에 비해 희망퇴직자 규모는 17%가량 줄었다. 희망퇴직자 선정이 마무리된 가운데 연말연초 1737명이 희망퇴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2108명에 비해 366명이 줄어든 수치다.

은행들이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구조 변화로 비용 효율화도 꾀하고 있지만, 퇴직 조건이 줄어들면서 이 같은 효과도 점점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은행들은 대규모 희망퇴직을 통해 문제로 지적된 인력의 역피라미드(상위직이 하위직보다 많은 상황) 구조를 바꿔나가고 있는데, 퇴직자 규모는 줄어든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최근 국민은행이 도입 중인 1인 지점장제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제도는 희망퇴직자를 대상으로, 특정 지점에 속하지 않고 지정된 1인 지점장이 직접 고객을 찾아다니며 영업을 하는 방식이다. 임금피크제 대상자에게 선택지를 넓혀주는 차원이다.

퇴직금 부담을 줄여 효율적인 비용관리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긴축경영 차원에서 퇴직금과 성과급을 동시에 감축하면서 노사간 합의점을 도출해낸 과정"이라며 "임금피크제에 도입한 직원은 희망퇴직 압박 대신 추가적으로 커리어를 쌓을 수 있고, 사측에서도 희망퇴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은행 입장에서 희망퇴직 비용을 줄여 판관비를 감축하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입증된다면 다른 은행들도 제도 도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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