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 한진칼 연일 매입?…'쩐의 전쟁'되나

  • 송고 2020.02.27 16:50
  • 수정 2020.02.27 16:57
  • 이경은 기자 (veritas@ebn.co.kr)
  • url
    복사

외인, 25~27일 한진칼 87만여주 순매수…델타항공이면 지분율 1.47% ↑

기타법인, 26일 8493주 사들여…반도건설이면 3자연합 지분율 확대

"델타항공 자금력 충분"vs "반도건설, 1조원 자금 동원 가능"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대한항공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대한항공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고 있는 한진그룹의 지주회사 한진칼을 외국인이 3일 연속 사들였다. 최근 한진칼 지분 1%를 추가 매입한 델타항공이 또다시 취득에 나서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한 지원사격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기타법인의 순매수세도 또 등장해 3자연합의 한 축인 반도건설이 계속 지분율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조 회장 진영과 3자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강성부펀드)·반도건설)이 잇따라 추가 지분 취득에 나서면서 양쪽의 지분 경쟁이 결과적으로는 자금력 싸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은 한진칼을 7만6464주를 순매수했다.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3일간 순매수 행진을 이어가 총 87만1404주를 사들였다. 한진칼 발행주식의 1.47%에 해당하는 규모다. 3일간 순매수에는 해당 날짜 종가 기준으로 약 513억여원이 투입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 24일 델타항공은 한진칼 주식 59만1704주를 사들여 보유 지분율이 기존 10%에서 11%로 확대됐다고 공시했다. 20~21일 한진칼 주식을 사들인 외국인이 델타항공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만약 최근 3일간 한진칼 주식을 순매수한 외국인이 델타항공이라면 델타항공의 한진칼 지분율은 12.47%로 늘어난다. 델타항공은 조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조 회장 진영의 지분율도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22.45%), 델타항공(12.47%), 카카오(2%), 대한항공 자가보험·사우회·우리사주조합(3.80%) 등을 합산한 40.72%로 뛴다. 이는 3자연합의 합산지분율(37.08%)을 3.64%p 앞서는 규모다.

그러나 델타항공보다 먼저 3자연합이 반도건설을 중심으로 지분을 늘리고 있어 조 회장으로서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도건설의 계열사 대호개발과 한영개발은 13~20일 한진칼 주식 5.02%를 추가 매입해 지분율을 확대했다.

또 전날 코스피시장에서 기타법인이 한진칼 주식 8493주를 순매수했다. 올 들어 기타법인이 순매수한 333만주는 대부분 반도그룹이 사들인 것으로 밝혀져 이번 기타법인의 정체도 반도건설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다보니 조 회장 진영과 3자연합이 경쟁적으로 지분을 늘리면서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됨과 동시에 결국 자금력 싸움으로 귀결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조 회장은 상속세 납부 문제 등으로 자체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자금이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조 회장 진영은 우호세력들의 지분 확대로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 카카오가 대한항공과 사업적 시너지 차원에서 한진칼 지분 1%를 취득한 데 이어 최근에도 1%를 추가 매입했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JV)를 설립하며 강력한 사업적 제휴를 맺고 있어 업계에서는 델타항공이 추가 지분 매입을 계속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조 회장 진영도 장기전에 대비할 수 밖에 없다"며 "델타항공은 미국에서 가장 큰 항공사이고 작년만 해도 이익이 조 단위로 나는 등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는데 자금력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자연합의 자금력 또한 조 회장 진영과 용호상박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KCGI는 최근 1000억원을 목표로 펀드를 조성 중이라고 밝혔다. 반도건설에 대해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부채비율 100%로 가정 시, 반도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약 1조원의 자금을 어렵지 않게 동원할 수 있다"며 "이는 한진칼 주식의 30%를 살 수 있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