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 큰 결단' 한국지엠 노조, 임금동결·無성과급 수용한 세가지 이유
전임 노조의 '해묵은 숙제' 조기 종결 희망
코로나 사태 위기감 팽배 "카젬, 자부심 느낀다 발언도"···왜
달라진 노사 분위기도 곳곳 "'플랜카드 철거' 첫 단추 잘 꿰"
권녕찬 기자 (kwoness@ebn.co.kr)
2020-03-26 11:26:43
▲ 한국지엠 인천 부평공장 전경 ⓒEBN

한국지엠 노사가 9개월 간의 진통 끝에 2019년 임금교섭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장기간 노사갈등을 겪어온 한국지엠이 노조 집행부 교체 이후 합의를 이뤄낼 수 있었던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26일 한국지엠 노사에 따르면 전날 양측은 △임금 동결 및 성과급 미지급 △조합원 신차 구매시 100만~300만원 추가 할인 바우처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잠정 합의안에 서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노사가 합의를 이룬 데 대해 호평이 나오는 가운데 특히 노조가 임금 동결 등을 받아들인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통 큰 결단"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특히 지난해 기본급 약 12만원 인상과 성과급·격려금을 합쳐 약 1600만원을 요구했던 노조가 임금 동결 및 무성과급 조치를 받아들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또 교섭을 재개한지 약 3주 만에 속전속결로 타결에 이른 데 대해서도 그 배경이 주목된다.

우선 노조가 임금 동결 및 성과급 미지급을 받아들인 것은 2019년 임금 교섭이 전임 집행부의 '해묵은 숙제'라는 점이 크다.

올해부터 본격 임기에 들어간 신임 노조 입장에선 전임 집행부가 벌려놓은 숙제를 얼른 마무리하고 싶었던 측면이 크게 작용했다.

노조 관계자는 "그것이 임금 동결을 받아들인 제1순위"라며 "올해 2020년 임금 협상에 집중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공급과 수요 두가지 모두 급감하는 전례없는 위기 상황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지엠의 주요 수출 지역이 북미인 만큼 위기감이 더욱 커진 것이다. 현재 한국지엠은 수출실적이 내수에 비해 5배 이상 큰 '글로벌 수출 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미국 코로나 사태가 심각한데 글로벌 GM 공장이 줄줄이 문 닫는 상황에서 제조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는 나라는 한국 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를 대처하는 한국 정부와 한국지엠에 대해 GM 역시 호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노조가 코로나19로 인해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을 회사에 요구하자 회사는 매주 마스크 지급, 식당 칸막이 설치 등 노조 관련 요구사항을 거의 100% 수용했다고 한다.

노조 관계자는 "카젬 사장이 (글로벌 셧다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정상 가동되는 한국지엠에 대해) 사장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했다"며 "한국 정부의 코로나 대응에 대해서도 극찬했다"고 전했다. 현재 부평1공장은 공장 가동율이 90% 안팎으로 정상 가동되고 있는 상태다.

달라진 노사 분위기도 조기 타결에 크게 작용한 모습이다.노조가 달라지자 상황이 변하고 있다.

그 시작은 '사라진 플랜카드'다. 현 26대 집행부는 취임하고 난 뒤 공장 건물에 회사에 대한 원색 비난이 담긴 플랜카드를 철거했다. 이러한 조치는 회사 안팎에서 호평을 받았다. 지난 1월에는 트레일블레이저 신차 출시 행사에 현 김성갑 위원장이 참석해 화합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성갑 지부장은 당초 강성으로 알려졌지만 회사 측에서도 합리적인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처럼 무대포 강경 기조가 아니라 '선 회사 후 보상' 기조를 보이고 있는 상태다. 그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철탑 농성만 하고 플랜카드에 회사 욕 써붙이고 하면 차가 좋다 한들 누가 사겠느냐"고 말했다.

노조 관계자는 "최근 노사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며 "플랜카드 철거라는 첫 단추를 잘 끼운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향후 임금 협상에서 노사 갈등은 불가피하게 발생하겠지만 과거처럼 끝장 대결까지 치닫진 않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도출한 잠정합의안은 오는 30일, 31일 노조 조합원 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올해 임금 협상은 오는 4월 말 또는 5월 초부터 돌입할 것이 전망이 나온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예정보다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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