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구조조정…고민 깊어지는 산업은행

  • 송고 2020.03.30 16:44
  • 수정 2020.03.30 16:44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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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에 1조원 자금지원 "대규모 실업·금융시장 혼란 고려해 결정"

이동걸 회장 취임 후 출자사 정리 나섰으나 대우조선 등 여전히 '안갯속'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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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기업 지원을 최우선과제로 하고 있는 산업은행이 두산중공업 자금지원에 나서면서 숙제를 하나 더 끌어안게 됐다.

지난 2017년 9월 이동걸 회장 취임 이후 대우조선을 비롯해 현대상선, KDB생명 등 출자사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했던 산업은행은 기존 출자사에 대한 정리작업이 순탄치 못한 상황에서 다시 한 번 국내 대기업의 구조조정 지원에 나선다.

산업은행은 지난 27일 두산중공업에 1조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발전설비사업 실적악화와 자회사인 두산건설 손실 지속 등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데 이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금융시장 경색으로 단기자금 차환 및 신규조달이 중단되면서 유동성 부족에 직면했다.

산업은행은 기간산업인 발전업에 미치는 영향과 대규모 실업에 따른 사회·경제적 악영향, 금융시장 혼란에 따른 여타기업 연쇄부실 우려 등을 고려해 이번 자금지원을 결정했으나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대현 산업은행 부행장은 "계열사 및 대주주가 먼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모회사인 두산, 임직원, 기타 채권금융기관도 형평성 있게 고통을 분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산업은행은 대우건설을 시작으로 KDB인베스트먼트에 구조조정 업무를 이관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혁신기업 지원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 매각 등 중점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온 기존 출자사들의 정리작업도 언제 마무리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두산중공업 구조조정이라는 숙제를 받아들게 됐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월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을 매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산하에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계열사로 두는 지주체제를 마련했으나 이해관계가 있는 각국의 기업결합승인을 얻는 작업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유럽 확산은 EU의 기업결합심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으며 대우조선 옥포조선소가 위치한 거제시를 지역구로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표를 던진 야권 후보들은 대우조선 매각이 졸속적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민심에 호소하고 있다.

지난 2016년 8월 산업은행에 편입된 현대상선은 올해 하반기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코로나19의 유럽 확산에 따른 물동량 감소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절반 이상 급감했던 중국향 물동량은 3월 들어 재가동에 들어가는 공장이 늘어나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 각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오는 4월말부터는 지난 2018년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에 발주했던 12척의 2만4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인도가 시작된다는 점도 부담이다.

당시 선박 발주는 정부가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의 경쟁력을 키우고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가입을 지원하기 위해 이뤄졌는데 경기침체로 운송할 화물이 줄어들게 되면 현대상선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출자사 편입 후 10년간 실패를 반복해왔던 KDB생명 매각과 관련해서는 당장 과징금 부담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구 금호생명)을 칸서스자산운용과 함께 인수했는데 사모펀드(PEF) 등은 금융사를 최대 10년까지 보유할 수 있다는 금융지주사법에 따라 이달 말까지 KDB생명을 매각하지 못할 경우 과징금 우려가 제기돼왔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에서 KDB생명의 대주주가 산업은행인 만큼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법령해석을 내놓을 경우 산업은행은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아도 된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KDB생명에 대한 매각시한이 정해지지 않더라도 조속한 시일 내에 매각을 추진한다는 기존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며 "최근 보험업계 시황이 좋지 못한 상황이나 매수자를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7년 9월 취임 이후 출자사를 최대한 정리하고 혁신기업 지원에 산업은행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오는 9월이면 임기가 만료된다.

이후 연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대우조선 매각이 성공한다면 임기 중 가장 큰 성과가 될 것이라고 밝혔던 만큼 남은 기간 출자사 정리작업이 어느 정도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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