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증시'에 왠 동학개미?…이젠 '스마트개미'

  • 송고 2020.04.09 13:12
  • 수정 2020.04.09 16:14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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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운동, 1884년 반봉건반침략 목적 농민사회개혁운동

이같은 동학정신, 개인투자자 사적이익 추구와 공통점 없어

한국투자증권 9일 보고서 '동학개미' 대신 '스마트개미' 지칭

세간의 주식투자카페에서 공유되고 있는 동학개미운동 관련 이미지 및 한국투자증권 자료

세간의 주식투자카페에서 공유되고 있는 동학개미운동 관련 이미지 및 한국투자증권 자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확산)에 주가가 폭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몰리고 있다. 외국인 투매에 대응해 개인들이 집중 매수하는 행위가 '동학농민운동'에 빗대 '동학개미운동'이라 불리며 해외증시까지 전선을 넓히는 양상이다.

시장 일부에선 동학농민운동이 반봉건반침략 기치로 일어난 농민들의 사회개혁운동인 만큼 의미부여가 배제된 '스마트개인'으로 개칭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9일 한국투자증권은 '베팅의 민족: 스마트한 개인의 귀환'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를 쓴 이나예 연구원은 보고서 도입부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12년만에 증시로 귀환해 증시 유입을 위한 대기 자금이라고 여겨지는 고객예탁금 규모가 43조원을 넘어섰다"고 운을 뗐다.

이 연구원은 "지속된 저금리 환경과 그동안 축적된 ‘급락 뒤엔 기회가 온다’는 직간접 학습효과가 개인 투자자 의사 결정에 역할을 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들을 두고 ‘투자금액이 적고 숫자는 많다’는 의미를 담아 개미에 비유하는데 최근의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 맡긴 예탁금 규모는 현재 43조 원을 상회했다"면서 이른바 '판돈' 크기가 달라진 증시와 개인 투자자 성향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신용융자잔고와 거래대금 추이를 감안했을 때 개인 투자자들의 추가 반등 시도와 투자 열기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고서 제목에 '베팅의 민족'이라고 명명한 이유를 설명했다.

주식카페 매니저 이른바 '녹두장군'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전송하는 문자메시지ⓒEBN

주식카페 매니저 이른바 '녹두장군'이 개인투자자들에게 전송하는 문자메시지ⓒEBN


이 연구원은 일반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진들도 이번 베팅 분위기에 동참했다고 판단했다. 증시 급락 국면에 기업들의 자사주, 임원 및 주요주주 지분 취득이 늘어나서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시장안정조치도 자사주 취득 증가에 기여한 것으로 해석된다.

보고서는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기를 타증권사서 쓰던 동학개미운동 대신 '스마트개인'으로 명명하고 있다. 과거 금융위기 이후 주가가 급반등했던 사례가 반복될 것이라는 학습효과가 개인들에게 각인된 데다 대형 우량주와 해외 주식 등 저금리를 극복한 투자 대체재를 찾아온 '스마트한 투자' 패턴이란 측면에서다.

동학개미운동은 삼성전자를 놓고 개인은 연일 사들이고 외국인은 매일 내던지는 '매수매도 공방'이 이어진 상황을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말이다.

내친김에 동학개미운동을 '스마트개미'로 바꾸자는 의견도 나온다. 세간에서는 개인들을 '동학개미'로 표현하고 있지만 동학정신과 개인들의 투자 열기를 동일시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동학개미운동은 1884년 반봉건반침략 기치로 일어난 농민들의 사회개혁운동으로 폭정에 시달리다 못해 일어난 농민들이 주체가 됐다. 사익 추구보다 공동체 이익과 외세 저항을 위한 활동이었다. 이에 반해 지금의 개인 투자자 매수 우위의 증시는 개인 자신들의 철저한 사적 이익 추구 활동이다.

무엇보다 동학 농민군이 우금치 전투에서 기관총을 든 일본군에 맞서 싸워 희생당했기 때문에 지금의 증시 상황과 투자 열기에 빗대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의견이다.

증권가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즐겨 찾는 증권 카페의 한 매니저가 '녹두장군'이란 닉네임으로 활동하면서 '동학개미운동'이란 지칭이 생겨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식카페에서 '재야 고수'로 활동하고 있는 카페 매니저들은 개미들에게 오를 만한 종목을 강추(강력추천)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이른바 '녹두장군'이란 닉네임을 쓰며 동학개미운동에 불을 지폈다는 얘기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카페나 방송, 카페 매니저의 추천만 보고 무작정 투자하기 보다는 철저한 분석을 통해 합리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면서 "증권 방송이나 매니저 등을 경계하라"고 조언했다.

금융당국도 경계령을 발동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지금 증시는 2008년 금융위기 때와는 다른 시장인 만큼 '묻지마 투자'와 같은 모험 투자는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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