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가계대출 자금, 주식으로...경고등

  • 송고 2020.04.10 11:53
  • 수정 2020.04.10 14:57
  •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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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대출 자금 중 일부 증시 투자로 유입…신용대출·마통 자금까지 빼다 써

한은 "생계관련 대출 증가 제한적"…기타대출 3조 늘어날 때 주식투자금도 '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방어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 확대와 은행의 완화적 대출태도를 악용한 대출이 늘어나고 있어 우려된다.ⓒ한국거래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방어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 확대와 은행의 완화적 대출태도를 악용한 대출이 늘어나고 있어 우려된다.ⓒ한국거래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방어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지원 확대와 은행의 완화적 대출태도를 악용한 대출이 늘어나고 있어 우려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계가 어려워진 가계가 '생활비를 보태기 위함'이라고 받아간 대출 자금 중 일부가 폭락장에 투자하기 위해 주식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늘어나고 있는 대출 중 대부분은 생계형 대출이 아닌 투자형으로 감지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시장으로 유입되지 못한 가계자금은 크게 늘어났다. 그럼에도 가계 대출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어서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9년중 자금순환(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이하 가계)의 순자금 운용액은 전년(52조7000억원)보다 39조1000억원 늘어난 91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5년(95조원) 이후 4년 만에 최대 규모다.

지난해 가계의 순자금 운용(자금운용-자금조달)이 늘어났다. 금융자산의 순취득액(자금운용)이 금융부채의 순발행액(자금조달)보다 더 컸다. 쉽게 말해 여윳돈이 늘었다는 의미다.

지난해 가계의 자금운용(금융자산 순취득)은 180조1000억원으로 전년(156조7000억원)보다 23조4000억원 늘었다. 통상 가계소득에서 지출을 제외하고 남은 돈이 자금운용에 해당한다. 반면, 가계의 자금조달(금융부채 순발행)은 88조4000억원으로 전년(104조1000억원)보다 15조7000억원 감소했다.

한은 관계자는 "정부가 앞서 내놓은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면서 주택구매를 위한 자금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주택구매를 위한 자금 수요는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가계대출은 여전히 크게 늘어나고 있다. 다시 한은 자료를 보면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달 중에만 9조6000억원 늘어나면서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잔액 기준으로는 910조9000억원이다.

특히 기타대출은 전월 1조5000억원에서 3조3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2018년 10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유재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가계대출의 경우 코로나19 확산 영향으로 사업 및 생계자금 용도의 가계대출이 늘어날 수는 있겠으나, 은행 모니터링 결과 사업·생계 관련 가계대출 증가압력이 아직은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3월중 은행 가계 기타대출 증가는 주택자금 수요에 주식투자자금 수요 등이 가세한 데 주로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달 개인들의 주식투자 대기자금은 지난 2월 2조5000억원에서 11조9000억원으로, 무려 9조4000억원이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개인 주식(코스피·코스닥) 순매수액도 6조원에서 12조7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뛰었다. 한은은 이 중 일부가 은행 신용대출 자금이 흘러간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 최저 금리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개인투자자들이 금리가 떨어진 신용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에서 돈을 꺼내 주식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에서 신규 취급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각각 연 2.94%, 3.3%였다. 이는 각각 해당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 국내 증시가 연초보다 35% 넘게 폭락하면서 하락장에 빚을 내 투자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며 "연초부터 '지금 사두면 언젠가 오른다'는 심리가 가계 자금의 주식 시장 유입으로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금융권에서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락하는 증시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하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는 과거 금융위기와는 다른 양상이라며, 현명하고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외 주가 지수는 하락할 뿐만 아니라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시장 불확실성을 나타내는 한국형 변동성지수(VKOSPI·Volatility index of KOSPI200)는 1월 말 19.3에서 지난달 말 48.6으로 크게 증가했다.

금감원은 "코로나 사태로 과거 높은 수익률이 미래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며 대출을 이용한 주식투자 등은 신중히 결정해야한다"며 "주가가 하락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분산투자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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