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화학의 미래 '배터리·첨단소재'...글로벌 진검승부

  • 송고 2020.05.26 06:00
  • 수정 2020.05.26 00:43
  • EBN 정민주 기자 (minju0241@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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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 매년 확대…배터리·첨단소재 수요↑

LG화학, 미국 GM·중국 지리자동차와 협력

삼성SDI, 현대차와 합작 등 전략적 제휴 논의

첨단소재사, 경량·내구성 제품 연구개발 확대

전기차는 명실상부한 미래 동력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 경제가 악화하면서 전기차 성장률 또한 주춤하지만 이는 단기에 그칠 것임이 분명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전기차로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후방 산업인 배터리, 첨단소재 등이 바빠졌다. 화학사들은 일찌감치 전기차 배터리와 첨단소재 개발에 착수, 최근 규모의 경제로 초점을 옮기며 숨겨둔 발톱을 꺼내들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자체 기술력과 생산 규모를 일정 궤도 이상으로 끌어올린 배터리 제조사들은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으로 시장 지배력을 높여가는 모양새다. 또한 첨단소재사들은 기술 개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와 첨단소재사들은 중국, 일본, 미국, 유럽 등의 견제 속에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전기차 성장과 함께 주도권을 꽉 쥐기 위한 배터리 및 첨단소재사들의 치열한 각축전이 점쳐진다.


LG화학과 GM이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 CEO 신학철 부회장과 GM CEO 메리 바라 회장이 오하이오주 부주지사인 존 휴스티드(Jon Husted,가운데)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LG화학과 GM이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했다. LG화학 CEO 신학철 부회장과 GM CEO 메리 바라 회장이 오하이오주 부주지사인 존 휴스티드(Jon Husted,가운데)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투자 비용 부담 줄이고, 매출은 확보하고…합작법인 각광


그간 기술 투자, 증설 등으로 몸집을 불린 배터리사들은 최근 완성차 업체와의 협업으로 눈길을 돌렸다. 완성차 업체와 50:50 비율로 자금을 충당해 합작사를 출범하는 형태다.


기존 수 천억원에 달했던 투자 비용을 줄이면서도 배터리 생산규모는 확장하고 고객사 또한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합작사는 1석 2조의 투자 형식으로 불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난이 가속되자 더욱 각광받고 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증설에 들어가는 비용이 많게는 조 단위까지 되다보니 자체적으로 증설을 추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합작은 장기 고객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미국, 중국 기반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법인은 현지 시장 공략과 인지도 향상에도 유리하다. 특히 중국 내 합작법인 설립은 중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수혜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이점이다.


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최근 유럽, 미국, 중국 기반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공동 연구 및 개발을 위해 손 잡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12월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 연 3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약속했다. 각각 1조원을 투자, 이후 7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중국 1위 완성차 업체인 지리자동차와도 협력한다. 내년 말까지 중국에 배터리 연 10GWh 생산능력의 공장을 세우고, 2022년부터 지리자동차 투자회사인 볼보(Volvo)에 배터리를 제공한다.


삼성SDI는 현대자동차와의 합작법인 설립 가능성이 생겼다. 삼성SDI는 배터리 소재사와의 합작만 있었을 뿐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은 전무하다.


지난 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첫 회동 장소로 삼성SDI 천안사업장을 택하면서다. 당시 이들은 전략적 제휴 등의 여지를 남기고 회동을 마무리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13년 베이징자동차·베이징전공과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BESK를 설립했다. BESK의 자회사 BEST는 중국 장쑤성 창저우시에서 연 7.5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한다.


3사에 쏟아지는 러브콜은 주목 할 만 하다. 3사는 올해 누적 글로벌 배터리 탑재에서 총 점유율 기준 1위를 차지하는 등 기술력과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생산능력 기준 글로벌 90~95%를 장악 중이다.


향후 급격히 커질 전기차 시장에서 장기 공급처를 확보한다는 건 배터리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전체 자동차 중 전기차가 30%를 차지한다는 전망이다.


효성 탄소재료사업단 전주공장

효성 탄소재료사업단 전주공장

보다 가볍게…첨단소재, 경량화에 주력


첨단소재사들은 전기차 부품 경량화에 일제히 초점을 맞췄다. 장거리 주행 가능여부가 전기차 보편화의 기폭제로 작용할 전망인 가운데 1g이라도 더 가벼운 소재를 개발하는 것이 한때 첨단소재사들의 숙제로 떠올랐다.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자동차 중량이 5% 줄 때 연비는 1.5%, 동력성능은 4.5% 향상된다. 엔진인 배터리가 총 무게의 20~30%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에 다른 부품에서 무게를 줄이는 게 중요하다.


강도와 내구성 또한 놓칠 수 없다. 전기차로의 포트폴리오를 재편 중인 폭스바겐, 아우디 등은 경량화보다도 내구성을 더 중시한다고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도 "소재가 가벼워서만은 안된다"며 "사고 위험에서도 운전자를 비롯한 탑승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담보해야하기 때문에 요즘엔 내구성과 강도를 더 살피는 추세"라고 말했다.


첨단소재사들은 매년 연구개발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타이어코드 등 고강도 원사를 생산하는 효성첨단소재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를 지난해 0.96%에서 올해 1분기 1.07%로 늘렸다.


지난해 한화첨단소재를 품은 한화솔루션은 해당 기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를 1.5%에서 2.1%로 확대했다.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은 탄소배출량이 적은 수퍼라이트, 충돌에 강한 스트롱라이트를 주력 생산한다.


올해 초 롯데첨단소재를 흡수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0.56%에서 올해 0.60%로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를 증대했다. 롯데케미칼 첨단소재부문은 고강성 소재 라인업을 구축해가고 있다.


이밖에 SK케미칼은 지난해 자회사 이니츠를 합병, 차세대 자동차 소재로 불리는 폴리페닐렌설파이드(PPS)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금속소재를 PPS로 대체하면 무게가 최대 50%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생산, 50% 이상을 전기차 등 자동차 소재로 공급한다. LG화학은 지난해 베트남 하이퐁에 생산능력 연 11만톤 규모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증설을 마치고 상업가동에 돌입했다.


첨단소재 시장에 새로 발 들인 화학사도 있다. PI첨단소재로의 새 출발을 앞둔 SKC코오롱PI도 전기차 첨단소재 시장을 정조준했다. 지난해 SKC코오롱PI는 전기차용 에나벨 PI바니쉬(Varnish) 개발에 성공, 매출 확대에 가속한다는 방침이다. PI바니쉬는 액화 상태인 중간 단계의 PI다. 전기차, 2차전지 절연용은 물론 폴더블 디스플레이 기반용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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