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회장, 혁신 전도사 꿈꿨지만…다시 구조조정

  • 송고 2020.06.04 15:00
  • 수정 2020.06.04 12:44
  • EBN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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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과 함께 창업활성화 강조하며 넥스트라운드 등 혁신성장 최우선사업 추진

구조조정 부담 경감 추진했으나 코로나 사태로 다시 기간산업 위기극복 전면에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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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임기만료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일각에서는 이례적인 연임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향후 거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재임기간 내내 혁신성장만이 우리나라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길이라고 강조한 이 회장은 혁신기업 육성을 최우선 사업으로 명시하고 구조조정업무는 계열사에 이관하는 작업을 추진해왔으나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산업은행은 다시 기업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3일 금융위원회는 4.7조원의 제3차 추경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예산은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긴급자금공급에 약 1.5조원, 주력산업·기업의 긴급유동성 지원을 위해 약 3조원이 산업은행,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에 출자·출연된다.


산업은행은 중소·중견기업 대출 지원(1500억원), 저신용등급 포함 회사채·CP 매입기구(1조원), 증안펀드·채안펀드 운영(3191억원), 기타 회사채·CP 지원 프로그램(1740억원) 등 약 1.65조원을 출자한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정부는 국책금융기관을 통해 적극적인 금융지원에 나서고 있으며 신용보증기금은 영세 소상공인·중소기업을, 산업은행은 중견·대기업을 위주로 정책금융을 집행하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의 경우 올해 들어 기업의 자금유동성 위기 극복과 구조조정의 키를 담당하며 책임져야 하는 기업도 더욱 늘어났다.


올해 들어 두산중공업 위기극복을 위해 수출입은행과 공동으로 3.6조원의 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했으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코로나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대형 항공사들의 유동성 위기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정부는 한국산업은행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산업은행에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하며 항공, 해운 등 기간산업에 대한 지원기반을 마련했다. 7인으로 구성되는 기금운용심의회는 향후 위기를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 결정 및 운용방향을 논의하게 된다.


10조원 규모의 저신용등급 회사채·CP 매입기구(SPV)도 산업은행 내에 설치됐다.


기존 A등급 뿐 아니라 코로나 여파로 BBB등급 또는 BB등급까지 떨어진 기업의 회사채·CP를 매입하기 위한 이번 SPV는 향후 운용상황을 살펴가며 20조원까지 기금을 늘릴 수 있도록 했다.


오는 9월 임기가 만료되는 이동걸 회장은 코로나 위기극복을 위한 정책금융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산업은행을 이끌며 기간산업 위기극복의 최전선에 서게 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이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혁신성장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한 조직개편까지 마무리했다.


2017년 9월 11일 취임식에서 "4차산업혁명과 관련한 신성장분야 육성, 창업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산업구조 재편을 통한 전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KDB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 이 회장은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2016년 출범한 넥스트라운드(NextRound)를 강화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말 혁신성장금융부문에 벤처금융본부를 설치하고 벤처기술금융실, 스케일업금융실, 넥스트라운드실 등 3개 부서를 편제해 벤처·혁신기업을 위한 창업생태계 플랫폼 운영부터 투·융자까지 일관지원 기능을 배치하는 등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반면 산업은행의 주요업무인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계열사 신설과 함께 업무를 분산하며 부담을 줄이는데 애썼다.


지난해 7월 산업은행의 100% 자회사로 출범한 KDB인베스트먼트는 국책은행이 주도했던 기업 구조조정을 시장으로 넘긴다는 목표 아래 대우건설을 1호 PEF 자산으로 이관받았다.


국책은행이 기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인식 하에 이 회장은 재무적인 구조조정 업무를 산업은행에서 주관하고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일은 KDB인베스트먼트에서 추진하는 방식으로 업무조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한국산업은행법에서 산업은행의 업무로 명시된 구조조정을 자회사 설립으로 떠넘긴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지난해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김용태 정무위원이 이와 같은 문제를 지적했으며 구조조정 추진과정에서 정부·노조 등의 외풍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고용진 정무위원의 질의에 대해서는 "현재는 아니지만 과거 정부에서는 막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며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넥스트라운드 활성화와 함께 이를 위해 기존 산업은행의 주력업무였던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자 했던 이 회장의 노력은 KDB인베스트먼트 설립과 대우조선의 현대중공업 인수 결정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예상치 못한 코로나 사태가 불거지며 이 회장은 기존 출자사에 대한 정리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인 상황에서 두산중공업, 항공사 등 또다른 대기업의 위기극복을 지원하는 국내 기간산업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로 되돌아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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