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도 '삐끗'…힘 빠진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 송고 2021.05.13 14:46
  • 수정 2021.05.13 14:49
  • EBN 김신혜 기자 (ksh@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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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비딕' 후속임상·추가생산 여부 '물음표'

대웅·부광 임상 결과 아직은 '갸우뚱'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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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렉키로나' 출시 이후 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거듭 난항을 겪고 있다. 연달아 허가 심사에서 좌초되거나 임상 단계에서 진행이 지연되고 있다. 당분간 2호 치료제가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GC녹십자의 코로나 혈장치료제 '지코비딕주'에 대해 국내 초기 임상 2상 시험의 탐색적 유효성 평가 결과만으로 입증된 치료 효과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조건부 허가가 적절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GC녹십자는 "품목 허가를 위한 당면 과제에 급급하지 않겠다"며 "약물이 의료현장에서 더 효율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녹십자의 입장 발표 이후 후속 임상 진행 여부와 지코비딕의 생산 중단 가능성을 두고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GC녹십자 측은 입장문 외에 별도로 언급할 사항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후속 임상을 결정하더라도 치료제 공급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이미 혈장치료제의 3차 생산까지 완료했고 '치료목적사용승인'과 임상 3상에서 사용될 치료제는 충분히 확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부터 무상공급을 계획하고 치료제를 개발해왔다"며 "허가 여부와 관계없이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치료제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혈장치료제라는 특성을 감안해 처음부터 기존 치료제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량이 제한적인 혈장치료제로 임상을 진행한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혈장치료제는 코로나 발생 초기에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였다"며 "많은 양을 확보하기 어려운 치료제인 만큼 임상 절차를 거치기보다 위중한 환자에게 사용해 빠르게 소진하는 게 더 좋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수집 후 분획과정을 통해 혈장 속에 포함된 중화항체(면역글로불린)를 정제·농축한 의약품이다. 혈장을 공여받아 만들어지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어렵다. 국가 별로 상이한 혈액관리법 탓에 다국가 임상이 불가능해 피험자 모집도 힘들다.


지난 3월 종근당 역시 '나파벨탄'의 조건부 허가 심사 과정에서 같은 아픔을 겪었다. 당시 식약처는 나파벨탄에 대해 임상 2상 결과만으로 조건부 허가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종근당은 식약처의 발표가 나파벨탄의 실패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임상 3상 시험을 빠르게 진행해 허가를 획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종근당은 지난달 15일 나파벨탄의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았으며 현재 의료기관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승인 절차를 밟는 중이다.


다른 개발사들의 상황도 순조롭지만은 않다. 부광약품은 지난 12일 2상 데이터를 공개했으나 임상목표를 달성하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평가변수로 설정한 바이러스 음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되지 않은 것이다. 단 바이러스의 감소 효과는 확인됐으며 중대한 이상 사례도 발생하지 않았다. 회사는 다른 임상시험 'CLV-203'에서 바이러스 감소 효과를 추가로 검증해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대웅제약 '호이스타정'은 임상 2상에서 환자의 음전 시간 감소 효과가 충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임상 대상자를 기존 80여명에서 1000명으로 대폭 확대한 2b·3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상반기 내 조건부 허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풍제약은 최근 '피라맥스'의 임상 2상을 완료했으며 데이터 분석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앞서 백혈병치료제 '슈펙트'를 코로나 치료제로 개발했던 일양약품은 임상 3상에서 효능 입증에 실패하며 개발이 무산되기도 했다.


이같이 코로나 치료제 개발사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뉴스가 잇따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아쉬움을 제기한다. 임상도 중요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에서는 예외적인 방식으로 치료제 사용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나파벨탄의 2상 결과는 결코 나쁘지 않았고 지코비딕도 의료현장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보였다"며 "중증 환자를 위한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인 만큼 긴급사용승인 등을 통해서라도 환자에게 신속히 투여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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