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 가격’에 사겠다…롯데손보를 보는 우리금융의 속내

  • 송고 2024.05.07 15:27
  • 수정 2024.05.07 15:31
  • EBN 박소희 기자 (shpark@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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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보험사 인수전 참여하면서 ‘적정 가격’ 인수 강조 함의 주목

적정 가격 두고 시장 괴리 커…롯데손보 가격 협상 단계서 난항 예고

롯데손해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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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가 증권업 재진출과 함께 “보험사 인수도 필요하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오버페이 하지 않겠다’고 여러번 강조하는 속내는 뭘까.


롯데손해보험 실사를 마치더라더도 가격 협상 단계에서 난항이 적잖을 것으로 관측된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보험사 인수 기회는 또 있을 거라고 여유를 보인 것도 롯데손보 적정 몸값에 대한 괴리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종금과 포스증권을 합병하고 합병 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으로 증권사를 출범한다. 자본 투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의 증권업 진출이다.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도 추진 중인 만큼 실탄을 아끼기 위한 일환으로 읽힌다.


증권업 진출을 통해 우리금융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이라는 전략에 한발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비은행은 역부족이다. 신한금융, KB금융이 증권, 보험 계열사의 약진으로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여파에도 견고한 실적을 과시한 만큼 우리금융도 증권, 보험으로 이어지는 비은행 라인업을 더 강화해야 한다. 포스증권으로는 금융투자 시장을 선점하기에는 부족한 만큼 업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려면 추가 인수도 고려해야 한다.


우리금융은 지난해만 해도 증권사 인수가 최우선이고 보험사 인수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우리금융의 롯데손보 인수전 참여 소식에 M&A 업계에 활기가 띄는 분위기다.


다만 임 회장이 보험사 인수에서 가격이 중요하다고 재차 언급하면서 보험업계에서는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임 회장은 최근 연합뉴스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금융에 보험사가 필요한 타이밍이라면서도 인수전에서 ‘오버페이’ 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하면서다.


임 회장은 앞으로도 보험사 인수 기회는 계속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사실상 롯데손보 인수가 급하지 않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여전히 증권사 인수가 보험사 보다 우선순위라는 점도 강조했다. 시장 일각에서 롯데손보 기업가치가 최대 3조원으로 거론되는 가운데 절대 그 가격에 인수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롯데손보 실사를 거치더라도 롯데손보 대주주와 가격 협상 단계에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손보 대주주 JKL파트너스는 성공적인 트랙레코드를 쌓으려면 2조원 중반이나 3조원선에서 롯데손보를 매각해야 하는데 우리금융이 생각하는 가격과 괴리가 크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비은행을 강화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동안 가격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극적인 자세로 임해왔다”며 “인수합병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가격인데 최소한의 비용으로 비은행을 강화하려다보니 인수 의지가 있는건지 의문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이번 증권업 진출에 자본을 많이 투입하지 않은 만큼 우리금융이 보험사 인수 여력 충분하다는 관측도 있다. 최근 임 회장의 발언들은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일환이라는 분석이다. 임 회장이 롯데손보 말고도 외국계 등 다른 보험사도 보고 있다고 내비쳤지만 잠재 매물을 합쳐도 롯데손보 만큼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만한 매물은 드물다. 더욱이 보험사 원매자가 사모펀드 일색인 상황에서 우리금융은 대주주 적격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당국과 업계는 여전히 사모펀드 보다는 금융지주가 금융사 대주주가 되주길 원하는 분위기다.


다른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오버페이를 안하겠다고 시장에 계속 언급한건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며 “보험사 원매자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는 우리금융이 가격 협상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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