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매각 난항’ 제주맥주, 결국 상폐로 가나

  • 송고 2024.05.09 11:09
  • 수정 2024.05.09 11:10
  • EBN 이윤형 기자 (ybr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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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금 41억 처리 차질...거래종결일 연기

유동성 문제 해결 못하면 자본잠식 악화

제주맥주의 매각 무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장폐지 위기까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제주맥주 제주도 양조장. 제주맥주

제주맥주의 매각 무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상장폐지 위기까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제주맥주 제주도 양조장. 제주맥주

연속 적자로 자본 잠식 상태에 빠진 제주맥주가 경영권 매각 마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이번 경영권 매각이 제주맥주의 유동성 확보에 목적이 있었던 만큼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차선책이 부재할 경우 상장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맥주 지난 8일 경영진 교체를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연회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연회는 주총 개최 요건을 갖춘 상황에서 참석주주의 동의에 따라 결의를 연기하는 것이다.


이날 임시 주총에서는 수입 주류 판매 및 소매업 등 사업목적 추가, 발행 예정 주식 수 변경, 신주인수권 발행한도 변경 등이 담긴 정관변경 외에 사내이사로 신성현, 이강일, 남봉관을, 사외이사로 양인철, 감사로 이후록을 선임하는 안건을 논의키로 돼 있었다.


주총 연기는 제주맥주 인수 계약을 맺은 자동차 수리·부품사인 더블에이치엠이 인수대금을 납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3월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와 그의 가족회사 엠비에이치홀딩스는 보유한 제주맥주의 지분 9.2%를 약 63억원에 더블에이치엠에 매각하기로 계약했다.


이에 따라 더블에이치엠은 지난 3월 계약금으로 엠비에이치와 문 대표에게 각각 10억원, 1200만원을 계약금으로 지급하고 4월과 5월 각각 중도금, 잔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7일까지 지급됐어야하는 잔금 41억원이 처리되지 않으면서 차질인 생긴 것이다. 엠비에이치홀딩스와 문 대표는 더블에이체엠에 잔금을 수령하는 즉시 남은 주식을 모두 넘기고 하루 뒤인 8일 임시주총을 통해 경영권을 넘기기로 했었다.


결국 제주맥주 현 경영자 측은 계약 정정을 통해 ‘주식양수도 계약 미이행시 시정기간’을 추가하고 거래 종결일까지 계약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5영업일의 시정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른 거래 종결일은 오는 16일로 연기됐다.


하지만 이미 납입 지연이 발생한 상황에서 시정기간에 잔금 납입이 온전히 이뤄질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실제 더블에이치엠의 제주맥주 인수 자금 조달 여부는 M&A 초기부터 의구심이 적지 않았다. 더블에이치엠은 제주맥주 지분 14.8%를 101억원에 인수할 예정이었지만, 지난 3월 추가 양수인이 참여하면서 인수 대금과 지분을 모두 줄였다.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제주맥주를 인수하는 더블에이치엠은 창업한지 3년 밖에 되지 않은 매출 27억원 규모의 회사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자본금도 9억원에 불과하다.


업계는 제주맥주의 매각 무산을 예상하면서 이렇게 될 경우 상장폐지를 우려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시장에서도 이번 경영권 매각이 제주맥주의 마지막 남은 돌파구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제주맥주의 경영권자인 더블에이치엠은 공장 가동률 정상화와 해외 진출, 유동성 확보 등을 목표로 삼은 바 있다.


그러나 자금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제주맥주는 자본잠식 상태를 해결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제주맥주는 2015년 설립 이후 2023년까지 연결·별도 기준 9년 연속 적자 상태였다. 작년엔 1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상장 때까지만 해도 상장 해인 2021년 흑자전환한 뒤 2023년 영업이익 18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은 철저히 빗나갔다. 매출도 2021년부터 매해 감소세다. 누적된 적자로 지난해엔 자본총계(자기자본)가 자본금을 밑도는 부분 자본잠식에 빠졌다. 지난해 기준 회사의 자본잠식률은 22%다.


적자가 지속돼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이 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다음해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최악의 경우 상장폐지될 수 있다. 자본금이 바닥나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완전 잠식상태가 되면 곧바로 상장폐지될 위험도 있다.


코스닥시장에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할 경우 관리종목, 5년 연속일 경우엔 상장폐지가 결정된다.


제주맥주의 연기된 임시주총은 오는 22일 오전 11시에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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