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미네르바의 부정적 리포트에 정부가 과민”

  • 송고 2009.01.09 17:55
  • 수정 2009.01.0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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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AFP·FT 등 “표현의 자유에 대한 회의 불러일으킬 것”

“한국 검찰이 경제슬럼프로 고전하는 정부를 전복시키는 우울한 예측을 내놓은 금융시장 예언자를 체포했다.”

‘인터넷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며 사회 전반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 일으켰던 네티즌 논객 ‘미네르바’ 긴급 체포되자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네르바의 체포 소식이 전해진 8일 로이터통신은 “한국 시장은 지난해부터 세계적인 침체 속에서 폭락했고, 한국 정부가 부정적인 리포트에 대해 점차 민감해지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통신은 “한국의 핵심 금융 당국자는 악성 소문을 엄중하게 다스릴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한국의 경제 애널리스트는 경제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나 전망을 내놓을 수 없도록 당국자들로 압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은 또“몇 달 전 내가 한 지역신문에 외환보유고에 대한 걱정을 표현하자 한국은행 고위관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언론이 부정적인 견해를 계속해서 보도하면 내가 잠재적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한국의 경제전문가의 발언을 익명으로 인용했다.

일본 지지통신도 같은 날 “리먼브러더스 파탄을 적중시켜 유명한 한국 인터넷 논객이 허위정보 유포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미네르바가) 환율과 주가를 예측해 적중시켜 주목받았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판해 소란으로 발전했다”고 전했다.

AFP는 “미네르바의 글이 정부의 경제 정책과 환율 시장 개입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으로 당국자를 짜증스럽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9일 영국의 권위 있는 신문인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한국 검찰의 미네르바 체포에 대해 아시아판에서 “온라인 가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고, 언론과 민간 경제부터의 한국 경제 부실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와 온라인 루머에 의해 한국 정부가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은 한국에서 인터넷의 정치적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특히 지난해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인해 촛불시위 등 커다란 반대와 직면한 것을 거론하면서, “당시 한국 정부는 인터넷 채팅방과 온라인에서 결의한 데모가 크게 번질 것을 예상치 못했다”면서 “미네르바 체포는 한국 정부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언론과 인터넷 여론을 척결하려는 과정에서 터진 사건”이라며 “이는 한국에 표현의 자유가 있는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문은 이어 “출범 이후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대규모 집회를 겪은 이명박 정부가 인터넷의 정치적 역할을 불편해 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미네르바 체포에 대한 외신 반응 중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미국 내 소수민족 관련 뉴스를 다루는 뉴어메리카미디어다.

이 매체는 ‘미디어의 비판을 묻고 있는 한국의 불도저’라는 기사에서 “한국 네티즌들이 ‘한국에서는 경제에 대한 전망을 하면 불법인가? 한국에 사는 게 부끄럽고 한국인인 게 부끄럽다’는 등의 글을 올렸다”면서, “미네르바 체포는 세계에서 인터넷이 가장 발달한 나라에서 정보의 유통을 장악하려고 하는 현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조치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뉴어메리카미디어는 이어 “‘불도저’로 알려진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30년 전 군사 독재 시절로 회귀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며, “북한 주민들의 자유를 증진시키기 위해 단호한 접근을 해온 대통령이 남한에서는 그 자유를 억압하려고 한다는 건 아이러니”라고 강력 비판했다.(서울=유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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