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서 재계 인사 조문
이 부회장, 생의 마지막까지 신 회장 지지해
검찰의 피의자 소환을 앞두고 자살을 선택한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롯데정책본부장)의 빈소가 27일 서울아산병원에 마련됐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이날 빈소를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에 따른 심리적 압박감으로 죽음을 택한 이 부회장의 빈소에서 만감이 교차할 신 회장의 발언에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27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사망 소식을 접하고 비통함에 고개를 떨군 신동빈 회장은 이날 오전 고(故) 이 부회장의 빈소인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을 찾을 예정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이 부회장의 죽음) 관련 보고를 받고 거의 말을 잇지 못한 채 애통해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최종 책임자로서 경영권 분쟁과 이어지는 검찰의 수사 가운데 발생한 이 부회장의 죽음에 책임감을 느꼈기에 가능한 반응이다.
이 부회장은 신 회장에게 특별한 사람이었다. 롯데그룹을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과 함께 일궈냈고, 신 회장의 롯데그룹의 원-리더로 부상할 때 이를 지원하는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이 부회장은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신 회장을 지지하며 힘을 실었다.
이 부회장은 당시 공개적으로 "신동주 전 부회장은 경영능력이 검증 안 된 사람"이라며 "신 전 부회장으로 야기된 작금의 사태는 그룹의 미래와 발전에 어떠한 도움도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죽음을 앞두고 작성한 유서에서도 이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다"·"롯데그룹에 비자금은 없다"고 적어 놓으며, 생의 마지막까지 신 회장을 지지했다.
신 회장으로서는 '진실한' 사람을 잃게 된 셈이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다음 주 초 검찰의 피의자 소환에 직면했던 신 회장은 검찰 수사 대응을 위한 시간을 좀 더 벌게 됐다. 검찰의 수사 압박이 다소 완화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의 죽음이 롯데그룹 수사의 방향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신 회장 혐의 입증에 지장을 준다고는 생각 안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죽음이 검찰의 롯데수사팀에 예기치 않은 부담을 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무리한 수사가 이번 사건을 불러왔다는 지적에 대해서 검찰이 적극적인 반박에 나선 것은 이 같은 부담을 반증한다.
재계에서는 검찰이 개인비리 혐의로 이 부회장을 압박해왔던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놓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부회장과 관련해 개인비리 혐의를 수사하거나 압박한적은 전혀 없다"며 "사실 이 부 회장은 이번에 처음 소환하는 분으로 수사가 제대로 진행된 것도 아니다"라고 즉각 반박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 소환 조사에 앞서 신 회장 등 롯데그룹 대주주 일가의 횡령·배임 액수가 모두 35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언론에 알리는 등 롯데를 압박했다. 또 검찰은 이 부회장을 공범으로 보고, 대주주 일가의 혐의 입증에 필요한 진술을 받을 계획이었다.
이 부회장의 장례는 롯데그룹장인 5일장으로 치뤄진다. 최고 예우인 회사장은 롯데그룹 창립 이후 처음이다. 롯데그룹장은 롯데그룹이 비용을 부담하며 장례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장례식 제반 절차에 대해 책임지는 형태다. 장례위원장은 소진세 사장(롯데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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