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APT'로 도약 꿈꾸는 KAI 사천 공장 가보니…

  • 송고 2016.09.27 15:43
  • 수정 2016.09.27 17:42
  • 최다현 기자 (chdh0729@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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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50 필요 부품 30만개…일부 공정 제외 수작업 진행

KAI 도약 이끌 먹거리…'APT·MRO·민수구조물'

ⓒ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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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은 항공산업의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유일한 체계종합개발 기업으로, 두 번째 도약을 위해 APT사업 수주와 민간 MRO 진출, 민수 구조물 생산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지난 26일 방문한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회사의 두 번째 도약을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사천은 KAI 본사가 위치한 도시 답게 곳곳에서 항공기를 마주할 수 있는 곳이었다. 특히 초음속으로 날아다니는 T-50A도 굉음을 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지난해 12월 KF-X 본계약 체결을 한 후 본사 보안은 한층 삼엄해졌다. KAI의 연구인력들이 보여 있는 연구개발센터는 연구개발 인력 외의 직원에게도 내부 방문을 허락해주지 않을 정도다.

항공기 소리를 뒤로 하고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공장 안으로 들어섰다. 최종조립라인에는 아직 도색이 되지 않은 연두색 동체들이 작업자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KAI는 사천 본사 공장에서 세계 각국으로 수출될 FA-50과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KUH), F-15 전투기의 날개를 생산한다.

공장의 내부는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모습과 달랐다. 자동차공장은 컨베이어벨트가 빠르게 돌아가는 것과 달리 리벳 작업을 위한 드릴 소리를 제외하고는 조용한 편이었다. 또한 축구장 3개 넓이의 공장에는 기둥이 없다. 새로운 개발 사업이 완료돼 양산에 들어가거나 수주 잔고에 따라 유동적으로 생산라인을 재배치하기 위해서다.

최종조립라인이 들어선 항공동에서는 기본 작업이 이뤄진 전방, 중방, 후방 동체를 들여와 6개월여 동안 작업을 진행한다. 작업라인을 따라 이동하면 항공기가 완성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랜딩기어와 수직날개, 수평날개, 조종석 전자장비 등을 차례로 작업한다.

KAI는 공정 과정의 많은 부분을 자동화 했다. 특히 분진으로 인한 질환이나 작업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드릴 작업은 자동 드릴인 ADS(Auto Drilling System)를 이용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굴곡이 많은 항공기 외형 특성 상 자동화가 어려운 페인트 도색 작업도 기계가 진행한다. 또한 전방과 중방, 후방 등 삼등분으로 나눠 작업한 동체를 하나로 연결할 때도 레이저를 사용해 정확도와 생산성을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작업자들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부분이 많다. 항공기는 용접은 하지 않지만 동체를 수백, 수천개의 리벳으로 연결한다. 튼튼한 볼트로 바느질을 하는 셈이다. KAI 관계자는 “FA-50 한 대를 조립하는 데 대략 30만개의 부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에어버스와 보잉 등 민항기 제작사에 납품할 구조물을 제작하는 작업자들도 바쁘게 손길을 놀리고 있었다. KAI가 에어버스에 납품하는 A350윙립 생산공장의 경우 전 과정이 자동화돼 있지만 내부를 방문할 수 없는 구역 중 하나였다. 현장을 안내하던 KAI 관계자는 “제품은 에어버스에 납품하지만 자동화 설비는 KAI의 기술이라 에어버스 사람들도 내부를 방문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FA-50 시뮬레이터를 체험하는 모습. 시뮬레이터를 통해 실제 항공기를 운항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EBN

FA-50 시뮬레이터를 체험하는 모습. 시뮬레이터를 통해 실제 항공기를 운항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EBN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제2사업장에는 항공기 시뮬레이터 사업장과 항공기 개조·개발·정비(MRO) 사업장이 위치해 있다. 항공기 시뮬레이터는 실제 항공기를 조종하는 것과 99% 일치하는 경험을 선사한다. 해외로 수출될 예정인 FA-50 시뮬레이터는 가격이 실제 FA-50과 맞먹지만 유지비는 경제적이면서도 실제상황과 같은 훈련이 가능하다.

KAI는 최근 몇 년 사이 급성장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액은 1조51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3%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1762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1336억원보다 31.8% 성장했다.

KAI 관계자는 “T-50과 수리온 등의 개발이 완료되고 양산단계에 들어가면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며 “두번째 도약을 위해 민수 구조물 사업을 확대하고 MRO사업을 유치하는 동시에 APT(구 T-X) 사업 수주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APT사업은 미국 공군과 해군에 사용할 고등훈련기 약 1000대를 교체하는 사업이다. 올해 말 입찰제한요청서(RFP) 발송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주전에 들어간다. 1차로는 미 공군이 주문할 물량 350대가, 2차로는 미 해군과 가상적기에 투입될 물량 650여대가 납품될 예정이다.

특히 APT사업은 KAI와 록히드마틴이 컨소시엄이 가장 앞서나가고 있는 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이미 운용 중인 T-50을 내세우고 있어 미국 입장에서는 가장 리스크가 적다. 기존 운항 데이터가 있어 전력화 시기를 줄일 수 있고 사업비 비용도 절감 가능하다. 여기에 지속선회 능력과 공중급유장치가 추가돼 조종사 양성을 위한 제반 요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KAI는 현재 국토교통부에 MRO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놓은 상황이다. KAI 측은 군 MRO와 항공기 개조 및 개발을 통해 쌓은 경험이 민간 항공기 MRO사업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T-50A의 모습.ⓒKAI

T-50A의 모습.ⓒK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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