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신동빈 회장 구속영장 청구 무리 있다" 뒷말

  • 송고 2016.09.27 16:00
  • 수정 2016.09.27 17:07
  • 김지성 기자 (lazyhand@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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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배임·횡령 혐의 금액 사상 최대 '강조'

금액합산 '무리'..."구속은 법원서 입증 돼야"

지난 20일 검찰에 출석하는 신동빈 롯데회장ⓒ데일리안

지난 20일 검찰에 출석하는 신동빈 롯데회장ⓒ데일리안

검찰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 대해 고심끝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재계에서 무리한 영장 청구라는 지적이 나오는 등 뒷말이 많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특경법)상 1750억원의 배임·횡령 혐의를 신 회장에게 적용했다. 역대 재벌 수사 중 사상 최대의 금액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하지만 구속영장에서 검찰이 수사시 방점을 찍었던 비자금 부분은 아예 언급이 없었던 데다가 혐의를 둔 배임·횡령 금액이 논쟁거리가 적지 않은 무리한 합산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27일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에서 신 회장에게 1240억원대 특경법상 배임, 500억원대 특경법상 횡령 등 혐의를 적용했다. 특경법상 배임은 롯데피에스넷의 손실을 감추기 위한 유상증자 과정에서 계열사를 동원해 회사에 470억원대 손해를 끼쳤다는 것과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등에게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권을 몰아줘 회사에 770억원대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이다.

특경법상 횡령은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등 그룹 오너일가를 국내 계열사 임원으로 등록시켜 500억원 상당의 급여를 부당 수령하도록 도왔다는 부분에 대해 혐의가 적용됐다.

구속영장 청구 직후 검찰 관계자는 "사안 자체가 총수 일가의 이익 빼먹기, 이익 빼돌리기 이런 차원에서 여태까지 재벌 수사 중에 제일 큰 금액이 아닌가 싶다"며 배임·횡령 혐의 금액의 규모가 구속영장 청구의 주요 배경이 됐음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재계에서는 배임·횡령 금액 산정에 무리한 부분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나 신유미씨의 급여가 포함돼 있다는 500억원 가량의 횡령혐의 금액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재계 관계자는 "실제 횡령의 수혜자는 형인 신동주씨와 신유미씨 등이지 신 회장이 직접 이득을 취했다고 보기 힘들지 않느냐"며 "여기에 과거 절대적 카리스마를 가졌던 신격호 총괄회장이 한 일에 대해 신동빈 회장이 토를 달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손가락으로 임원들을 하나하나 가리키며 지시를 했다는 이른바 '손가락 힘'을 신 회장이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를 염두에 두면 신 회장이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신동주, 신유미에게 급여를 줬다는 검찰의 주장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 가능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도 "신동주 전 부회장에게 400억원 가량의 급여를 줬는데, 형에게 하는 일 없는데 돈을 줬다는 것이 모두 횡령이라고 볼 수 있겠냐"며 "국내 재벌 오너가 사람들이 자리 꼬박 지키면서 돈을 받는 게 아닌 것이 현실이라고 볼 때 모두 횡령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롯데시네마 등에 일감을 몰아줬다며 770억원의 배임 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해서도 "이는 가족들이 행한 과거의 구습"이라며 전적으로 신 회장의 혐의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은 오히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 2013년 신영자 이사장, 서미경씨 등 가족들 회사가 운영하던 롯데시네마 매점사업을 모두 직영으로 전환시키지 않았냐"고 말했다.

검찰은 국내 롯데계열사 경영권을 갖게 된 신 회장이 신영자 이사장, 서씨 모녀 등 가족들에게 경영권 대신 거액의 이익을 안겨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신 회장은 오히려 가족 이권개입 막기 위해 2013년 3월,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을 직영으로 전환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로 인해 신영자 사장이 운영하던 시네마통상과 서미경씨가 운영하던 유원실업 롯데시네마의 매점 사업에서 손을 떼게 됐다.

롯데피에스넷의 손실을 감추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해 470억원대의 피해를 입혔다는 혐의 부분은 이미 롯데그룹 측의 해명이 있었다.

롯데피에스넷은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ATM을 공급하는 회사로, 롯데 계열사 3사(코리아세븐, 롯데닷컴, 롯데정보통신)가 3분의 1정도를 공동 출자해서 만든 회사다. ATM은 출금 기능만 있는 CD기와 달리 입금은 물론 공과금 납부·보험가입·티켓예매 등 복합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세븐일레븐은 향후 은행, 증권사들의 지점 역할을 편의점이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CD기 보다 3배 가량 비싼 ATM을 전략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중이었다.

롯데측은 세븐일레븐이 2009년말 기준 2200여 점포에서 2015년 8300여 점포로 4배 가량 성장한 만큼 ATM 수요가 많아져 투자액(증자)이 많아진 것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를 현재 단계에서 미리 손실로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는 게 해명의 요지이다.

무엇보다 재계에서는 신동빈 회장 체제에서 이전까지의 폐쇄적이었던 경영환경을 개선하고 개혁하려는 롯데그룹의 노력이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로 좌초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검찰이 제기한 롯데의 비리 문제가 오너 가족들의 이익 편취에 대한 것인데, 신 회장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앞장 서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우려가 더 커진다. 지난해 롯데그룹 원리더로 올라선 후 신 회장은 순환출자고리 해소, 호텔상장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친족 이권개입 등 쌓인 적폐의 해소를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투명한 경영을 위해 복잡한 순환출자 해소에 나섰고 사재까지 출연해 당시 416개였던 계열사를 67개로 줄인 것과 일본과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호텔롯데 상장을 추진한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호텔상장을 앞두고 검찰 수사로 이 같은 노력이 중단된 상태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라는 지적을 예상하면서도 부실수사 논란을 돌파하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구속영장 청구 직후 검찰 관계자는 1750억원의 배임·횡령 혐의 금액과 관련해 "피의사실이 직접적인 것은 아니"라고 단서를 달았다. 논란의 여지를 남긴 셈이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신 회장의 신병 확보 후) 롯데케미컬이나 롯데건설 비자금이라든가 좀더 심도 싶은 질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해 신 회장의 구속을 통해 영장청구시 적시하지 못한 비자금 등 혐의 수사를 계속할 의향을 내비쳤다. 구속영장 청구를 통해 신 회장의 신병을 우선 확보해 놓고 부실수사 논란을 돌파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관계자는 "구속이 되려면 범죄사실이 재판에서 입증 될 정도까지 소명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법원이 끄덕거릴 정도의 증거가 있어야 하고, 도주의 우려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야 하는데, (이 같은 측면에서) 신 회장 혐의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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