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CEO, ‘위기의식’ 강조하는 까닭은

  • 송고 2016.10.20 13:20
  • 수정 2016.10.20 17:30
  •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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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은 불가피한데 노조는 반발 지속… 일종의 양해 메시지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왼쪽부터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수장들이 임직원들에게 잇따라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거듭되는 시황 침체로 올 초부터 정부에 의해 본격화된 조선업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동시에 이에 반발하는 노동조합에 경종을 울리기 위한 차원에서다.

2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 19일 제주도에서 열린 세계조선소대표자회의(JECKU)에서 “올해 수주목표(53억 달러)를 달성하지 못하면 사람을 더 줄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맥킨지보고서에 대해서도 “컨설팅 내용의 정확성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며 “맥킨지는 조선시황을 보수적으로 봤는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 6월 초 인력감축 및 보유자산 매각을 내용으로 하는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수립했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지난 2분기부터 직원 1400여명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또 원가절감 차원에서 박 사장은 지난 7월부터 임금 전액을, 임원은 30%, 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15~20% 반납하고 있다.

박 사장은 같은날 거제조선소에서 열린 창립기념식에서도 “오는 11월 유상증자로 안정적인 운영자금을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과제는 일감 확보”라며 “최근 LNG선 및 유조선을 수주했고 연내 해양플랜트 수주를 앞두고는 있지만, 앞으로 세계 경기침체와 저유가 장기화로 추가 일감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 사장의 이러한 언급들은 인력감축 등의 방침에 반발하는 노동자협의회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올 초만 해도 사측의 해외영업에 적극 동참하기도 했던 노협은 지난 6월 사측의 구조조정 방침이 확정되고 생산직을 포함한 희망퇴직까지 실시되자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임금·단체협상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단체행동에 나설 기미까지 보이고 있다.

실제로 삼성중공업 노협 관계자는 “사측이 노협 요구사안인 인위적 인력감축 철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를 의식해 위기의식을 재차 강조하는 것은 박 사장 뿐만이 아니다.

최길선 회장 및 권오갑 부회장 등 현대중공업 경영진도 지난 7월 초 비상경영설명회를 열어 어렵더라도 자구안 이행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한 데 이어 하계휴가 인사말을 통해서도 “오는 2017년 하반기부터는 일부 도크 가동 중단이 현실화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어렵다는 점만 부각해 언론플레이를 하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며 비상경영설명회에 불참했다. 이후에도 사측의 분사 및 희망퇴직 방침에 반발해 현재까지 크고 작은 파업을 이어오고 있는 상태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최근 노조 파업을 우려하는 발언을 했다.

정 사장은 지난 7월 대우조선 사보 발행을 위해 진행된 인터뷰에서 “파업은 국민에게 자금을 더 지원해달라는 의미로 비춰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런 상황에서 파업을 한다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고 빨리 회사 문을 닫게 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언급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파업 등 본격적인 단체행동을 실시하지는 않고 있으나 사내집회 등으로 사측 구조조정 방침에 반발하는 상황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최근 CEO들의 발언은 어떻게든 고강도 구조조정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노조가 이해해달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며 “노조 주장이 경영부실 책임을 근로자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것인 만큼 강대 강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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