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 HP 매각 초읽기…노사간 대립 첨예

  • 송고 2016.10.26 17:14
  • 수정 2016.10.26 17:40
  • 강승혁 기자 (kang0623@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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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 "고용보장 여부 명문화" vs 삼성전자 "5년 고용 계약 명시했다"

삼성전자가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를 휴렛팩커드(HP)에 매각하기로 한 데 대해 내부 직원들과 사측의 대립이 첨예하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27일 주주총회를 열고 프린팅솔루션 사업부 분할 매각을 결의한다.

이어 삼성전자는 오는 11월 1일 프린팅솔루션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에스프린팅(S-Printing)솔루션 주식회사를 신설하고 이 회사의 지분 100%를 10억5000만달러(약 1조1500억원) 규모로 HP에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승계하는 임직원 규모는 약 6000명이다.

이에 앞서 내일 열리는 주주총회는 프린팅사업부 분할 계획서 승인안을 다루는 자리로, 안건은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린팅사업부 직원들로 구성된 '프린팅사업부 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주총장 안팎에서 반대 시위에 나설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양쪽의 입장이 평행선을 걸으면서다.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 직원들이 크게 우려하는 문제는 '고용보장 여부'다. 이들은 HP가 고용보장을 명문화하지 않아 문서상의 확실한 약속이 없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 비대위 측은 "매각발표 초기에 알려진 것과 달리 고용보장의 주체와 법적인 효력 여부가 모호하고 이전의 다른 분사 사례와 달리 사내 전환배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던 데다가, 전적에 대한 직원들의 동의절차도 밟지 않는 등 실질적으로는 강제적인 구조조정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HP는 이전부터 비용구조 효율화를 위해 감원을 자주 실시해온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도 HP는 개인용 컴퓨터(PC)와 프린터 시장의 수요 부진을 맞으며 향후 3년간 3000~4000명을 감원할 계획을 밝혔다.

캐시 레스잭 HP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감원 규모가 4000명에 근접하게 되면 일자리 1000개는 아웃소싱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펼치는 HP에 고용이 승계된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보호막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확실히 고용보장을 약속하지 않는 이상 불안감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HP는 원래부터 구조조정을 자주 시행해왔다"며 "통상 회사가 매각이 되면 인력 감축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 측은 HP와의 매각 계약에 인력 전부를 5년 고용보장한다는 내용을 명시했으나, 비대위 측이 '정년 보장'을 요구하고 있어 의견차가 생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5년 고용보장은 구두 상이 아닌 계약 상 확정된 내용이라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년 보장은 확실하나 (비대위 측이) 그 이상의 조건을 원하는 거 같다"며 "불확실한 약속을 할 수는 없다. 모든 직원들을 정년까지 보장하겠다고 얘기할 수 있는 회사가 현실적으로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워낙 의견 격차가 크니 양측이 서로 합리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안으로 합의가 되야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위로금·성과급 지급 부분도 논란을 빚고 있다. 직원들은 방위산업과 석유화학산업 등 과거 삼성이 매각한 계열사와 유사한 수준의 위로금에 삼성전자 프리미엄을 더한 금액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매체 등을 통해 프린팅솔루션 사업부 직원들이 2억원대의 위로금과 함께 높은 수준의 정기상여금 신설 및 성과급 별도 지급을 요구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에게 사실 여부를 질의했으나 확실한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이번 삼성전자의 프린팅솔루션 사업부 매각이 앞서 삼성테크윈, 화학사업부 매각 과정에서 노조 측과 마찰을 빚었던 전례를 낳지 않기 위해선 사측이 직원들과의 합의점을 찾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린팅사업부 직원들은 비대위를 구성한데 이어 내달 노조를 설립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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