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두얼굴...강북.수도권 '펄펄' vs 강남 '잠잠'

  • 송고 2016.10.27 00:01
  • 수정 2016.10.27 08:47
  • 서호원 기자 (cydas2@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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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카드 검토 초읽기 들어가자…서울 아파트값 상승폭 둔화

비강남·수도권 청약 시장 열기 '핫'…'북새통'·조기 완판·청약경쟁률 우수

정부의 규제 청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오름세가 잠잠한 상태다.ⓒEBN

정부의 규제 청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 오름세가 잠잠한 상태다.ⓒEBN

#. 강남 개포동에 거주하는 50대 직장인 A씨는 요즘 부동산 뉴스를 보면 씁쓸하다. 20년 넘게 거주하던 개포주공1단지가 정부 규제 검토 소식에 시세가 수천만원씩 떨어지는 등 과도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지지부진한 재건축사업 추이를 오랫동안 지켜보다 올 초부터 시작된 훈풍으로 한동안 가격이 급등해 집을 팔고 이사를 가려다 참았다. 하지만 지금은 강남 등 특정지역을 타깃으로 한 정부의 규제책이 조만간 발표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그냥 가격이 훌쩍 뛰었을 때 팔았으면 하는 아쉬움에 후회가 막급하다.

A씨는 "올 5~6월쯤 강남 재건축 열기로 인해 가격 오름세가 가파를 때 매물을 내놓을지 말지 고민을 엄청 많이 했어요. 이후 8.25 가계부채 대책 발표에도 되레 가격이 올라 조금 더 지켜본 뒤 팔려고 했는데, 지금은 가격을 내린 상태로 매물을 내놔도 매수자들이 뜸하네요. 진작 강북권이나 수도권에 청약 좀 넣을 껄 그랬어요."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A씨 말대로 최근 주택시장과 분양시장이 엇갈린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 기존 아파트 시장은 강남권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 위축과 가격 하락 움직임이 뚜렷하다. 반면 비강남권과 수도권, 지방의 주요 지역 분양시장은 청약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규제 초읽기 들어가자…강남 아파트값 오름세 '주춤'
정부가 중도금 대출 조이기에 들어간 데 이어 전매제한규제 강화 등 강남권을 타킷한 '부동산 규제안' 발표가 초읽기에 돌입하면서 서울 강남지역뿐만 아니라 주요 강북 지역의 집값 상승세도 눈에 띄게 둔화됐다.

27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24% 상승했다. 지난주 0.30%에 비해 오름폭이 0.06%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특히 과열 우려가 있는 것으로 지목된 재건축 아파트값은 0.10% 오르면서 지난주(0.42%)보다 상승폭이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 올해 3월25일(0.03%)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오름폭을 보였다.

실제로 강남발 부동산 광풍의 진원지인 개포 일대는 아파트 가격이 주춤하거나 하락세로 돌아섰다. 개포주공 1단지와 4단지의 경우 호가가 1000만~2000만원 가량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12월 관리처분하는 개포주공 4단지도 호가가 예전 수준을 크게 밑도는 상황이다.

서초구(0.05%)와 강남구(0.02%)의 재건축 변동률은 소폭 오르는데 그쳤으며 송파구(-0.17%)의 재건축 아파트값은 잠실주공 5단지의 호가가 떨어지면서 31주 만에 하락했다. 잠실동 J부동산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가 요즘 침체된 분위기다. 현재 매수자들이 주춤하면서 집주인들이 2000만~3000만원 선으로 가격을 내려 물건을 내놓고 있다"며 "매수자들이 움츠린 상황에서 매도자들은 기다려보는 관망세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C부동산의 한 관계자도 "조용한 분위기 속에 매매문의가 간혹 있긴 하다"며 "아직은 조금 더 차분히 생각하고 난 후에 움직이는 것이 낫다고 투자자들에게 말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거래건수도 이달 들어 현저히 줄어든 상태다. 잠실주공5단지 층수 제한 문제와 정부 규제 검토 때문에 줄어들었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강동구 둔촌주공단지도 관망세로 접어든 분위기다. 강동구 K부동산 관계자는 "한동안 꾸준하게 매수 문의가 있었는데, 정부의 규제 검토 소식이 들리자 매수자와 집주인 모두 잠시 지켜보자는 분위기로 확산되면서 현재는 조용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둔촌주공1단지 전용 50㎡는 지난주부터 500만~1500만원 떨어졌지만 매수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선 상태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전세 오름폭도 낮은 수준이다. 전세는 서울이 0.15%로 지난주와 비슷하거나 조금 오른 상태다. 특히 강남 개포동의 전월세 건수는 지난달 239건으로 이달 현재 60건 줄어든 179건을 기록하고 있다. 잠실동도 지난 9월 대비 61건 감소했다.

강북과 수도권 등 비강남권에 수요자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강북과 수도권 등 비강남권에 수요자들의 발길이 몰리고 있다.

◆강북·수도권 청약 시장 열기 '핫'…청약경쟁률 우수
중도금 집단대출 규제가 본격화되고 있지만 수도권 지역과 강북의 청약 열풍은 현재 진행형이다. 오픈하는 견본주택마다 수만명이 몰리는 등 이른 완판도 기록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마포구 '신촌숲 아이파크'(74.8 대 1)와 경기 화성 '동탄 더샵 레이크에듀타운'(46.6 대 1)이 높은 경쟁률로 1순위에서 분양을 마감했다. 청약결과 '신촌숲 아이파크'와 '동탄 더샵 레이크에듀타운'에 각각 2만9545명, 5만2208명이 몰렸다.

경기도 안산시에 짓는 복합단지 '그랑시티자이' 오피스텔이 계약 시작 이틀만에 완판을 기록했다. 그랑시티자이 오피스텔은 앞서 지난 13∼14일 진행된 청약접수 결과 555실 모집에 5926명이 몰려 평균 10.68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밖에 '의왕백운밸리 효성해링턴플레이스'와 인천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2차', 경기 남양주 '다산신도시 금강펜테리움 리버테라스2차' 등도 1순위 해당 지역에서 전 주택 청약을 마감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비강남권은 전매제한 등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의 규제에 자유롭다는 점이 있기 때문에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발길이 대거 몰리고 있다"며 규제 발표가 나기 전까지 이런 상황은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윤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검토 중인 대책이 나올 때 까지 강남권 등 일부 집값 급등지역에는 한동안 관망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과열된 재건축과 분양시장을 겨냥한 규제 대책 발표 시기를 늦출 경우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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