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20% 싼 가격에"…중국 조선업계, 적자수주 심각

  • 송고 2016.10.27 14:46
  • 수정 2016.10.27 14:54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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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절벽’에 일감 채우지 못하자 원가 이하 수주경쟁 치열

품질저하·인도지연·파산위험 높아져 “심각한 위기상황 직면”

중국 양즈장조선 전경.ⓒ양즈장조선

중국 양즈장조선 전경.ⓒ양즈장조선

‘수주절벽’이라 불릴 정도로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일감부족을 견디다 못한 중국 조선업계가 과도한 수주경쟁에 나서고 있다.

특히 한국보다 많게는 20%까지 낮은 가격을 선주들에게 제시하며 일감 확보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두고 업계는 조선소 뿐만 아니라 선박을 발주하는 선사 입장에서도 위험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7일 클락슨을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세계적으로 321척(2290만DWT)의 선박이 발주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857척(6850만DWT)이 발주됐던 전년동기 대비 약 67% 급감한 수준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145척(1500만DWT)으로 글로벌 발주량의 45%를 가져갔으며 한국은 40척(390만DWT), 일본은 42척(310만DWT)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국이 270척(1680만DWT), 한국이 212척(2810만DWT), 일본이 212척(1900만DWT)를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글로벌 조선강국들의 올해 수주량은 발주량 급감과 함께 큰 폭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DWT 기준으로 중국이 올해 1500만DWT를 수주하며 한국 및 일본에 비해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CMES(China Merchants Shipping) 등 중국 선사들이 상해외고교조선을 비롯한 자국 4개 조선소에 발주한 1200만DWT 규모의 ‘발레막스’ 30척을 제외하면 300만DWT에 불과하다.

그러나 1000여개의 중국 조선소 중 올해 수주에 성공한 조선소는 30개에도 못 미치고 있으며 CSSC(China State Shipbuilding Corp), CSIC(China Shipbuilding Industry Co) 등 기술력과 선박 품질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는 국영조선소도 수주소식을 신고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768척, 2015년 354척이 발주됐던 벌크선이 올해 37척에 불과하다는 것도 벌크선을 주력으로 하는 중국 조선업계에 큰 타격이 되고 있다.

발레막스 30척을 제외하면 전 세계적으로 단 7척의 벌크선이 발주됐으며 1000개에 달하는 중국 조선소들이 일감을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중국 민영조선소 중 상당수가 지난해에도 수주실적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까지 수주에 실패할 경우 더 이상 조선소의 존립이 가능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 조선소들은 선박가격을 더 낮추며 선사들을 상대로 공격적인 수주활동에 나서고 있다.

진하이중공업(Jinhai Heavy Industry)은 지난 5월 프론트라인(Front line)과 30만DWT급 VLCC(초대형원유운반선) 2척에 대한 수주협상에 나섰으나 척당 선가로 7500만~7800만 달러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국 조선업계에서도 뭇매를 맞았다.

또 이와 비슷한 가격을 제시하며 경쟁에 나선 중국 조선소가 진하이중공업 외에 더 있었다는 점에서 중국 조선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당시 클락슨 시장가가 9000만 달러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하이중공업이 제시한 선가는 시장가격보다 1000만 달러 이상 낮은 것이다.

이달 들어서는 머스크라인(Maersk Line)이 발주하는 4척의 3400TEU급 컨테이너선 수주를 위해 한국과 중국 조선업계가 협상에 나섰는데 한국 조선업계가 척당 선박가격으로 4000만 달러 수준을 제시한 반면 중국은 한국보다 10~20% 낮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즈장조선이 건조한 2500TEU급 컨테이너선.ⓒ양즈장조선

양즈장조선이 건조한 2500TEU급 컨테이너선.ⓒ양즈장조선

중소형선의 경우 1억 달러가 넘는 1만TEU급 이상 대형선에 비해 가격 인하폭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조선업계의 이와 같은 저가수주 경쟁은 결국 손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하지만 올해 그나마 발주가 이뤄지는 선종은 1만DWT 미만의 석유제품선 및 석유화학제품선, 3000TEU급 미만의 피더 컨테이너선 정도라 중국 조선업계는 이들 선박의 수주를 위해 치열한 가격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

클락슨에 따르면 3000TEU급 미만의 컨테이너선은 올해 54척으로 가장 많이 발주됐으며 1만DWT급 미만의 유조선(38척)이 뒤를 잇고 있다.

조선소는 도크가 비어있더라도 고정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당장의 경기침체를 견디며 조선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일부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선박수주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손실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 조선소의 자금난과 경영위기는 심화될 수 밖에 없으며 손실규모를 줄이기 위해 값싼 기자재를 사용하게 되면 선박품질은 이전보다 떨어지게 된다.

선박을 발주한 선사 입장에서도 가격조건만 보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위험부담이 큰 결정이다.

특히 용선계약을 맺은 이후 선박을 발주한 선사 입장에서는 조선소가 저가수주로 무너지게 되면 계약한 날짜에 선박을 인도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며 용선사와 계약한 날짜에 선박을 용선하지 못하게 된다.

계약한 날짜에 선박을 용선하지 못한데 따른 위약금도 만만치 않지만 신용을 중시하는 해운업계에서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선사의 향후 사업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중소형 선박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가격 차이가 5~10% 수준이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20%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한국 조선소의 경우 2500만 달러에 수주해도 이익이 남지 않는 선박을 중국이 2000만달러가 안되는 가격에 수주했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는데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가격경쟁 자체가 안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에서 건조하는 선박의 원가가 한국보다 낮을 수는 있으나 가격 차이가 이렇게 벌어질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과도한 적자수주에 나서고 있는 중국 조선업계가 향후 1~2년 내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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