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부실' 한미약품, '내부 리스크' 알고 있었다

  • 송고 2016.12.05 10:23
  • 수정 2016.12.06 09:03
  • 이소라 기자 (sora6095@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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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사이언스와 업무공유, 접근 인력 많아지며 수천억 정보 무방비 노출

업계서 내부 감사 및 부정 조사 관리 필요성 제기됐지만 '비용절감' 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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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의 '늑장공시' 사태는 절차상의 '실수'가 아닌 기밀 정보 관리 시스템의 부재로 인한 '인재'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와 다방면으로 업무를 공유하면서 핵심 정보가 수많은 인력에게 무방비하게 노출됐지만 내부 시스템의 통제가 허술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5일 제약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늑장공시'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내부 감사 업무 및 부정 조사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명 '포렌직 어카운팅' 권고를 받았지만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렌직 어카운팅'이란 기업의 전산 시스템뿐 아니라 기업의 업무 프로세스와 관련 법을 아우르고 있다. 쉽게 말해 기업의 부정 탐지를 목적으로 하는 분야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다수의 업계에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조직관리 컨설팅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반드시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미약품의 경우 개선이 필요한 부문이 있었지만 이 컨설팅을 거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주식을 유통하는 한미약품 규모의 기업들은 내부 감사 업무 또는 부정 조사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법규상 조직 관리가 올바르게 이뤄지는지 따져보는 감사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들이 진행하는 '포렌직 어카운팅'이 그 일환인데 국내 업체들 가운데 자체 관리 능력이 부족해도 비용 절감을 위해 이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한미약품은 여러 번 리스크 경고를 받았지만 자체 관리 의지가 부족했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한미약품은 계열사 간 업무공유 과정에서 정보 유출이 발생했다. 한미사이언스 법무팀 직원 A씨가 한미약품 업무를 대신하면서 베링거인겔하임과의 8500억원 기술계약 파기 정보를 사전에 접했다. A씨는 한미사이언스에 이 정보를 옮겼고, 외부 지인들에게까지 빠른 속도로 퍼졌다.

지난주 검찰 조사 결과 정보를 내다 판 한미약품, 한미사이언스 직원 3명은 주식 1억1550만원의 손실을 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메신저나 문자메시지, 전화로 지인 16명에게 해당 정보를 알리고 3억 300만원의 손실을 피하도록 도왔다.

라이선스 아웃(License Out), 이른바 기술수출을 준비하거나 진행하는 제약사는 통상 해당 업무만 전담하는 TF(TaskForce)팀을 운영한다. 기술수출 여부에 따라 주가의 급등락 여파가 상당하기 때문에 정보 보호를 위해 소수 정예만이 업무를 진행하는 것이다.

회사마다 부서의 명칭은 다르지만 수출입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과 계약 업무를 진행할 법무팀 직원, 임상데이터를 증명할 연구팀 직원 등이 기술수출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 인원들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도 소수의 인력만 모여 십수명 안팎에서만 기술수출 단계를 파악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한미약품이 재발방지를 위한 리스크 관리 의식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상위 제약사 관계자는 "임직원들에게 기밀 정보와 관련해 서약도 받고 교육도 하지만 일일이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의 도덕성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다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인력을 최소화해 정보 단속에 힘쓴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미약품은 지난해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다. 자사 연구원이 다국적 제약사 일라이릴리와 7800억원 규모 기술수출이라는 미공개 정보를 지인인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알려 부당 이득을 챙겼다. 이들은 지난 9월 이 연구원과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각각 징역 8개월, 징역 1년 4월이 선고됐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임직원 교육을 하고있지만, 임상을 진행하는 R&D(연구) 인력만 해도 수십명인데 정보를 단속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법무팀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업무가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산하에 있다고 보면 된다. 한미약품 직원도 한미사이언스 소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검찰조사 결과 발표 전이라 상세하게 설명하긴 어렵지만, 내부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늘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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