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전경련 탈퇴·미전실 해체"…돌발 발언일까?

  • 송고 2016.12.07 11:10
  • 수정 2016.12.07 15:29
  • 문은혜 기자 (mooneh@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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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전략실 축소 가능성 꾸준히 제기돼

대기업 자금 모금 창구 역할 전경련 탈퇴 명분 생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조사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탈퇴와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폐지를 약속했다. 이에 삼성은 미래전략실 폐지를 위한 검토작업에 들어갔고 전경련도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1차 청문회'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실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위 제1차 청문회'에 출석해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7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사장단회의 참석차 출근한 한 삼성 고위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전날 국회서 언급한 미래전략실 해체설이 예정된 발언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미전실 해체 발언이 예정된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나중에 구체적으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6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1차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을 폐지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미전실 관련) 여러 의원님들의 질타가 있었고 미전실에 관해서 의혹과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을 느꼈다"며 "창업자인 선대회장이 만든 조직이고 회장님이 유지한 것이라 조심스럽지만 부정적 인식이 있다면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입을 통해 미래전략실 폐지가 공식화됨에 따라 삼성 전체 조직도에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삼성은 조만간 미래전략실 해체를 위한 조직 재편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전략실 축소·해체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동안에도 실용주의에 입각해 그룹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는 이 부회장이 미래전략실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회장을 보좌하거나 계열사를 지휘·감독하는 그룹의 사령탑인 미래전략실은 삼성의 성공 신화를 만든 조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실체없는 조직', '구시대적 산물'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미래전략실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잘못된) 결과에 책임지지 않기 때문에 무모한 일을 저지르고 심지어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이같은 국민정서를 의식했는지 이번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 폐지 약속은 꼭 지키겠다고 공언했다. 미전실 폐지를 묻는 특위 위원들의 거듭된 질문에 이 부회장은 "한번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발언이 특위 위원들의 압박으로 인한 돌발 언사였는지 의도된 발언이었는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재계 관계자는 "미전실 축소 및 폐지 이야기는 예전부터 있어왔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번 청문회 발언으로 명분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1959년 이병철 창업주 시절 회장 '비서실'로 출발해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구조본)', 2006년 '전략기획실', 2010년 현재의 '미래전략실'로 명칭을 바꿔가며 6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한 미래전략실이 이번에도 이름만 바뀌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게 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을 비롯해 청문회에 참석한 주요 그룹 총수들이 잇달아 탈퇴를 선언한 탓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은 청문회에서 전경련 탈퇴 의사를 밝혔다. 특히 이 부회장 발언 수위는 위원들의 질의가 반복되면서 '회의 불참'에서 '기부하지 않겠다', '탈퇴하겠다'로 높아졌다.

전경련은 이 부회장의 조부인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1961년 세운 조직이다. 올해로 창립 55주년을 맞은 이 조직을 창립자의 손자인 이 부회장이 사실상 해체를 주도하는 셈이다.

전경련 해체론이 제기되는 것은 재계를 대변하는 수단이 아니라 압박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청문회에서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 정부 정책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본인의 생각을 밝혔고 전경련 회장을 맡고 있는 허창수 GS그룹 회장도 "정부 요청있으면 기업이 거절하기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상징이 된 상황에서 조직을 존속시킬 이유가 있느냐는 의문이 재계 안팎으로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전경련 탈퇴 발언이 조부가 세운 조직을 제 손으로 해체하지 않으면서도 청문회를 통해 명분을 마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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