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보복' 사전인지해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정부

  • 송고 2017.01.03 14:16
  • 수정 2017.01.03 14:20
  • 서병곤 기자 (sbg1219@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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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조금 지급 제외·전세기 출항금지..韓기업 시름 커져

경제적 제재 갈수록 노골화 되는데도 뒷북 대응으로 일관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 움직임이 갈수록 노골화되면서 우리 경제가 위협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 움직임이 갈수록 노골화되면서 우리 경제가 위협을 받고 있다.ⓒ연합뉴스

[세종=서병곤 기자]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對)한국 경제제재 움직임이 갈수록 노골화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한국산 배터리 탑재 전기차 보조금 지급대상 제외, 한국행 전세기 출항 금지 등의 규제조치가 잇따르면서 현지 기업 또는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영업행위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규제조치를 사전에 인지하고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해 사실상 중국의 사드보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모양새다.

3일 중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중국공업화신식부는 지난달 29일 '신에너지 자동차 보조금 지급 차량 5차 목록'을 발표했는데 이에 해당하는 493개 차량 모델 중 삼성SDI와 LG화학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없었다.

공업화신식부는 당일 오전 이들 한국 업체의 배터리를 장착한 모델 4개 차종이 포함했다가 오후 들어 이들 차종을 제외하고 수정 발표했다.

명단에 올랐다가 빠진 한국 배터리 장착 차종은 둥펑자동차의 전기 트럭과 상하이 GM의 캐딜락 하이브리드 승용차 등이다.

앞서 삼성SDI와 LG화학은 지난해 6월 제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에 신청했다가 탈락의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이후 5차 심사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를 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전기차 배터리 모범기준 인증을 강화한 와중에 이번에 보조금 지급 제외 조치까지 취하면서 사실상 한국 배터리 업체가 중국에서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중국 정부가 아시아나, 제주항공, 진에어 등 한국의 3개 항공사가 신청한 1월 8개 노선에 대한 전세기 운항을 전면 불허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같은 여파로 중국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맞아 한국을 찾는 유커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유커 방한 대목을 노린 우리 면세점 등 유통업계와 관광업계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처럼 새해를 앞두고 연이어 발생한 해당 규제 조치들은 중국 정부의 사드보복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앞서 지난해 7월 한미 양국의 사드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는 한국산 설탕에 대해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조사에 나섰고, 중국 내 시장점유율 1위인 한국산 폴리옥시메틸렌(POM)에 대한 반덤핑 조사도 개시하기도 했다.

또한 현지에 진출한 롯데에 대한 전방위 세무조사를 단행했으며 한류 스타의 광고를 포함한 한류 전면 금지 조치(금한령)도 내리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규제조치들을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한 우리 정부는 뒤늦게 관계부처 '한중 통상 점검 TF'를 구축해 중국의 규제 관련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우리기업에 대한 불합리한 조치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한국산 배터리 탑재 전기차 보조금 지급대상 제외 건의 경우 중국 정부의 번복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중대사관 등을 통해 해당 사안을 감지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결정이 내려졌다"면서 "앞으로 양국 채널을 통해 우리 기업의 애로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뒷북 대응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사드보복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경우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중국을 더욱 자극시킬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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