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銀 '玉童子'에서 '早産兒'로...은행법 개정에 '발동동'

  • 송고 2017.01.09 10:10
  • 수정 2017.01.09 14:07
  • 백아란 기자 (alive0203@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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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본인가 신청…케이뱅크, 이르면 이달 중 영업 개시

은행법 개정안 국회 문턱서 막혀…입법조사처 "은산분리완화 전제 도입방식 문제"

"옥동자의 탄생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함께 힘 써달라." 지난해 7월 인터넷전문은행 현장간담회에서 나온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당부다.

당시 임 위원장은 인터넷전문은행을 24년 만에 새롭게 탄생하는 옥동자로 꼽으며, 은행권에 협조를 요청했다. 또 IT기업 주도의 은행을 강조하며, 정치권에 은행법 개정도 촉구했다.

ⓒE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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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가 본인가를 신청하고, 이르면 이달 중으로 국내 제1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출범을 예고한 가운데 금융당국 차원에서도 지원사격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은산분리(銀産分離) 완화를 골자로 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난산이 예고된다. 특히 법적 불확실성으로 시범인가 도입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카카오는 지난 6일 금융위원회에 한국카카오은행(이하 카카오뱅크) 본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카카오뱅크는 오는 상반기 중 영업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2015년 11월 K뱅크 컨소시엄(KT·우리은행·GS리테일)과 카카오뱅크 컨소시엄(카카오·한국투자금융지주·KB국민은행 등)에 예비인가를 내줬다.

은행업 예비인가를 받은 카카오뱅크는 그간 준비법인 설립과 출자, 임·직원 채용, 전산시스템 구축 등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작업을 진행해왔다.

금융위는 금융감독원 심사를 거쳐 오는 1분기 안으로 카카오뱅크의 본인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사진 오른쪽)이 인터넷전문은행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백아란 기자

심성훈 케이뱅크 은행장(사진 오른쪽)이 인터넷전문은행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백아란 기자

같은 날 예비인가를 받았던 케이뱅크는 이미 본인가를 받고 영업 개시에 시동을 건 상태다.

케이뱅크는 금융결제원 지급결제망 최종 연계 등을 거쳐 이르면 1월말에서 2월초 본격 영업을 개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도 혁신적인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관련입법 노력도 지속해 나갈 방침이다.

다만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가 높다.

산업자본의 지분한도를 4%에서 50%로 늘려주는 등 은산(銀産)분리 규제 완화 규정이 담긴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인터넷전문은행의 연착륙 역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2개 은행법 개정안(새누리당 강석진·김용태의원)과 3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더불어민주당 정재호의원, 국민의당 김관영의원, 새누리당 유의동의원)이 계류 중이다.

특례법은 산업자본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34%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오는 2019년까지 은산분리 완화를 한시적으로 적용하거나 5년마다 인가 요건을 재심사하는 내용도 담았다.

하지만 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등 국정 혼란이 장기화되며 추진 동력을 잃은 상태다.

결국 기존 시중은행의 모바일 뱅킹과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금융과 IT기술(플랫폼 등) 융합이 필요하지만, 법적 뒷받침이 없어 경재력을 갖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 은행법에서는 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주식 4% 이상을 보유할 수 없어 KT(케이뱅크)와 카카오(카카오뱅크)가 주도적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경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금리 대출을 중심으로 하는 수익모델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미 대다수 은행들이 모바일은행을 앞다퉈 출시한데다 중금리 대출 역시 활성화돼 있어서다.

ⓒ국회 입법조사처

ⓒ국회 입법조사처

이같은 우려는 국회입법조사처 등에서도 제기됐다.

조대형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현황과 개선과제' 보고서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산업에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동시에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조 조사관은 또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은산분리규제 완화를 위한 '은행법'개정이 늦어지면서 현행 인터넷전문은행의 복잡한 주주 구성으로 인해 ICT 기업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가 제한되는 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고 평가했다.

그는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정부가 '은행법' 개정이 필요한 은산분리규제 완화를 전제로 시범인가 방식으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추진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은산분리 완화와 관련된 소유규제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시범인가 방식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함으로써 법적 불확실성이 초래되고 있다는 의미다.

조 조사관은 "은행은 주주뿐만 아니라 예금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주주(shareholder) 관점보다는 이해관계자(stakeholder) 관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소유규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가격경쟁이 심화되는 경우 전체 은행산업의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수 있고, 이는 금융시장에 새로운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고위험 투자와 예금자보호 등에 대한 체계적인 감독·관리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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