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 삼는다' vs '꼼수다'…'기로'에 선 안진회계법인

  • 송고 2017.02.17 11:24
  • 수정 2017.02.17 13:34
  • 김남희 기자 (nina@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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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조치 결정

안진 "과도한 처분에 대형 회계기업과 산업희생양 삼아선 안돼" 반발

당국 “법인도 내부인력 부실관리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일축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에 대한 금융당국 제재 조치가 임박함에 따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운명의 기로에 섰다. 회계업계에서는 안진이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받게되면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한다. 하지만 금융당국 측은 과실을 가져온 회계사 관리를 소홀히 한 법인 문제를 넘어갈 순 없다는 입장이 뚜렷하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에 대한 금융당국 제재 조치가 임박함에 따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운명의 기로에 섰다. 회계업계에서는 안진이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받게되면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한다. 하지만 금융당국 측은 과실을 가져온 회계사 관리를 소홀히 한 법인 문제를 넘어갈 순 없다는 입장이 뚜렷하다. ⓒ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에 대한 금융당국 제재 조치가 임박함에 따라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운명의 기로에 섰다.

회계업계에서는 안진이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받게되면 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것으로 우려한다. 하지만 금융당국 측은 과실을 가져온 회계사 관리를 소홀히 한 법인 문제를 넘어갈 순 없다는 입장이 뚜렷하다.

17일 금융당국과 회계법인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명간 대우조선해양 대규모 분식회계 당시 외부감사 회계법인이었던 딜로이트안진에 대한 징계를 진행한다.

앞서 진웅섭 금감원장이 늦어도 3월까지는 대우조선의 회계감리와 회계법인 관련 후속 절차를 마무리 짓겠다고 언급한 만큼 이달 하순부터 3월 중순 사이 감리위원회를 통한 최종 제재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제재 수위는 분식회계에 있어 고의와 중과실 여부, 피해 금액 규모 등에 따라 양형이 달라진다.

최악의 경우 영업정지 혹은 사업권 반납 및 청산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어 안진회계법인 측은 '좌불안석' 상태다. 회계업계에서는 대우조선해양 케이스가 선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안진에 대한 징계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계업계 측은 "잘못을 저지른 법인과 회계사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가 이뤄져야 하지만 안진의 경우 기본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을 담당한 회계사가 잘못을 했느냐 하는 개인의 일탈 문제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생각은 다르다. 횡령과 금융사기를 저지른 직원을 둔 금융사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처럼, 회계법인도 신의성실 원칙과 시장 신뢰 자산을 통해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내부 인력 부실관리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금융사와 안진회계법인 상황은 동등한 맥락을 이루고 있다"면서 "두 곳 모두 고객(사)이라는 명확한 대상이 있고, 재화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자금을 횡령하거나 재산 상의 손해를 끼친 임직원이 있다면 부실관리에 대한 책임을 조직이 지는 것은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최종 판단은 감리위원회에서 이뤄지겠지만 당국이 금융사에 신의성실원칙·내부통제·직원제재·리스크관리 강화를 강조하는 것처럼 회계법인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돼야 하는 데 이를 피하려 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안진회계법인 관계자는 현 경영진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도 12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도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점을 들면서 "대우조선해양이 조직적으로 은폐한 분식회계에서 어느 회계사, 법인이라도 빠져나가지는 못했을 것"이라면서 "원칙에 따른 징계는 마땅히 받겠지만, 과도한 처분으로 대형 회계기업과 산업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

이정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위험관리본부장도 한 매체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를 법인 차원에서 묵인, 방조, 지시하지 않았다"면서 "5월 법원 판결이 나오기 이전에 금융당국이 안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먼저 결정할 경우 1100명이 넘는 회계사들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만에 하나 안진이 제2의 아서 앤더슨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2001년 미국 기업 엔론의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된 회계법인 아서 앤더슨이 중징계를 받고 파산한 경우다. 뒤늦게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렸지만 이미 아서 앤더슨은 허공에 사라진 직후였다.

한편 안진은 대우조선해양 사태로 받게 될 충격을 최소화 하기 위해 조직 정비를 준비 중이다. 5월경 감사(세무)·경영자문 부문을 나눠 분리하는 것이다. 전면개편을 통해 크게는 안진회계법인·딜로이트경영자문(가칭)·딜로이트컨설팅(기존 독립사업) 이 세 축의 비즈니스로 변모할 전망이다. 혹시라도 있을 회계사와 직원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성과급을 앞당겨 4~5월 사이 지급할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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