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일이 태산" 현안 산적 삼성, 미전실 체제 당분간 유지하나

  • 송고 2017.02.17 16:30
  • 수정 2017.02.17 16:18
  • 최다현 기자 (chdh0729@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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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전실 해체 시 컨트롤타워 부재 우려…'사장단협의체' 부활 가능성도

미국 가전공장 설립·갤럭시 S8 발표 등 주요 현안 줄줄이 대기

ⓒ데일리안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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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총수 구속이라는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면서 삼성그룹은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비상체제를 가동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이 해체를 약속했던 미전실은 적어도 비상경영체제가 해제될 때까지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가 결정된 후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주재로 대책회의를 진행하는 등 미전실을 중심으로 대응 태세를 갖춰가고 있다.

이에 따라 미전실 해체는 당분간 미뤄지고 그룹의 주요한 결정은 미전실을 중심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그룹의 79년 역사 이래 처음으로 발생한 총수 구속사태로 경영 공백 사태가 발생하면서 인사, 채용, 투자 등을 미루고 당분간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움직인다는 구상이다.

앞서 삼성그룹은 "특검 수사가 끝나는대로 미전실을 해체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부회장 구속 사태로 미전실 중심의 법적 대응이 필수적인 상황이 됐다. 위기관리를 위해서라도 당장 미전실을 해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삼성전자, 미국 공장 설립·갤럭시S8 공개 등 주요 일정 줄줄이

현재 삼성그룹은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현안들이 쌓여 있다.

우선 그룹 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하는 삼성전자는 CE(소비자가전), IM(IT&모바일), DS 부문으로 나눠 각 부문장의 지시 하에 현 상황 유지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전 부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삼성전자에게 미국 공장 설립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트윗을 남기면서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가속화하고 있어 어떤 형태로든 액션을 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되면서 미국 공장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어려워졌다.

IM부문은 갤럭시8 공개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있다. 갤럭시8은 지난해 갤럭시노트7 사태를 만회할 야심작으로 오는 3~4월 공개가 예상된다.

반도체 부문도 아슬아슬하게 선두를 지키고 있어 추가 투자 및 연구개발이 시급한 시점이다. 특히 자본력을 앞세워 공세를 퍼붓는 중국 업체들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올해의 투자 계획을 구체적으로 확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총수 부재 악재가 겹쳤다.

◆오너 중심 리더십, 컨트롤 타워 부재시 '치명적'

ⓒ[사진제공=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사진제공=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삼성은 그동안 이병철 선대회장과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에 이르기까지 오너 중심의 리더십을 바탕으로 굵직한 사업 결정을 해왔다. 400조 규모의 삼성그룹이 구심점을 잃고 제때 경영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경우 치명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하만 인수를 비롯, 굵직한 사업 결정시 각 계열사와 이재용 부회장과의 가교 역할을 하며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미전실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급변하는 글로벌 정세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당장은 미전실을 해체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지성 실장과 미전실 2인자로 꼽히는 장충기 차장(사장)이 모두 특검의 수사 선상에 올라 있어 미전실의 정상적인 운용이 힘든 만큼 당분간 사장단협의체로 경영 방향이 잡힐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사장단협의체는 지난 2008년 이건희 회장이 퇴진한 후 투자조정위원회와 브랜드관리위원회, 인사위원회를 두고 1년 8개월 가량 유지됐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마다 규모가 큰 대기업집단은 총수가 부재할 경우 주요한 큰 결단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라며 "삼성이 재계 1위 기업이기는 하지만 총수 부재를 처음 겪고 있어 현상 유지 정도의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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