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키운 홍하이·놀란 SK하이닉스…도시바 선택은?

  • 송고 2017.04.12 14:30
  • 수정 2017.04.12 15:09
  • 최다현 기자 (chdh0729@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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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하이정밀공업 경쟁자 1.5배 3조엔 제시…"인수 의지 여전"

손실 확대 도시바 자금 절실…중국에 기술 유출 여전히 걸림돌

ⓒ도시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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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하이정밀공업이 도시바 인수전에 30조원을 베팅하면서 당초 중화권 기업들을 배제하는 분위기였던 인수전 판도가 요동치고 있다.

일본 정부와 반도체업계 입장에서는 도시바가 중국으로 넘어가는 경우는 악몽에 가깝다. 하지만 당장 자금 수혈이 시급한 도시바로서는 솔깃한 제안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홍하이정밀공업이 경쟁자들보다 많게는 1.5배에 달하는 3조엔(약 31조원)을 베팅하면서 '미-일 연합'으로 무게 추가 기울어졌던 도시바 인수전의 판도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홍하이 3조엔 제시에 일본 '명분과 실리' 고민
홍하이의 제안에 따라 도시바와 일본 정부는 실리와 명분 사이에서 고민하게 됐다.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자금 마련에도 무리가 없는 홍하이는 인수 후보로는 최상의 선택이다. 하지만 중국 반도체산업의 공습과 안보상의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걸림돌이다.

일본 정부는 지속적으로 기술 유출 우려를 제기하며 중화권으로의 매각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왔다.

20조원이 넘는 실탄을 마련한 중국의 칭화유니가 도시바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일본 정부의 강경한 태도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홍하이는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입찰가를 제시하며 인수 의지를 재확인했다.

홍하이가 일본 정부의 냉담한 태도에도 굴하지 않고 3조엔 베팅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 반도체업계는 술렁이고 있다. 도시바가 가진 기술력은 3D낸드 분야에서 64단 개발 단계로 평가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72단 낸드 개발에 성공했다. 자체 투자로 생산 시설도 확대하는 중이다.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은 이미 도시바와 협력 단계에 있어 시장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반면 도시바가 홍하이로 갈 경우에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진다. 기술적인 면에서 미국, 일본, 한국에 비해 뒤쳐진 중국 반도체업계가 단숨에 메이저 플레이어로 치고 올라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도시바, 2016년 전체 1조엔 손실 예상…"홍하이, 막판 가격 깎을수도"
도시바가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입은 손실 규모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시바는 지난 11일 감사법인의 적정의견 없이 2016년 4월~12월 실적을 발표했다. 미국 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 내부 관리 체계와 관련해 감사법인과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사를 거치지 않은 도시바의 결산실적은 매출은 전년대비 4% 줄어든 3조8468억엔(약 40조1705억원)이며 영업손실 규모는 5762억엔(약 5조9000억원)으로 확대됐다.

또한 도시바의 2016년 4월~2017년 3월(2016회계연도) 손실 예상 규모는 1조엔(약 11조원)대로 예상된다. 여기에 감사 의견 없이 결산 실적을 발표함에 따라 상장폐지 위기로 내몰렸다. 재무초과 상태를 1년 이내에 벗어나지 못할 경우에도 상장이 폐지된다.

때문에 도시바는 반도체 부문 매각으로 최대한의 금액을 마련해야 한다. 홍하이는 도시바의 이런 급박한 사정을 정확하게 겨냥했다.

그러나 홍하이가 3조엔을 모두 지불할 지는 미지수다. 이미 홍하이는 샤프 인수전에서 7000억엔을 제시한 후 추가 부채를 발견했다며 입찰 가격의 절반이 조금 넘는 3888억엔으로 매각가를 낮춘 바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에 대한 경계 심리가 작용해 도시바가 가진 기술력의 가치와 미래 성장성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기술은 창의적인 것을 요구한다기보다는 어떻게 더 집적률을 높여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이런 분야에서는 중국이 결국 치고 올라오는 게 지금까지의 대체적인 경쟁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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