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벌써 30척'…글로벌 유조선시장 공급과잉 우려

  • 송고 2017.05.15 14:30
  • 수정 2017.05.15 14:30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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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VLCC 발주 30척 넘어…옵션계약도 20여척 달해

수주잔량 100척 육박 “2020년까지 시황회복 힘들 전망

한국 조선업계가 건조한 유조선들.ⓒ각사

한국 조선업계가 건조한 유조선들.ⓒ각사

올해 들어 VLCC(초대형원유운반선)만 30척 넘게 발주되면서 글로벌 선사들 사이에서 유조선시장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른 상선시장의 수주가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유조선 발주 증가는 조선업계의 시름을 덜어주고 있으나 해운업계는 환경규제로 인해 폐선량이 늘어나지 않는다면 악화되는 시황의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15일 트레이드윈즈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적으로 30척이 넘는 VLCC가 발주된 것으로 나타났다.

벌크선, 컨테이너선, 가스선 등 대부분의 상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유조선시장의 호조는 한국 조선업계에도 수주실적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의 경우 올해 1~4월 39척의 선박을 수주했으며 이 중 원유운반선(13척), 석유제품선(18척) 등 유조선 수주는 31척으로 전체 수주실적의 80%에 달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현대중공업은 노르웨이 프론트라인(Frontline)으로부터 VLCC 4척(옵션 2척 포함)을 수주한데 이어 스위스 트라피구라(Trafigura)와 22척(옵션 10척 포함)에 달하는 유조선 수주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그리스 마란탱커스(Maran Tankers)로부터 3척의 VLCC를 수주한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7월까지 현대상선과 10척(옵션 5척 포함)의 VLCC 수주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삼성중공업도 캐피탈마리타임(Capital Maritime)과 8척(옵션 4척 포함)에 대한 의향서(LOI, Letter of Intent)를 체결해 올해 첫 VLCC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2일까지 전 세계적으로 원유운반선 55척을 비롯해 총 83척의 유조선이 발주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벌크선 30척, 가스선 12척, 컨테이너선은 11척 발주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유조선 발주는 활기를 보이고 있다.

유조선 발주 증가는 현재 선박가격이 10여년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데다 다른 선종에 비해 운임시황이 아직까지는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건디(James Gundy) 브레마(Braemar ACM) CEO는 “향후 20년 운항을 목적으로 VLCC를 발주할 경우 현재 선박가격은 척당 7800만~8000만달러로 상당히 낮은데다 최근 용선시장에서 2~3년의 계약을 체결할 경우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일일 3만달러 수준으로 수익성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발주된 VLCC 외에 옵션계약이 체결된 선박들도 20여척에 달한다”며 “이들 옵션계약은 오는 6~7월 사이 행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지난해 극심했던 수주가뭄의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유조선 발주 증가가 반가운 소식이나 글로벌 해운업계로서는 공급과잉 우려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이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6만4846달러에 달했던 VLCC의 일일 평균운임은 2016년 4만1488달러, 올해 들어서는 3만달러선이 무너진데 이어 지난 12일에는 1만8674달러로 2만달러선마저 붕괴됐다.

해운업계는 VLCC 수주잔량이 100척을 넘어갈 경우 공급과잉이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달 초 기준 수주잔량은 95척, DWT 기준으로는 글로벌 선단(715척, 2억1980만DWT)의 13.4%에 달하는 2950만DWT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유조선시장도 벌크선, 컨테이너선과 같이 의미 있는 수준의 폐선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경기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해운시황 분석기관인 드류어리(Drewry)는 보고서를 통해 늘어나는 수주잔량으로 인해 오는 2020년까지 유조선 시황의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베르마(Rajesh Verma) 드류어리 수석연구원은 “우리는 오는 2020년부터 유조선시장이 점진적인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2020년까지 시황 회복에 대한 신호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수요증가율보다는 선박폐선률이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부터 오는 2022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000만DWT 규모의 VLCC가 폐선될 전망인데 이는 202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환경규제 적용을 앞두고 5년마다 이뤄지는 정기검사를 받게 되는 선박들 중 5번째 정기검사에 들어가는 선박들의 폐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같은 기간 4번째 정기검사를 받게 되는 선박도 360여척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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