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업계도 문재인 정부 ‘눈치’

  • 송고 2017.05.25 13:50
  • 수정 2017.05.25 16:24
  • 안광석 기자 (novushomo@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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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근로자 사망사고 원인규명 이행 여부 촉각

금호·넥센타이어, 매각협상 및 한미 FTA 추이 집중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인 지난 12일 차량에 탑승해 국민에 감사인사를 하는 모습.ⓒ데일리안DB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 직후인 지난 12일 차량에 탑승해 국민에 감사인사를 하는 모습.ⓒ데일리안DB

장미대선 이후 문재인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는 것은 경유자동차 감축 및 노사문제가 걸려 있는 자동차업계 뿐만이 아니다.

자동차업계와는 다소 성격은 다르지만 타이어업계도 문재인 정부 출범은 각사별 이해(利害)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거듭된 산업재해에 대한 규명 여부를,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각각 회사 매각추이 및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여부와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추후행보에 주의를 기울이는 상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 인천공항 비정규직 근로자 1만여명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기업은 자진 정규직 전환 정책을 실시하는 등 선제적 대응까지 나서고 있는 상태다.

문 대통령의 노동자 정책이 아직까지는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비정규직 문제를 포함한 근로자 근무환경 개선 정책에 박차를 가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한국타이어가 긴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근로자 처우를 포함한 근무환경 개선 문제는 물론 그동안 지속된 근로자 사망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타이어의 경우 지난 2006년부터 1년 새 15명이 돌연사하면서 논란이 됐었다. 김종훈 의원실에 따르면 이후 2008년부터 2016년까지도 암이나 순환기질환 등으로 최소 36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산재건도 부지기수인 것으로 알려진다.

올해 2월에도 대전공장에서 근로자 1명이 수면 중 심정지로 사망했다. 이에 한국타이어는 일련의 사망사건이 유독물질을 배출하는 작업장의 열악한 근로환경과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시달려 온 상태다.

문 대통령도 후보시절 한국타이어 산재협의회의 등이 이와 관련한 문제를 제기하자 원인규명 및 종합대책 마련을 약속했었다. 이것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타이어는 그동안 쌓아온 견고한 실적은 물론 기업 이미지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 아래 있는 금호타이어도 새주인이 바뀔 수 있다.

현재 채권단은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매각협상을 실시 중이다. 이 가운데 금호타이어 인수로 그룹 재건을 꿈꾸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상황이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금호타이어 같은 정상급 기술력을 보유한 국내기업을 중국에 넘길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쌍용자동차의 대주주로서 기술력만 빼가고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한국에서 철수한 상하이차와 같은 사례를 우려해서다.

노동계에서도 고용승계 등을 우려해 중국기업에 금호타이어를 넘기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비록 더블스타가 고용승계를 약속하기는 했으나 상하이차도 처음에는 비슷한 약조를 했다는 점에서 인수 후 실질적 이행여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조속한 산업자본 매각을 원했던 금호타이어 채권단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의 의향을 따르게 되면 절차상 매각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이렇게 되면 금호타이어의 가장 시급한 현안인 조기 경영정상화에도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긴장되기는 넥센타이어도 마찬가지다.

넥센타이어의 경우 자국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한·미 FTA 재협상 등의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이 바라는 대로 한·미 FTA 재협상이 추진되면 타이어 등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 부품에 고관세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고관세 현실화시 넥센타이어는 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고 매출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실제로 넥센타이어는 지난 1분기 미국이 타이어 가격을 인상하자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줄었다. 넥센타이어는 미국 현지에 따로 공장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외부변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동안 실적 부문에서 승승장구하면서 한국타이어와 금호타이어를 맹추격해 온 넥센타이어로서는 한미 FTA 재협상은 찬물을 뒤집어쓰는 것과 다름없는 상황이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취임한지 10여일 밖에 되지 않은 만큼 속단은 이르다”면서도 “가정할 수 있는 모든 시나리오를 열어놓고 모니터링을 하면서 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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