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서경배 회장, 프랑스 진출 주사위 던졌다

  • 송고 2017.05.28 02:19
  • 수정 2017.05.27 02:20
  • 이동우 기자 (dwlee99@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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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배 회장, '격'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첫 승부수 던져

지난 22년전 프랑스 진출 실패 만회하기 위한 두 번째 도전

아모레퍼시피 서경배 회장ⓒ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피 서경배 회장ⓒ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업계는)마음을 움직이는 독보적인 감성을 담은 명품만이 팔리게 되는 격(格)의 시대로 바뀌는 변곡점에 서 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현재 뷰티 시장의 상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제품 이상의 가치를 가진 브랜드가 미래 화장품 산업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때문에 서 회장에게 프랑스 진출은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앞으로 '격'의 시대로 진입하기 위한 첫 시험무대다. 글로벌 뷰티산업의 중추이자 아모레퍼시픽 70년사에서 깃발을 세우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서의 성패가 그룹의 새로운 시대를 앞당길 지표이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프랑스 진출은 그가 20여년간 쌓아온 뷰티산업에서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서 회장은 지난 1995년 프랑스에서 이미 한 차례 실패를 경험했다. 그에게는 쓰라린 패배다. 지금으로부터 딱 22년전의 일이다.

올해 자사 최고의 브랜드 설화수를 들고 최고의 뷰티 시장인 프랑스, '라파예트' 백화점 진출 소식은 그래서 흥미롭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이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기 위한 첫 관문이자 서 회장의 오랜 숙원을 풀어내는 마지막 관문이기 때문이다.

서경배 회장은 아모레퍼시픽의 전신인 태평양그룹의 창업주 서성환 회장의 장남이다. 그는 1963년 1월14일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 경영학과와 코넬대학교 경영대학원을 나왔다. LG생활건강 차석용 부회장이 대학원 동문이다.

신춘호 농심그룹 회장의 막내 사위이기도 한 그는 신윤경씨 사이에서 장녀 서민정씨와 차녀 서호정씨를 두고 있다. 서민정씨는 아모레퍼시픽 2대 주주로 올해 공식적으로 회사의 일원이된 재원이다.

서 회장은 지난 1987년 태평양화학 과장으로 입사해 1993년 기획조정실 사장, 1997년 태평양 대표이사 사장를 거쳐 2006년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다. 2013년부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직을 맡고 있다.

서경배 회장은 평소 다독가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자신의 삶과 경영 이야기를 담아낸 도서(멀리 보려면 높이 날아라)를 출간하기도 했다. 그는 공부하기를 좋아해 임직원들에게도 자주 책읽기를 권유하며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평소 경영 철학과 사회공헌, 소통에 대한 중요성 등의 밑거름이 다독과 사색을 통해 만들어 진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이 이번 두 번째 프랑스 진출을 앞두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오랜 공부와 경험이 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한 매체를 통해 "모든 준비를 마친 설화수는 프랑스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설화수의 유럽 진출 시기도 최근 아모레퍼시픽 분위기 반전에 적절한 타이밍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1분기 중국의 사드여파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0% 가량 감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사드 영향이 최소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프랑스 진출 소식이 그룹 내 분위기 쇄신에 기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한 설화수의 제품력도 프랑스 진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2015년 기준으로 설화수 매출은 1조원을 넘어섰고 이달 현재 세계 11개국, 190여곳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서경배 회장은 평소 아모레퍼시픽이 '원대한 기업'으로 도약하기를 꿈꿔왔다. 원대한 기업이란 그가 말한 격의 시대에서 전세계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기업이 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의 프랑스 진출은 이러한 격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최초의 승부수다. 이는 곧 국내 뷰티 산업이 새로운 가능성을 정초(正初)하는 도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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