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간 국내 선사들, 이번엔 돌아올까

  • 송고 2017.06.10 00:01
  • 수정 2017.06.12 15:21
  • 신주식 기자 (winean@ebn.co.kr)
  • url
    복사

발레 용선계약 나서며 국내 조선업계 선박수주 기대감

올해 들어 잇따라 중국에 발주 “정부 정책 지원 절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40만DWT급 VLOC(초대형광탄운반선) 전경.ⓒ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40만DWT급 VLOC(초대형광탄운반선) 전경.ⓒ대우조선해양

국내 선사들이 브라질 철광석메이저인 발레(Vale)와 장기용선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국내 선사들의 향후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폴라리스쉬핑의 경우 항상 국내 조선업계에 선박을 발주해온 반면 올해 들어 중국 조선업계에 선박을 발주하는 국내 선사들이 늘어나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과 정부 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0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발레는 국내외 선사들과 최대 25년에 달하는 철광석 장기용선계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유럽 선박중개업자들은 그리스 아난젤마리타임(Anangel Maritime)과 함께 장금상선, 에이치라인해운 등 국내 선사들도 이번 용선입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발레는 지난 2012년 보유하고 있던 10척의 30만DWT급 VLOC(초대형광탄운반선)를 폴라리스쉬핑에 매각하고 이들 선박에 대한 장기용선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VLCC(초대형원유운반선)를 개조한 이들 선박 중 한 척인 ‘스텔라 데이지(Stellar Daisy, 1993년 건조)’호가 남대서양 해역에서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발레로서는 이들 선박을 이용한 철광석 수출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10여개의 선사들이 발레와 용선협상 체결을 위해 협상에 나서고 있으며 선사별로 적게는 5척, 많게는 10척의 VLOC 발주를 검토 중”이라며 “선사 중에서는 장금상선이 가장 적극적으로 협상을 진행 중이고 현대중공업은 상해외고교조선, 보하이조선 등 중국 조선업계와 수주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현대중공업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이 ‘발레막스’로 불리는 40만DWT급 VLOC를 건조한 경험이 있으나 STX조선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소형 선박 위주의 사업구조로 재편됐다.

따라서 현대중공업과 함께 대우조선이 VLOC를 건조할 수 있으며 국내 조선업계는 이번 발레의 용선계약 추진으로 인한 선박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선사가 발레와의 용선계약 체결에 성공하더라도 선박 수주를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올해 들어 팬오션을 비롯해 장금상선, 대한해운은 중국 조선업계에 벌크선을 발주했으며 에이치라인해운도 VLCC(초대형원유운반선)를 중국 조선소에 발주했다.

지난해 ‘수주절벽’으로 불릴 만큼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은 한국 조선업계가 올해 들어서도 일감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한국 선사들의 잇따른 중국행은 서운함을 넘어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선사들의 중국행을 비난만 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보다 낮은 가격에 중국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저리의 선박금융,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발급 걱정도 없는 중국 조선업계와 비교해볼 때 한국 선사들에게 애국심만으로 자국 조선업계에 선박을 발주하라고 강요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국내 금융권은 조선업계에 대해서 수익성을 이유로 RG 발급을 미루고 있는 한편 국내 선사들에게는 지속가능성을 믿을 수 없다는 핑계로 선박금융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업계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 선사들의 중국행을 막기 위해 새 정부가 정책적인 차원에서 한국 선사들을 지원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한국에 비해 중국 조선업계의 기술력과 선박 품질 격차가 여전히 상당한 수준인 만큼 정부가 현실적인 정책을 수립해 추진한다면 중국으로 간 한국 선사들의 발길을 어느 정도 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금융권이 RG 발급에 거부감을 드러내면서 외국 선사들도 이제는 한국 조선업계에 RG 조건부 계약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선사들에 대해서는 한진해운도 무너진 마당에 누구를 믿을 수 있겠냐며 선박금융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국 조선업계가 한국을 많이 쫓아왔다고는 하나 중고선 시장에서 한국과 중국의 선박 가치는 30% 이상 벌어지고 있다”며 “국내 조선업계에만 선박을 발주해 온 폴라리스쉬핑이 장기적으로는 다른 선사들에 비해 확연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 EB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체 댓글 0

로그인 후 댓글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EBN 미래를 보는 경제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