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원의 부동산 톡톡] 강남 부동산 시장이 쉽게 죽지 않는 이유는

  • 송고 2017.06.13 08:45
  • 수정 2017.06.13 08:46
  • 서호원 기자 (cydas2@e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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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곳이 있다. 바로 강남 부동산 시장이다. 현재 정부가 늘어난 가계부채와 이상과열현상을 잡기 위해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지만, 정작 강남 부동산 시장은 크게 아랑곳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1.3부동산 대책도 약발이 오래가지 않았다. 규제 이후 두 달여간 강남 재건축 단지 위주로 1억원 가량 가격이 빠졌지만, 연초부터 서서히 반등 조짐을 나타냈다. 결국 7개월 남짓 한 기간 동안 강남 부동산 시장은 회복세를 거쳐 고점 돌파까지 넘보게 됐다.

당시 규제 주요 쟁점은 투기과열을 잡기 위한 것이었다. 최대한 가수요를 차단해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정부 규제의 중심에 서있는 강남 부동산 시장도 이를 피해가진 못했다. 입주 전까지 전매제한이 걸리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긴 것이었다. 일대 중개업소들은 임시휴업을 하는 등 손님이 없다며 한숨까지 내쉬었다. 그러나 언제 그랬냐는 듯 또 분위기가 살아나며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이번 정부의 부동산 규제 소식에 연일 치솟던 상승세는 다소 주춤해졌다. 시장도 관망세로 접어든 모습이다. 재건축 강세로 가격 고공행진을 보인 것에 비하면 상승폭은 줄었지만, 그렇다고 가격이 수천만원씩 떨어진 것은 아니다. 이유는 재건축 단지들이 제각각 사업 속도를 내는 데다 건설사들이 강남 노른자 단지 수주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강남 부동산 시장을 줄곧 취재하면서 공인중개업소 대표들로부터 줄곧 듣기 얘기가 있다. "규제가 강화 되도 강남 부동산 시장은 쉽게 죽지 않아요." 이 말은 규제가 들어와도 결국 자금 여력이 풍부한 투자자들은 강남 부동산으로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게다가 아파트값도 쉽게 꺼지지 않는다. 강남 아파트값을 끌어올리는 가장 큰 요인은 시중에 넘쳐나고 있는 부동자금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집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은행권이나 제2금융권의 단기 예금 등을 합친 부동자금이 1010조3000억원으로 첫 1000조원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도 부동자금은 급증한 것으로 추산된다. 부동자금의 대표격인 머니마켓펀드(MMF)설정액이 작년 1월 97조원대에서 지난달 기준 137조원까지 오르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동산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려는 사람도 늘면서 대체투자펀드 설정액도 103조9200억원에 달한다. 즉, 넘쳐나는 부동자금이 끊임없이 강남 부동산에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남권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자나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관심 지역이다. 특히 강남권 시장에서 훈풍이 불면 인근 지역들도 영향을 받게 돼 시세가 띄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잇단 규제에도 '오뚝이'처럼 불뚝 일어서 금세 가격 회복세를 보이며 상승세를 또 주도할 것이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언제 또 하락세로 전환 될지 모른다. 자고 일어나면 바뀌어 있는 게 부동산 시장이기 때문이다. 특히 강남권 시장은 더욱 그렇다. 정말 내 집 마련 혹은 투자를 원한다면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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